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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독서결산

by ㅠㅏㅠㅔ 2019. 11. 4.

2015년의 결산을 왜 2016년 3월에 하냐고 묻지마세요.....

2016.03.01 

 


1.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 레이 얼
드라마를 보기 전에 찾아봤던 책인데 후에 드라마 보고 드라마가 각색 참 잘했구나~, 느꼈다. 책에서 보면 클로이가 bitch나 다름없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그리지 않는 면도 너무 좋았고. 다만 책은 극화를 하지 않은 실제로 있었던 일기의 재편집본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다... 역시 남의 일기장은 재미가 없다. 드라마 보신 분이면 원작 딱히 안 보셔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드라마 보실 분들도 안 보셔도 되어요...

 

 

2.4.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1, 2 - 수잔나 클라크
스트레인지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배경과 인물들의 특성이었다. 분명이 시대적 배경은 과거이고 이야기 안에서 인물의 행동에 제약이 있는 것도 과거인데 동시에 그 제약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스트레인지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마법을 계속 꾸준히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스트레인지는 대충 먹고 살 수 있을만한 영지를 가지고 있는 신분이고 그래서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매우 보수적이고 완고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조차 못한 상태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런 아버지를 이야기 안에서 지체없이 바로 죽여버리고 스트레인지의 제약을 풀어줘서는 맘대로 살 수 있게 해 줌ㅋㅋㅋㅋㅋ

그리고 마법을 행하게 되는 스트레인지의 일과도 해리포터와 같이 대단히 스펙타클 하지도 않는데 오히려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투덜거리며 묘사하거나 자신의 마법이 전혀 대단치 않다는 마냥 무신경한 점이 너무나도 영국적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 진 드 루즈 교회 사건은 좀 창피한 일이었다. 교회를 옮겨 놓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스트레인지는 성 진 드 루즈에 있는 한 호텔에서 세 명의 대위와 두 명의 소위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면서 브랜디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이들에게 여러 다양한 물체를 마법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대한 이론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만약 그들이 맨 정신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터인데 그들과 스트레인지는 이틀 동안 내내 술에 취해 있었다. 그래서 스트레인지는 성도들이 교회 안에 있는 동안 두 교회의 위치를 바꾸어 버렸다. 그는 성도들이 교회에서 나오기 전에 두 교회의 위치를 다시 제자리로 옮겨 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곧 그는 당구를 치러 나가면서 그만 그것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스트레인지는 전쟁이 끝나고 나면 강과 숲과 도시 등 위치를 바꾸었던 것들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시간도 없었으며 그렇게 할 의향도 전혀 없었다.

 

 

3. <아무래도 싫은 사람> - 마스다 미리
6.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의 어두운 터널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 두 권의 책으로 깊게 깨달아버리며 어지간하면 살아생전 이 작가의 작품은 보지 않기로 하며 턴을 종료한다.


5.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취준하던 중 너무 취업이 안 되는데ㅋㅋㅋㅋㅋ 어쩐지 이 단편이 너무 읽고 싶어서 도서관 전전하며 찾아 읽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읽으며 생각했던 건, 역시 기술이 짱이시라는 것... 주인공이 아들에게 기술 가르치려는 게 괜히 그러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짱이시다... 근백년 전에도, 지금도 기술이 짱... 기술배우자 모두들.


7.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46. <파수꾼> - 하퍼 리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작품의 후속편이 나왔는데... 뭔가 이것저것 의심되는 정황이 많아 구설수에 올라 슬펐다... 난 오히려 애티커스의 변절(?)이라던가는 별로 충격 안 받았음. 사람이 늙다보면 꼰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머. 미합중국에서 사는 그들은 좀 충격받을 수도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들에게는 살아있는 변절의 전설들이 한 둘이 아니시다. 내가 안타깝고 슬펐던 이유는 그냥 스스로도 좋아하고, 세계적으로는 뭔가 전설적이었던 작품이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작가가 공개하고 싶지 않아했던 버전까지 세상에 나온 것 같아서 그게 마음 아팠다. <파수꾼>이 <앵무새 죽이기>보다 너무도 명백하게 별로인 작품이기도 해서 더더욱.


8.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하이스미스 너무 밉상이어서 좋음... 너무 좋다. 진짜 모든 인물들이 죄다 밉상인데 밉상들이 자신들에 대한 변명을 하지 않아서 더 좋음. 만약 작품 안에서 자신이 밉상이 아님을 변명하는 밉상이 있다면 그것은 불행한 결말로 예정되어있기 때문이다. <네 삶을 경멸해>는 랠프가 당신 취준하던 나같아섴ㅋㅋㅋㅋ 읽고 약간 자아성찰했었고, 이 책의 제목이 된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는 밉상력의 끝을 찍는 작품으로 밉상이 보고 싶을 때 언제고 찾아읽으면 그 소원을 충족시킬 수 있다. 마지막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택시 세 대에 나눠 타는 인물들의 모습 마치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것은 나의 착각일까...!


9. <메이즈 러너> - 제임스 대시너
12. <스코치 트라이얼> - 제임스 대시너
13. <데스 큐어> - 제임스 대시너
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고 그 열풍을 비웃던 사람들 중 하나였고 <헝거게임>을 읽고는 '원작의 얄팍한 세계관'이라는 논평에 고개를 끄덕거렸던 사람이지만 그 무엇도 <메이즈러너> 시리즈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메이즈러너 시리즈는 영화가 원작보다 독보적으로 뛰어나게 좋은 시리즈 중 하나였음. 나는 이렇게 떡밥을 미친듯이 뿌려놓고 "아~~~ 머르게따~~~ 나는 이걸 어떻게 주워야할지 머르게따~~~ 끝내버리쟈~~~" 라며 해맑게 시리즈 종료해버리는 시리즈 진짜 처음 봤다. 이런 작가의 패기...약간 존경스러울 지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결말도 뭐하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그냥 현 체제에 순응해서 열심히 살라는 거니? 그런거니? 야 그럴거면 디스토피아 배경 소설을 왜 쓰냐.


10. <호밀밭의 파수꾼> - J. D. 샐린저
한창 사춘기 때 이 책을 읽고 "대체 이 책이 뭐라고 그렇게 난리들이야? 흥!" 하면서 던져버렸던 기억이 있는데 나 약간...그 때의 내가 왜 그랬는지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매우 잘 깨달았다... 그것은 내가 콜든 홀필드였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나의 삶의 태도에서만큼은 나 자신이 완벽히 옳고 그 어떤 때도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일생을 살았는데 사춘기 때의 나는 오죽했으랴... 홀든 콜필드가 언제나 항상 다른 사람을 엄격하게 재단하고 비판하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는 예비 작가의 통찰력이지만 나쁜 의미에서는 자기밖에 모르는 비좁은 자아의 특징이기도 한데 그 모습이 너무나 나와 닮아있었다. 그렇게나 똑 닮았으니 사춘기의 내가 싫어했지... 너무 이해가 팍팍 감... 지금은 나이도 먹었고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시각은 그때보다 아주 조금이긴해도 넓어졌기에 이런 책이라도 다시 읽으려 마음을 먹고, 다시 읽고도 과거의 나 자신을 분석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선생에 대해 이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나름대로 선생님도 그다지 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은 일요일에 나를 포함한 여러 아이들에게 코코아를 주시면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인디언에게 샀다는 낡은 나바호족의 담요를 보여주셨다. 그 담요를 샀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하던지.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스펜서 선생처럼 끔찍하게 나이를 먹은 사람들에겐 담요를 사는 일조차도 하나의 큰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1. <안녕, 인공존재!> - 배명훈
여기 나오는 단편들 <크레인 크레인>을 빼놓고는 다 좋아하지만 역시 그 무엇도 <변신합체 리바이어던>을 이길 수는 없다...!!! <변신합체 리바이어던> 개짱임. SF인데 너무나도 한국적인 SF...!!! 나는 가끔 웃을 일이 없으면 <변신합체 리바이어던>을 다시 읽는다. 계속 빵빵 터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 발췌.

  그래서 그게, 솔직히 쉬운 문제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때부터 뭔가 쓸 만한 애들이 나오기는 했어요. 제일 유명한 게 JX라는 기계였는데, 이때부터 합체가 됐어요. J-알파랑 J-베타가 합체해서 한 개가 되는 식이었는데, 솔직히 그 두 개를 따로 놓고보면 완전 웃겼거든요. 알파는 허리 위만 있고 베타는 허리 아래만 있었으니까요. 합체시키면 다른 것보다 딱 두 배쯤 큰 로봇이었는데 그 두 개를 따로 출격시켜놓으면 완전 바보였죠. 
  관제사들은 완전 어이가 없어서 막, 그건 때려죽여도 합체로봇이 아니라 분리로봇이라고 그랬거든요. 근데 엔지니어들은 또 지들 자존심 때문에, 지구가 두쪽이 나도 그건 합체로봇이라고 우기는 거예요. 하지만 솔직히 관제사들 말이 맞잖아요. 그게 무슨 합체 로봇이에요. 그냥 반으로 잘라도 안 죽는 로봇이지.

 

14. <카스테라> - 박민규
박민규는 음, 특이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구어체인듯 문어체인듯 산문인듯, 또는 그 무엇도 아닌듯한. 그 문체가 세상에 소개됐던 첫번째 소설집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굳이 한국 순문학을 읽어야한다면 차라리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이야기가 좋아. 순문학의 여혐 아주 지긋지긋함.

 


15. <농담> - 밀란 쿤데라
유명세에 비하면 나에게는 너무 재미가 없었던 이야기였다. 이거 읽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읽으려고 시도했는데 그건 이거보다 더 재미없어서 다 읽지도 못함.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을 간접체험 할 수 있게 해주고,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를 사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인데... 시대가 어쩌고 사상이 어쩌고 이러는 때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나는 현대에 태어난 덕에 공산주의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제대로 이해도 잘 안 되고. 그러니까...농담 한 번 잘못했다가 인생 조진 건 불쌍은 한데 그게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풀어내야 할 만큼 재밌는 이야기였을까...? 너의 징징댐이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거니...? 주인공에 묻고 싶었다.



16. <비밀의 정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가장 매혹됐던 서사는 '그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스런 공간'이었는데 다시 읽으면서는 각 캐릭터들의 톡톡 튀며 직설적인 성격 묘사에 훨씬 더 매혹되었던 듯 하다. 부잣집 태생에 유모의 손에서 길러진 메리의 끝을 모르는 단호함과 마찬가지로 부잣집 태생의 병약한 콜린의 끝을 모르는 허무가 만나,


콜린 : "난...곧 죽고 말거야...흐흑..."
메리 : "거기 계속 앉아 있으면 그렇겠지 뭐(단호)"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는 부분에서 나는 그만...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리 너무 내 타입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디콘은 너무 스윗하트여서 할 말이 없음. 디콘도 짱 좋아.



17. <나는 왜 패스트 패션에 열광했는가> - 엘리자베스 L. 클라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던 것 몇 가지.

- 합성섬유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즉, 옷을 버리는 순간 그 옷은 그 무슨 형태로든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이다.
- 기부함에 넣어지는 옷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입을 것이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무료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엄연히 "헌옷 시장"이란 것이 존재하고 유상으로 거래된다.
- 그리고 아무리 입을 것이 없다고 한들 그들도 사람이라 유행을 따지고 패션을 따진다. 즉, 거기서도 선택되지 못한 옷들=쓰레기들.

책을 읽으면서 가격이 높더라도 품질이 좋은 옷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제 주머니 사정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아 하루하루 힘들어줍니다...만 최대한 노력하자고 마음먹은 것은 좋은 일이겠죠.

 

18. <장미 비파 레몬> - 에쿠니 가오리
20. <마미야 형제> - 에쿠니 가오리
현대 일본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려내는 가장 뛰어난 작가가 있다면 그게 에쿠니 가오리일 것이다. 내가 한국소설을 별로 안 읽기도하지만 한국에는 유난히 이런 작품이 없는 것 같다. 아무도 일상의 소소함이나 평범함을 조명하지 않음. 그렇게 쓰면 안 팔린다고 생각해서 문학상에 당선이 안 되거나 아예 출판이 안 되는 것이겠지... 난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랑 은희경의 <마이너리그> 말고는 비슷한 작품 읽어본 기억이 아예 없어.  

  이렇게 많은 취미를 가졌어도 그들의 오락은 전부 실내용이라서 주변 사람들 눈에는 그다지 충분히 노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았다.

 


19.  <ONE PIECE> 62권 - 오다 에이치로
21.  <ONE PIECE> 63권 - 오다 에이치로
22.  <ONE PIECE> 64권 - 오다 에이치로
23. <ONE PIECE>  65권 - 오다 에이치로
24. <ONE PIECE>  66권 - 오다 에이치로
62권-66권의 인어섬 이야기는 여태까지의 익숙한 플롯 반복됐고,

 

25. <ONE PIECE>  67권 - 오다 에이치로
26. <ONE PIECE>  68권 - 오다 에이치로
27. <ONE PIECE>  69권 - 오다 에이치로
28. <ONE PIECE>  70권 - 오다 에이치로
67권-70권의 펑크해저드섬은 약간 밑밥 깔기용의 이야기였고,

29. <ONE PIECE>  71권 - 오다 에이치로
30. <ONE PIECE>  72권 - 오다 에이치로
31. <ONE PIECE>  73권 - 오다 에이치로
32. <ONE PIECE>  74권 - 오다 에이치로
33. <ONE PIECE>  75권 - 오다 에이치로
35. <ONE PIECE>  76권 - 오다 에이치로
36. <ONE PIECE>  77권 - 오다 에이치로
71권-77권이 도플라밍고와의 한 판으로 제대로 된 에피소드지만 아직 결말은 나지 않았다. 예상해보니 80권쯤 되면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마무리 될 때까지 안 사보려고 한다. 원피스는 절판날 일이 없는 안전한 책이니까 알아서 스포만 잘 피하면 늦게봐도 상관없음...ㅋㅋㅋㅋㅋ 이제는 약간 관성으로 읽는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플롯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크흡ㅠㅠ! 하며 크루들의 성공을 같이 축하해주는 맛 때문에 아직 놓지를 못해ㅠㅠ 실제로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각 에피소드가 끝나고 크루들끼리 다 같이 모여 연회하는 책만 다 가져다 놓고 쭉 읽을때가 있는데 그 페이지 안의 와이와이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버려서 기분이 나아지고는 한다. 그리고 저는 일단 탈덕하면 일본어로 된 만화책이 80권이 나옵니다... 버리기도 아깝고 기증하려면 물 건너서 해야하는 골치아픈 일이 벌어지므로 그냥 계속 봅니다...


34. <창랑정기> - 유진오
이미 사라진 곳을 추억하며 이야기한다는 것이 관촌수필과 꽤 닮았다. 없어진 곳의 추억을 붙잡기 위해 글로나마, 이야기로나마 남겨두는 이들의 글에는 언제나 무언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조차 참 닮았다.


37. <마이너리그> - 은희경
대단히 뛰어날 것도 없고 대단히 모날 것도 없는 남자 넷이 친구가 되어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진짜 별 것 아닌 이야기인데 한국의 근현대사를 겪는 소시민들의 풍파를 잘 엮어놓았다는 느낌.

  그 여름 내 인생은 정말 조용했다. 아버지의 목욕탕이 여름철 수리에 들어가 일하던 사람들은 휴가를 떠났다. 내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의 목욕탕에서는 볏재를 연료로 썼기 때문에 하루종일 커다란 풀무를 돌리는 일꾼이 있었다. 그 무렵에는 휴가라는 게 거의 없었다. 기름을 때게 되면서 세월과 함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꾼들이 떠나고 골목 안에서 들려오던 목욕탕 손님들의 목소리도 끊긴 조용한 날들. 나는 한낮이 되면 시멘트블록이 깔린 마당에 호스로 물을 뿌려놓고 마루의 선풍기 앞에 누워 아이스바를 씹어먹었다.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멈추고 돌아보니 그렇게 의식없이 보내버린 시간이 쌓여서 바로 자기 인생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뭐라고? 나는 좋은 인생이 오기를 바라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 인생다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내가 무턱대고 살아왔던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었다고?

 


38. <피츠제럴드 단편선 2> - F. 스콧 피츠제럴드
39. <피츠제럴드 단편선 1> - F. 스콧 피츠제럴드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안해서 너무너무 좋은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짱 무안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안함의 대문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 죽을 것 같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번째로 좋았던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주인공들의 무신경함이 좋았다. 키스마인 남매들의 그냥 방학동안 같이 놀아주다가 죽여버릴 유흥거리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너무 무신경함ㅋㅋㅋㅋㅋ 근데 그러다 키스마인이랑 존이랑 사랑에 빠짐ㅋㅋㅋㅋㅋ 그래서 같이 도망침ㅋㅋㅋㅋㅋ 이 끝간데 없는 무신경함 너무 좋지 않냐구. 거기다가 방금 자기가 평생 살아오던 집이 불에 탔는데 "자~~~ 이제 무슨 보석을 집어왔는지 꺼내보자~~~" 이러고 키스마인은 자기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진짜 다이아몬드랑 바꾼 희귀한 인조보석 가져왔다니까 "이 멍청아~~~ 어쨌든 잠이나 자자~~~" 이러고 자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다...이 허영에 가득찬 태도... 너무나 어이없어져버려 풋 하고 웃어버리고마는데 그럼에도 이 인물들이 붕 떠있는 캐릭터로 보이지 않고 현실세계에 발을 딛고 서있는 실제감을 부여해주는 피츠제럴드의 능력이 너무 대단하다.


40. <앨런의 유년> - 에마뉘엘 기베르
41. <앨런의 전쟁> - 에마뉘엘 기베르
원래는 전쟁-유년 순서인데, 나는 당연히 유년-전쟁일 줄 알고 거꾸로 읽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앨런은 노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옛날 기억을 아주 뚜렷하게 간직고하고 있는 타고난 이야기꾼인데, 이런 앨런이 이 책을 그려내고 재구성해 낸 작가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것도 너무나 운명적인 일이다. 마치 한 편의 러브스토리 같음. 계속 기억하고 또 기억해서 꼭꼭 눌러담은 기억들이 이렇게 멋진 작품들로 탄생했다는 것 자체로 좋았던 작품.



42. <초월주의의 야생귀리> - 루이자 메이 올컷
<가면 뒤에서>와 이어지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또 다른 단편모음집. 출판사에서 어떤 기준으로 단편들을 모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초월주의의 야생귀리>에서는 자전적 소설이었던 <병원 스케치>와 인종관련 문제들에 대해 다룬 단편들이 몇 개 들어가 있다. 루아지 메이 올컷은 일을 하고 싶지만 취업이 너무 되지 않아 스물다섯에 자살을 결심했었다고 하는데 그랬던 그녀의 첫 성공작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병원 스케치>였다고 한다. 이 소설에는 자전적 소설답게 다양한 일들이 많이 기록되어있는데 전쟁에서 여자의 생활 또한 굉장히 고됐음을 가감없이 말해서 좋았던 것 같다. 전쟁에서의 주체적인 여자의 삶을 말한 꽤 이른 작품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사실 전쟁이라는 것은 나가서 직접 싸우는 사람들도 힘들고 아프고 괴로운 일이지만 종군 간호사처럼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도 힘들고 고생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군인=남자, 라고 생각해버리는 것 같다. 21세기의 나도 이런 생각을 가지는데 1800년대의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나는 그래서 이 소설에서 일에 대한 힘듦을 말하기도 하면서 그 아픔을 실제로 겪는 사람이 아니라 관찰자적의 입장을 가진 사람 또한 힘들 수 있음을 말했던 것이 매우 좋았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 때는 내가 계속해서 버틴다한들 무언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종군 간호사들은 딱 이 심정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일손이 부족하고 그래서 잠도 자지 못하면서 일하지만 자신이 환자들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해준다 한들 가망이 없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떠나며 부상당한 사람들은 계속 밀려오고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그저 너무나도 괴로워하는 이 존재가 천국이라는 곳으로 인도되기를 바랄 뿐. 

  나는 서둘러 물을 가지러갔다. 하지만 물 양동이가 바닥나 다시 채워오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참을성 있는 나의 환자를 잊지 않았고, 양동이가 도착하자마자 컵 가득 물을 채워서 서둘러 되돌아갔다. 그는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지치고 창백한 얼굴의 무엇인가에 이끌려 나는 그의 입술에 귀를 대보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마를 만져보았다. 차가웠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기다리는 동안 나보다 더 훌륭한 간호사가 그에게 더 시원한 물을 먹여주었고 치유의 손길을 베풀었다는 사실을. 이제 그 어떤 소음도 방해하지 못할 고요한 잠에 빠진 그의 몸에 나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삼십 분 뒤 그의 침대가 비워졌다. 혼잡함 속에서도 외로웠던 병원 침대. 그가 감내한 그 모든 희생과 고통에 비해 보상은 너무도 초라했다. 바라봐주는 낯익은 얼굴 하나 없이, 잘 가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목소리도 없이, 사자(死者)의 골짜기까지 다정하게 인도해줄 손도 없이. 수많은 여인이 그 물가에서 눈물짓는 붉은 바다에 더해진 한 방울의 피처럼,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잠시 나는 생명의 가치와 죽음의 신성함이 이렇게 하찮게 취급되는 현실에 비통함을 느꼈다. 하지만 신성한 명부의 이름이 불리는 날, 훌륭한 업적으로 허황된 명예를 남긴 많은 사람보다 이름 모를 군인들이 더 높은 곳에 자리잡게 되리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

 

 

43. <페르세폴리스> 1 - 마르잔 사트라피
44. <페르세폴리스> 2 - 마르잔 사트라피
중동의 역사나 이슬람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더욱 더 헉, 하고 놀랐던 책. 60년대에는 중동 이슬람권 여자들도 지금 우리가 누리는 복장의 자유, 성적 결정권의 자유 등등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는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고작 몇 십년 만에 여성억압이 가장 심한 나라와 종교로 탈바꿈했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복장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말한다. 이건 아주 미시적 차원의 검열이다. 내가 하는 말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내가 입고 나가는 옷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등등의 일상적인 일들에 대한 걱정을 끊임없이 하게 만들다보면 거시적 차원의 문제에 쓸 여력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 사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도. 많은 조건이 허락되었기에 작가는 이 책을 써낼 수 있었지만, 어쨌든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무조건 배워야 한다.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서 무엇이 문제인지라도 깨달아야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45. <브로크백 마운틴> - 애니 프루
영화보고 찾아봤는데 사실 책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은 책 다 읽고 검색하다 찾았던 한 기사... "애니 프루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쓴 것을 후회한다"는 기사였는데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작품의 작가가 겪는 참고통이 그곳에 실려있었다. 사람들이 자꾸 결말에 대해 뭐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결말을 바꿔써서 보내주기도 한다고 함.

그리고 그런 사람들 말하는 문장을 시작하는 방식 -> "I'M NOT GAY BU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니 프루 열받아서 "그 둘은 제가 만든 인물들이에요. 제 방식에 따라 움직인다고요." 라고 하는데 얼마나 미친놈들을 많이 보셨으면...(짠함)


47. <시핑뉴스> - 애니 프루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주인공이 나오고 조금은 영문 모를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 이 한 권의 책은 뒤엉켜있지만 사실 깨닫고보면 많이 복잡하지 않았던 매듭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써내려간 것이 아닐까.

  "헝클어진 밧줄을 풀려면 뒤엉킨 부분과 매듭진 부분을 느슨하게 해놓고 가장 긴 끝이 나오는 부분을 찾아 동그랗게 구멍을 낸다. 그런 다음 스타킹을 말아 내리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 끝을 말아간다. 그러면서 계속 뒤엉키는 부분을 느슨하게 해주고 절대 한쪽 끝을 잡아당겨서는 안 된다. 완력을 쓰지 말고 엉킴이 저절로 풀리게 해야 한다."

 

 

48. <워터십 다운의 열한마리 토끼> 1 - 리처드 애덤스
49. <워터십 다운의 열한마리 토끼> 2 - 리처드 애덤스
50. <워터십 다운의 열한마리 토끼> 3 - 리처드 애덤스  
51. <워터십 다운의 열한마리 토끼> 4 - 리처드 애덤스
긴 여행을 지루해하는 딸들을 위해 대충 만들어 낸 이야기가 그 딸들의 환호와 기대감 덕에 살이 붙고 거대해져서 작가를 대표하고 어린이 문학의 대표작이 될 정도의 걸작이 되는 것을 보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너무 대단한 것 같다.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한 아버지의 열망이 만들어낸 ~대작~. 이 책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토끼들이 서로 협력해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도 한 몫 했지만 '실플레이' '엘-어라이어' 같은 토끼들만의 언어를 썼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다 큰 어른인 나조차도 주인공들과 비밀 언어를 공유하는 듯 해서 즐거웠는데 아이들이라면 얼마나 즐거웠을까! 같이 실플레이를 할 수도 없고 이야기 안에서 인간은 위협적인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럼에도 토끼들의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느낌때문에 너무 재밌었던 소설.



52. <그림의 힘> 1 - 김현선
53. <그림의 힘> 2 - 김현선
알라딘이 카드지갑 끼워서 팔길래 사서봤는데 너무 영양가가 없는 책... 대단히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그림과 같은 색채를 가진 그림을 보면 사람은 이러이러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블라블라 etc... 내가 미술사에 관심이 좀 있어서 그런가 나한테는 뻔한소리 대충 끄적여 놓은 것 같은 책이었다. 그냥 좋은 재질의 종이에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 잘 인쇄되어 있는 그림책으로 가지고 있기로 함. 


54. <나와 춤을> - 온다 리쿠
스무살 때 처음 읽어보고 이 작가 책 많이 읽어야지, 했는데 그 이후로 이 책이 처음이다...(먼산) 2015년에 가장 히트쳤던 책이 아닐까? 실질적으로 판매고에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수고만아오' 체는 트위터를 강타했음 흑흑ㅠㅠ 너무 귀엽다ㅠㅠ 어디에서 보든 쟈근 생물이 인간에게 서툴게나마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너무나도 따뜻해져 버리는 것이다ㅠㅠ 그리고 뒤에 작가의 말 읽어보면 '강아지가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으니 고양이도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된다고 생각했다' 며 다른 단편을 쓴 이유를 밝히는데 그것조차 너무 모에... 

그리고 이 즈음 신경숙의 표절 건 관련해서 시끄러웠던 때였는데 이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있었다.

  "<충고>  호시 신이치의 기념 기획으로 썼는데, 어렸을 때 어디서 읽은 단편을 무의식중에 베낀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었다. SF단편집(소겐SF문고 <연간 일본 SF걸작선 허구 기관>, 2008년)에 수록됐을 때 후기에 그렇게 썼더니, 필립 K. 딕의 어느 단편이 아니냐고 독자에게서 편지가 왔다. 하지만 나는 그 단편을 읽은 적이 없다. 현재까지 다른 지적은 없지만 그래도 불안하니, 이 뒤로도 혹시 뭐가 있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작가로서 자신이 써 낸 작품에 대한 올바른 프라이드란 이런 게 아닐까.


55. <나의 사적인 도시> - 박상미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인 줄 알고 봤는데 그 분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읽었다. 현대미술 작가들도 새롭게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기 블로그에 쓴 일기를 편집해서 책 내셨다는데 일기란 것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 일기...초딩일기...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트호크>의 영감이 된 위치와 건물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 더 가깝다. 똑같은 다이너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호퍼가 '그리니치 애비뉴에 있는 두 거리가 만나는 곳' 이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 그리니치 애비뉴와 11번가의 코너로 추정된다. 이 그림은 헤밍웨이의 단편 <살인자들The Killers>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소설은 1920년대 금주령 시절 범죄가 한창일 때 쓰였고, 살인 청부업자인 두 남자가 이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 다이너에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밖에 어둡고 가로등이 켜진 것도 비슷하다. 소설에선 두 남자가 들어왔을 때 웨이터가 카운터에 앉은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림 속엔 두 남녀와 웨이터, 그리고 등을 돌린 한 남자가 있으니 두남자가 남녀로 대체된 것을 빼면 소설 속의 첫 장면과 거의 유사하다. 실제로 그 시절엔 이 근처가 상당히 외진 곳이었을 것이고(수년 전 이 근처에 왔을 때 얼마나 휑했는지) 범죄도 흔했을 것이다. 지금 이곳은 부유한 주택가와 쇼핑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는 듯하다. 하긴 호퍼의 풍경은 특정 지역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북적이던 거리가 잠시 비어 있는 듯 느껴질 때 호퍼의 정서가 스민다.  <나이트호크> 속 거리는 실제 거리라기보단 무대 위처럼 느껴진다. 등을 돌린 남자는 호퍼 자신이 아닐까. 무대 위에 놓은 그. 그는 언제나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마크 스트랜드가 말했었다. 이는 아마 호퍼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정서일 것이다. 실제로 등을 돌린 것은 그에게 미스터리를 보여주지 않는 세상이었을 것이다.

 

 

56. <버진 블루> -트레이시 슈발리에
57. <여인과 일각수> - 트레이시 슈발리에
58. <시인과 서커스> - 트레이시 슈발리에
59. <라스트 런어웨이> - 트레이시 슈발리에
62. <Falling Angels> - 트레이시 슈발리에
갑자기 트레이시 슈발리에에 꽂혀서 좌르륵 찾아읽었지만 사실 작가 작품 다 읽은 건 아니다. 번역이 안 된 화석찾는 이야기 같은 거 하나 아직 못 읽음. 제일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였는데 다 읽고나서 제일 실망했었기에 남은 책 한 권 찾아읽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역시 <진주 귀고리 소녀>일텐데, 나 또한 청소년기에 이 책을 찾아읽고 내 인생의 책에 올려놓을 정도로 많이 좋아하고 자주 다시 읽는 책이다. 다만 <진주 귀고리 소녀> 이외에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올해 마음잡고 읽었었는데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 작가에 대해 갸우뚱, 하게 되어버리는 결과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버진 블루> <여인과 일각수>는 정말 재밌게 읽었고 동시에 잘 썼다고 생각했고, <시인과 서커스>는 좀 애매했다고 생각했다면, <라스트 런어웨이> 는 실망했다고 평하겠다.


<버진 블루>는 첫 장편작이었지만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을 엮어내는 구성이 굉장히 좋았다. <여인과 일각수>는 작가 자신의 대성공작 <진주 귀고리 소녀>와 같이 작품으로만 전해져 내려오고 뒷얘기를 알 수 없는 미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로 궤를 같이하는데 <진주 귀고리 소녀>보다 이야기 자체에 훨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엮이는 관계가 다채롭고 풍성하다. 그림보다 훨씬 더 알려진 것이 없는 태피스트리에 대한 일화를 그 시대의 있음직한 인물들과 그들이 당연히 받아들여야하는 운명들을 유려하게 엮어내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다음으로는 <시인과 서커스>이지만 내가 너무 관심없는 배경의 이야기라 그런가 솔직히 무엇이 주제였는지도 잘은 모르겠어서 넘기고, <라스트 런어웨이>와 에 대한 대실망쇼를 말해보도록 하겠다.

<라스트 런어웨이>는 영국에서 살며 노예제를 반대하던 여성이 미국남성과 결혼을 하며 자신이 관념적으로만 반대하던 노예제를 실제로 맞닥뜨리며 갈등을 겪게되는 이야기였다. 그럼 여기서 독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인 아너가 실질적으로 행동하게 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아너는 끝까지 노예제에 대한 소극적 저항만을 반복할 뿐이고 끝끝내 노예제가 불법인 캐나다로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다른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던 는 여성참정권자 즉, 서프라제트들의 이야기이다. 내가 이 책을 가디언지의 '서프라제트를 다룬 작품들 10'이라는 기사를 보고 읽었던지라 기대감이 너무 컸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책 또한 서프라제트들의 활동을 아주 미약하게나마 보여주고 끝나버린다. 주인공인 모드는 서프라제트 활동을 하기 시작하는 엄마 키티의 활동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이야기하는데 키티는 허구로 만들어낸 인물이니 서프라제트들의 중심에 서서 대단한 활동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실질적으로 무언가 하는 모습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녀는 주변인물로서 소극적으로 참가하다가 죽어버리고 만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여캐를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기는 하지만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에서도 결말에서는 언제나 한 발 뒤로 빼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태도가 극대화 됐던 작품이 <라스트 런어웨이>와 였다. <진주 귀고리 소녀> <여인과 일각수>에서의 주인공들은 시대적 한계를 감안해 이해해준다고 하지만 <버진 블루>에서 여주인공에게는 감안해 줄 수 있을만한 시대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작품들이 엄청 나쁘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의식적으로 여캐를 중심으로 써 나가는 작가이면서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는 점이 독자로서는 한없이 아쉬운 점이었다.


60.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 로버트 뉴턴 펙
햇빛님이 한 문장 말해주시는 관글 트윗 했을 때 읽어주셨던 책인데, 나는 책을 읽고 주인공 아버지의 직업이 도살업자라는 것을 알게 된 3페이지만에 결말을 알아버렸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으면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느낌도 많이 나고 자전적이라는 느낌도 많이 났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주인공의 엄마가 밖에 나가서 다람쥐를 잡아오라는 대목이었는데,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현대인은 절대 생각하지 못 할 범위의 일이라 너무 우와~했던.


61. <그것이 나만은 아니길> - 구병모
장편은 아직 못 읽었지만 적어도 단편에서만큼은 "여자"의 시선이 드러나는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써내는 작가여서 즐겁게 읽었다. 제 3세계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남자작가들을 절대 안 쓰고 절대 못 씀. 맨날 여자 강간하는 이야기나 쓰고 나는 쓰레기였지 흑흑... 이러는 정신병자 같은 이야기만 써대지. 내가 올해만 트위터에서 본 강간얘기 나오는 남자작가들이 쓴 한국순문학 이야기만 열손가락에 꼽겠다.

  어쨌거나 객관적으로 외모가 좀 되는 그녀는 봉사 관련 행사 및 전시용 사진 기록을 남길 때마다 등이 떠밀려 계속 맨 앞줄로 보내졌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재벌가 손녀 내지는 아프리카에 봉사를 나간 연예인 정도로 간주했다. 양선이 누군가를 위해 눈물 비칠 때마다 선배들은 그녀의 태도를 지적했고,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타인에게 자신을 대입하거나 그 역의 경우가 있어선 안 된다고 준엄하게 그녀를 내려다보며 주입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결국 뒤풀이 자리에서 한 선배가 ㅡ 딴에는 너무 쉽게 타인에게 공감하고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보여서 나중에는 있는 살 한 점까지 다 발라버리고 뼈만 남을 것 같은 그녀를 위한다며, 뭔가 정신이 번쩍 날 만한 얘기가 없을까 궁리하다 꺼낸 극단적 예라지만 어쨌거나 화자의 인식 수준만큼은 아낌없이 드러냈는데 ㅡ 엄마 없는 남자 보면 불쌍하다고 몸이라도 대줄 테냐, 했다가 피처 잔이 날아다니고 호프 안은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이물>

 

 

63. <이웃집 슈퍼히어로> 
개인적으로 <노병들>은 너무 개저씨 냄새 풀풀 나서 싫었는데... 이게 작가님이 일부러 의도하신건지 뭔지는 찾아볼만큼 애정도 생기지 않았을 정도로 읽는 것조차 고통이었다. 나머지 단편들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좋았고 그 중 드쥬나의 <아퀼라의 그림자>는 소설 속 말투도 너무나 드쥬나 그 자체여서 즐겁게 읽기도 하고 뿜기도 했다.

  "지금 녹화되는 게 공개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치고 따라잡지 못한 시청자들을 위해 요약정리를 해볼게. 김세훈, 너는 회사를 독차지하려고 라스푸틴을 시켜 아버지와 임원들을 죽였어. 일단 한자경이 대표가 되면 세력을 모아 무능력하다고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었지. 라스푸틴이 지금까지 용케 우리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네가 준 정보 때문이었고, 여기서 편집을 위해 잠시 쉼표. 그리고 너에겐 더 큰 계획도 있었는데, 그게 실현되었다면 넌 히틀러와 스탈린을 다 합쳐도 발끝도 못 따라갈 대량 학살범이 되었을 거야. 안산 연구소에서 전투가 일어나는 동안 검역을 뚫고 라스푸틴의 부하들을 해외로 방출할 생각이었던 거지. 그런 식으로 회사의 활로를 뚫으려 한 모양인데, 미쳤냐? 겨우 그런 이유로 수십억을 죽여?"

 

 

64. <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저는 이 책을 보고 확신했지만 구병모 작가님 분명 비공계나 구독계로 트위터 하실 것이다. 아니라면 한국의 트위터의 생리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아실 수는 없어.

  새들은 그 사람의 몸에서 풍기는 지독한 절망의 냄새를 맡고 몰락하게 되는 사건들이라곤 읽고 나서 일 분도 되새길 필요 없이 눈 운동 격으로만 보고 넘길 수 있는 연예인들 사생활 폭로전 시리즈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 비슷비슷한 소식들 속에서 갑자기 눈에 확 뛰어드는 글줄이 있었다. 긍정 운동 붐이 일어났던 두 달 사이, 인과간계는 정확히 계량할 수 없으나 잠깐 사라진 듯했던 새때의 공격 희생자가 한 시간 전 한강공원에서 다시 나왔고, 문제는 이 사람이 삼 년 전의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던 연예인이라는 거였다. 이 연예인은 단 한 편의 드라마 성공 이후 폭력과 음주운전 등으로 곧바로 내리막길을 걸어 대중에게 이름마저 잊힌 사람이었는데 이 일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해당 사건이 10여 건 리트위트 되어 올라오자 그사이에 꼭 정치적으로 올바른 꼰대들이 한마디씩 엄중한 충고를 넘어선 비난의 트위트를 불특정 다수 상대로 올리곤 했는데, 자극적이기만 할 뿐 더 이상의 유용한 대책 정보를 주지 못하는 미친 새떼 소식을 퍼다 나르거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연예인들 뒤꽁무니나 빨고 다닐 것 같으면 거기에 쏟는 관심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집단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과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돌려보라는 거였다. 당장 숫자만 보아도 연예인 1명 대 노동자 26명인데 어느 쪽이 더 중요해? 라고 되묻는 그들의 말에 무지몽매한 대중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자 하는 의지로 충만해 있었으며, 그들의 진짜 목적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잉여물이며 쓰레기인지를 자각하게 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 대신 만성화된 죄책감을 새삼스래 소환하는 데 있는 것처럼 보였다. 140자 내에서 말투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들의 언사는 대체로 '돌려보는 게 어떨까요?'가 아니라 마지막이 '쯧'하고 혀 차는 소리로 끝나며 한심하다는 투였는데, 그 '쯧'에는 '그렇게 대의에 무감각해서야 다음 희생자는 바로 너'라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

<조장기(鳥葬記)> 

 

 

65.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 아리아나 프랭클린
68. <죽음의 미로> - 아리아나 프랭클린
왜 4권인데 2권밖에 번역이 안 된거ㄴㅣ...ㅠㅠ 이거 #좋아하는여성작가책 태그 할 때 이즌님이 추천하셨던 거 적어놓은 건데 이 책 너무 재밌다ㅠㅠ 내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아는 가장 오래된 시대들은 아무리 옛날이어도 대충 17세기부터인데 이건 아예 "중세"라는 시기를 못박아놓고 그려내서 배경이 새롭기도 한데다가 주인공인 아델리아가 너무 존잘캐릭터이다. 여자가 어지간한 가축동물과도 같았던 시절 좋은 양부모를 만나 교육을 받은 아델리아는 자신의 고향인 살레르노를 벗어난 이후로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한계가 참을 수 없이 좋아! 왜냐면 아델리아는 자신이 "여자"여서 받는 모욕이나 수모를 부당하고 멍청한 일이라고 아주 명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작가님이 돌아가셔서 4권 이후의 이야기가 없는 것이 나의 천추의 한이고, 3권 4권이 번역되지 않은 것이 그 다음 천추의 한이외다...

  여전히 문을 바라보며 그녀는 화가 나서 생각했다. 나는 그를 언제나 가질 수 있어. 이 남자와 우리의 어린 남작들을 가질 수 있어. 그런 행복에 비하면 의사 노릇 한다는 게 무슨 대수겠어? 아무것도 아니야. 내 인생을 뺏어 가는 죽은 자들 따위 신경 쓸 것 뭐 있어? 
  그렇게 마음이 정리되자 그녀는 누워서 눈을 감고 만족한 듯 하품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잠에 빠져들면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은 클리토리스에 대한 것이었다. 그 신체 기관이 얼마나 놀라우며 신기한가 하는 것이었다. 다음에 여자를 해부할 때는 좀 더 꼼꼼히 봐야겠어.
  언제까지나 어디까지나 그녀는 의사였다.

 

 

66. <와일드> - 셰릴 스트레이드
영화를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난 여전히 밑의 부분이 제일 좋다. 영화가 셰릴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했다면, 책은 엄마를 상실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해서 좀 더 개인적인 기록인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둘 다, 여성이 다른 존재의 도움없이  스스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신만 괜찮다면 나는 좀 더 걷고 싶네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담요 옆에 샌들을 벗어놓았다. 혼자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질이고 모래 때문에 발이 따끔따끔했다. 조나단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까지 간 나는 몸을 굽혀 모래 위에 폴의 이름을 썼다.
  나는 전에도 몇 번이고 같은 일을 했었다. 열아홉 살에 폴과 사랑에 빠진 뒤로 바닷가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그렇게 했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빠지지 않고.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폴의 이름을 쓰면서 나는 이게 마지막이 될 거라는 사실을 예감했다. 더 이상 폴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알고 싶었다. 내가 폴을 떠난 건 실수였을까? 폴을 그렇게 대하면서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절대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을 해버리긴 했지만 그런 나를 내 스스로 용서할 수 있다면? 내가 새빨간 거짓말쟁이고 사기꾼이며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해 변명의 여지도 없지만, 단지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했고 내게 필요했던 일이라면? 정말 후회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때와 똑같이 행동할 수밖에 없다면? 그때 만났던 남자들을 사실은 내가 진짜 원했던 거라면? 마약이 내게 뭔가를 가르쳐주었다면 그때 할 수 있었던 대답이 노가 아니라 예스가 최선이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내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일들 때문에 내가 지금 여기까지 와 있는 거라면? 아무것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면? 아니, 이미 내가 다 회복되었다면?

 

 

67. <확률가족 : 아파트키드의 가족 이야기> - 박재현 김형재 엮음, 기획 박해천
취업을 하고 더욱 더 뼈저리게 깨닫는 사실이 있다면 서울로 직장을 잡으면서 통근가능한 거리의 수도권에 부모님의 집이 있다, 는 것은 일종의 재태크라는 것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내가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약간 걸쳐있는 일을 하고있지만 만약 내가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이었다면 이 일은 분명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 너무나 자명했다. 왜냐면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사람 갈아넣기로 유명한 분야거든. 지금도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것인가, 경력을 쌓으면 무언가 나아질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지만 적어도 이 분야에 한 번이라도 몸담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부모님의 자가 덕분임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나 또한 형제가 있는 상황에서 집을 잃은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를 생각해보면 암담해지는 것은 매한가지.

N: 우리는 어머님께 아이를 봐주시는 대가로 A씨의 월급 대부분을 드리기로 했어요.
A: 대신 N씨의 부모님께 생활비의 일부를 원조받게 되었고요. 생각해보면 우스울 수도 있는게... 아파트로 축적된 한쪽의 부가, 아기를 매개로 해서, 아파트를 끌어안은 한쪽의 손실을 메워주고 있는 셈이에요.
N: 너무나 흔한 얘기인 걸요. 별반 우스울 것도 없지요.
A: 중요한 건 내가 종종 겁이 난다는 거예요.
N: 나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기계장치의 신이 일으키는 바람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겠어요?
A: 저 책, 저 1만 권의 무게가 없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N: 그게 가능하다면요. 절대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69. <마션> - 앤디 위어
마션은 기본적으로 너무 과학적인 이야기라 기초적인 과학상식이 그냥 없다고해도 무방한 평생 문과계열의 나는 영화를 볼 때도 책을 읽을 때도 과학적 설명 부분은 포기하고 즐겼다. 그럼에도 이것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무엇이 잘못되어서 지금 fucked up 된 것인지 설명해주는 부분은(비록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을지라도) 환호성을 참을 수 없을만큼 재미있었다. 덕후들의 끝을 모르고 파고드는 에너지랄까? 그런 부분들은 확실히 크리피한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특히 작가가 이걸 다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썼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는 더더욱. 그리고 덕후의 크리피함보다 매력적임을 더 강조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자조적으로 웃을 수 있는 능력' 덕분이었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조할 수 있기. 조금 멀리 떨어져서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기. 

일지기록 : 118화성일째
  내가 물 환원기에 관해 나사와 주고받은 대화는 따분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사항들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쉬운 말로 요약해보겠다.
  나 : "어딘가가 막힌 게 분명합니다. 그냥 뜯어서 안에 있는 관들을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나사 : (다섯 시간 고심한 끝에) "안 돼, 그러다 망치면 죽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냥 뜯었다.
  나도 안다. 나사에는 울트라 슈퍼 천재들이 많으니 그쪽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게다가 그들을 하루 종일 내 목숨을 구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뻣뻣하게 굴어선 안 된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뒤를 닦는 방법까지 일일이 간섭하려 드는 데 질렸다. 그들은 아레스 탐사대의 우주비행사들을 선발할 때 자립심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 않았던가. 그것은 13개월에 걸친 임무이며 그중 대부분은 지구에서 수 광분 떨어진 곳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그들은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원했다.
  루이스 대장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녀의 지시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저 지구에 있는 얼굴도 모르는 관료들의 지시를 따르는 건? 미안하지만 좀 어렵다.
  나는 정말 조심스럽게 작업했다. 뜯어낸 부품마다 일일이 표시를 했고 모든 것을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컴퓨터에 도면이 있었으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부품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의심했던 대로 관 하나가 막혀 있었다. 물 환원기는 원래 소변을 정화하고 대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기구이다(우리는 호흡을 통해서도 소변과 거의 비슷한 양의 수분을 배출한다). 그런데 나는 물을 흙과 섞어 광천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물 환원기에는 광물질이 쌓여 있었다.
  나는 그 관을 청소한 다음 다시 조립했다.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 언젠가 또다시 이 짓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100화성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별일 아니다.
  나는 나사에 내가 한 일을 보고했다. 우리의 대화는 (쉽게 바꿔보면) 다음과 같았다.
  나 : "뜯어서 문제를 찾아 고쳤습니다."
  나사 : "미친놈."

 

 

70. <케빈에 대하여> - 라이오넬 슈라이버
71. <내 아내에 대하여> - 라이오넬 슈라이버
라이오넬 슈라이버 정말 칼같은 펜을 들고 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잔혹하게 모든 일을 끝마무리 지어버린다. 칼같은 펜, 이라는 것이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려내고자 하는 장면을 잔혹하게 묘사해낸다는 의미기도 하다. 나는 <케빈에 대하여>를 읽을 때는 케빈이 총기난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어서 놀랐고, <내 아내에 대하여>는 잭슨의 마지막이 그럴줄은 정말 몰랐다. 책의 뒤쪽에 가서는 텍스트로 구현된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을 있는 힘껏 찡그리며 읽게되는데 절대 순화시키지 않았을, 혹은 그나마 순화시켜서 이정도인 장면들을 출판해내고야 만 그 의지가 너무 좋았다. 번역된 문체로만 보자면 <케빈에 대하여>보다는 <내 아내에 대하여>가 조금 더 읽기 쉬웠는데 그래도 역시 <케빈에 대하여>가 훨씬 더 재밌었다. 자신이 선택해서 맺은 관계보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부정하게 되는 것, 이라는 소재 자체도 그랬고 무엇보다 엄마의 입장에서가 아닌 "어쩌다보니 여자라는 성별을 타고난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내 잘못일 거라고 생각해요. " 내가 도발적으로 답했지. "난 아주 좋은 엄마가 아니었으니까요. 냉정하고, 비판적이고, 이기적인 엄마. 하지만 당신은 내가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음, 있잖아요." 여자가 멀어졌던 5센티미터를 되돌리면서, 나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30도 시선을 회전하면서 느릿하게 말했어. "당신은 당신 어머니를 비난할 수 있고, 당신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를 비난할 수 있겠죠. 그러다보면 조만간 그건 죽은 누군가의 잘못이 될 거예요." 
  죄책감에 둔감해져서 박제된 토끼와 노는 여자아이처럼 죄책감을 꽉 붙잡고 있어서, 난 그 여인이 하는 말의 내용을 따라잡지 못했어.
  "그린리프?" 교도관이 외쳤어. 내 동료는 초콜릿바를 지갑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지. 내 눈엔 그 여자가 재빨리 질문하고 대답할 시간이 있는지, 아니면 헤어지기 전에 자신이 정리한 생각을 말할 시간이 있는지 게산하고 있는 게 보였어. 숀 코네리와 함께 있을 땐 진퇴양난에 빠지기 마련이지. 안 그래? 정보를 빼돌리거나, 아님 쏟아부어야 하니까. 어쨌든, 그 여자가 후자를 선택한 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 
  "모든 게 항상 엄마 잘못이에요, 안 그래요?" 코트 자락을 모으며 여자가 부드럽게 말했어. "남자애가 못되게 구는 건 엄마가 술에 취했거나, 아님 마약 중독이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아들을 제멋대로 자라게 놔두고, 잘못한 걸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는 한 번도 집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이 아빠가 술주정뱅이거나,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그리고 아무도 그 아이가 그냥 처음부터 빌어먹을 나쁜 놈이라고 말하지 않죠. 그런 실없는 얘기는 절대 믿지 마요. 사람들이 하는 기운 빠지는 얘기에 절대 휘둘려서는 안 돼요." 
  "로레타 그린리프!" 
  "엄마가 되는 건 힘든 거예요. 아무도 '임신하기 전에 반드시 완벽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았어요. 난 부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확신해요. 이렇게 멋진 토요일 오후에 이런 쓰레기장 같은 곳에 있잖아요? 아직도 당신은 노력하고 있어요. 이젠 당신 자신을 돌봐요, 부인. 그리고 다신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말아요." 
  로레타 그린리프는 내 손을 잡고 꼭 쥐었어. 내 눈은 갑자기 뜨거워졌지. 나도 그녀의 손을 꼭 쥐었어. 너무 세게 ,너무 오래 쥐어서 그 여인은 내가 자기를 못 가게 하려는 걸로 알았을 거야. 
  아, 여보, 커피가 식었어.
  - 에바

 

 

72.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내용을 보자면 정말 별 것 아닌 이야기이지만 너무 한국이 떠나고 싶은 20대 여성인 나에겐...산전수전 다 겪어도 한국을 떠난 계나가 부럽기 그지 없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개똥밭에 굴러도 한국이 아닌 선진국이 낫다, 가 이 소설의 주제가 될 것 같다.


73. <미스테리아> 3
경성 배경으로 한 곽재식님 단편 너무 좋았고(경성 너무 죠ㅇㅏ...) 드쥬나 단편도 좋았는데, 조이스 캐럴 오츠 얘기는 원래 그렇게 끝나는 거죠...ㅠㅠ? 뒤에 더 있거나 그러면 더 읽고 싶은데ㅠㅠ


7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015 노벨문학상 받은 책이고 많이 읽힐테니 더 이상 아무말 않겠다만 굳이굳이 전쟁에서의 여성들의 목소리 취재간 사람한테 하는 얘기...

ㅡ 하지만 그 여자들이 고국을 지킨 건 사실이잖아요? 조국을 구해냈다고요......
ㅡ 그건 그렇소만...... 그런 여자들이랑 정찰은 같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거요. 그게, 그래요...... 우리 남자들은 여자를 엄마나 아내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요. 결국은 아름다운 숙녀에게 익숙하다는 거요. 동생이 해준 이야기가 있어요. 한번은 우리 도시로 독일군 포로 행렬이 지나갔는데, 동생이 또래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포로 행렬에 대고 고무총을 쏘았나봐요. 그걸 우리 어머니가 보시고는 동생 뺨을 때렸소. 그 포로들이란 게, 히틀러가 최후 수단으로 징집한, 아직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들이었던 거요. 동생은 그때 겨우 일곱 살이었지만 우리 어머니가 그 어린 독일군 포로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너희 엄마 같은 사람들은 눈이 멀어버려야 돼. 세상에 어떤 엄마들이기에 이렇게 어린 자식들을 전쟁터로 내보낸단 말이냐!'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오. 그런데도 남자들 이야기는 그렇게 쓸 게 없는 거요?

 

 

75. <007 카지노 로얄> - 이언 플레이밍
76.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 이언 플레이밍
<007 스펙터> 영화에서 레아 세이두랑 모니카 벨루치 캐릭터 쓴 꼬라지 보고 분노해서 야! 원작 소설 좀 봐보자! 어디 얼마나 백인남성판타지 실현인지 보자! 하고 봤는데 진짜 백인남성판타지의 총집합산 및 정수였어. 근데 재밌다...? 이게 더 어이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약간, '이언 플레밍이 대단해봤자 옛날 사람이지 킄... 내가 아주 조목조목 까주겠어, 킄...' 이런 느낌으로 작정하고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007 전집 지를 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다가 중간중간 꽤 자주 여캐를 묘사하는 방식이 모욕적이긴한데...재밌다. 이건 그냥 작가적 역량이라고 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그만큼 캐릭터를 다층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 같은 경우에는 숨막히는 첩보전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도로 따라서 운전하고 가던 본드가 중간에 호텔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보험사기사건에 휘말려 희생자가 될 뻔한 여자를 구해주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들으면 재미없죠? 근데 읽으면 재밌어요. 왜냐면 작가가 본드에 대한 설명을 생략해버리고 이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왜 그 호텔에 그러고 있는지, 등등을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해주면서 구체적으로 묘사해주거든요. 약간 더 읽고싶었는데 나는 쌓인 독서목록이 많아 더 찾아읽지 못하였으나 이언 플레밍...인정하기 싫지만 대문호는 대문호인 것이다...

   나는 스토너 서장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런 다음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안전모를 쓰고, 건방져 보이는 털을 댄 고글을 쓴 뒤 스쿠터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천만다행으로 그 작은 엔진이 바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저들에게 보여 줄 수 있게 되었다! 일부러 뒷바퀴는 고정해 놓았다. 나는 클러치를 놓고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뒷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먼지와 조약돌이 옆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로켓처럼 앞으로 나가며, 기어를 바꾸고 64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이상 없어 보이자, 나는 뒤를 돌아보며 손을 들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자 아직도 연기가 나는 로비 건물 앞에서 경찰들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 다음 나는 소나무 숲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더는 내게 상처를 주지 못해 유감스럽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상처? 서장이 '상처'에 대해 이야기했던가?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내 상처는 이미 다 치료되었고, 흔적도 남지 않았다. 베개 밑에 총을 두고 자는 그 낯선 남자 덕분에. 오직 번호로만 알려진 비밀 첩보원 덕분에.
  비밀 첩보원? 나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다. 번호? 그런 건 벌써 잊어버렸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빠짐없이 영원히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77.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츠츠이 야스타카
호소다 마모루 감독전에 가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화 열다섯번째 보면서 다시 너무너무 감동하고는 원작소설 안 찾아봤던 것이 떠올라 찾아보았는데 실망... 나는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영화에서 치아키의 이모가 예전에 타임리프를 할 수 있었다, 는 설정은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주인공을 이해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이야기가 무엇일지 호기심이 생겨버리게 만든다. 그리고 트리비아를 찾아 읽다보면 '원작 소설은 이모의 이야기이다'라고 하니 당연히 엄청난 것이 있는 줄 알아버리잖아! 근데 별 거 없어서 소설읽고 대실망해버림. 영화의 각색이 최고였던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하자.


78.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섀퍼&애니 베로스
OH MY GOD THIS IS ABSOLUTELY LOVELY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의 어느 부분이 사랑스러운가에 대해 말하기엔 내가 힘에 부친다. 이 책의 어느 부분이 사랑스럽지 않은가를 말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말할 것이 없다. 모든 부분이 다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정말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미쳐버릴 것만 같은 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체 감자껍질로 어떻게 파이를 만드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이 책 읽은 이후로 감자껍질 파이 찾아 헤매이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바이다. 우리집엔 오븐이 없고 감자껍질 파이는 한국의 그 어느곳에서도 팔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구글로 돌린 검색에서도 감자껍질파이의 레시피를 읽었지만 나는 뭔소린지 알아들을 능력이 없다... 

책으로 이어진 인연으로 세계 제 2차대전의 영국령 건지섬의 한 사람과 펜팔을 하게되는 주인공 작가의 이야기인데 모든 이야기가 서간체를 통해 진행되기에 펜을 들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직접 그들에게서 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의 속편을 바라기도 했지만 작가님이 쓰시다가 병 때문에 돌아가시고 조카가 뒤이어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 두 번째로 작가의 죽음에 눈물을 흘림... WHY GOD WHY!!!(feat.조이 트리비아니)

  나는 비명을 질렀어요.
  "어떻게 감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내 책을 제자리에 돌려놔!" 
  뭐, 이렇게 시작된 거예요. 결국 나는 코딱지만 한 공이나 쪼끄만 새를 때려 맞히는 데서 기쁨을 얻는 남자와는 결코 결혼할 수 없다는 말로 결정타를 날렸죠. 롭은 빌어먹을 블루스타킹(18세기 런던의 문예 애호가 여성들을 조롱하던 말로, 이후 여권 신장을 주장하는 지식층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이라느니 잔소리꾼이라느니 하는 말로 응수했고요. 거기서 모든 게 끝장났어요. 아마 그 당시 우리의 공통점이라곤 '어떻게 우리가 지난 넉 달간 대화라는 걸 할 수 있었지? 도대체 무엇에 관해서?'라는 생각뿐이었을 거예요. 그는 화가 나서 씩씩대고 콧김을 풍풍 내뿜더니 그냥 나가버렸어요. 나는 상자들을 다시 열어 내 책들을 꺼냈죠.
  작년 어느 날 밤에 오빠가 기차역으로 마중 나와서 내가 살던 집이 폭격을 맞았다고 알려준 거 기억나죠? 내가 웃음을 터뜨린 이유가 잠깐 정신이 나가서 그런 줄 알았죠? 그게 아니에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어서 그랬어요. 롭이 내 책들을 지하 창고에 처넣게 내버려뒀다면 그 책들은 모두 무사했겠죠. 지금도 멀쩡히 내 손 안에 있었을 거라고요.

 

 

79. <여자 제갈량> 1 - 김달
나는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온전히 즐기기는 힘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책사가 여자라는 것 자체만으로 이렇게나 흥미있는 이야기가 되다니...!!!" 싶어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었다. 나는 삼국지가 너무 남자들만 나오고 맨날 땅따먹기 하는 거 재미없어서 도원결의까지 읽고 여섯번인가 일곱번 정도 때려쳤는데 장황하고 방대한 삼국지의 내용을 그 중에서 가장 이야기 하기 편하거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부분들만을 뽑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기 쉽단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자 제갈량>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잘 만든 이야기였다. 남자였던 캐릭터를 여성으로 "왜" 바꾸냐고 묻는 사람들에겐 아마 이 작품은 이미 낙제점일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남자들 일색이었던 이야기를 성별 반전을 시켜버리고는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이 "나는 여자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명확하게 인지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여자라는 것이 큰 약점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 속 안에서 인정해주는 설정 자체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충 5년정도 연재 잡는다고 하시던데ㅠㅠ 나는 이거 다 나왔을 때 몰아읽고 싶다ㅠㅠ 하나하나 기다리기 감질맛 날 듯ㅠㅠ


80. <드레스 코드> 1 - 천계영
여기까지 밖에 못 읽었지만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컷이 있었다. 멧돌을 돌리면 콩이라도 갈 수 있지만 운동을 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운동이 재미없다는 그 부분...이거 북카페에서 봤는데 보다가 캣니스한테 손가락 세 개 입에 맞춰서 하늘로 들어올리는 그 동작 할 뻔함. 잠시 천계영 작가님이 나의 캣니스고 내가 헝거게임 세계관의 소시민1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학원 앨리스> 21권 - 28권
중학교 때부터 읽기시작했던 시리즈 같은데 완결났다는 걸 최근에 알아서 만화방 가서 미친듯한 속도로 읽어내려갔다(미친 속도로 읽었기에 카운팅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역시 본격적으로 재미없어지기 시작한 것이 내가 읽기를 그만두었던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잘 된다고 엿가락 늘리듯이 늘리지 말라니까. 마치 당신의 이야기가 엄청난 음모라도 품고 있는 양 과거를 꼬지도 마. 21권부터 26권까지 한권으로 압축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던. 마지막 권 보면서 울기는 울었지만...근데 끝난 건 그렇다치고 나 이거 일본어 원서로 샀는데 북오프도 망한 마당에 어디다 팔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원앨리스 일본어 원서로 필요하신 분 있으면 진짜 말씀해주세요ㅋㅋㅋㅋㅋ 싸게드릴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1.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존 르 카레
르 카레가 직장다니기 싫다고 엉엉 울면서 5주만에 쓴 소설이라기에 얼마나 다니기 싫었는지 보고 싶어서 읽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취향과는 별로 맞지 않았다. 얇은 책이었는데 5일 정도 붙잡고 있었던 것을 보니. 이건 007 시리즈 읽고 바로 이어 읽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007의 본드가 행동파라면 추운 나라에서의 리머스는 세세한 계획을 짜서 그 계획을 실행하는 나름의 두뇌파였다. 이 둘을 비교했을 때 전자인 행동파의 이야기가 훨씬 활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내가 스파이 소설에서 흥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생동감"이기에 상대적으로 별로였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중에도 재밌었던 건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쓴 배경을 알고 읽으니까, 리머스의 계획된 주폭과 개망나니짓이 약간 작가의 못다한 자아실현 같이 보였던 것이었다. '나도 누가 나한테 이런 임무 줬으면... 전문성도 희망도 없는 직장 가서 대충 시간 때웠으면... 아무도 안 만나고 그냥 혼자 술이나 쳐마셨으면...' 이런 심정으로 주인공을 그려낸 것 같았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2. <Jane Austen> - 글.제나 알카야트/그림.니나 코스포드
83. <Virginia Woolf> - 글.제나 알카야트/그림.니나 코스포드
대문호들을 예쁜 삽화와 함께 쓰고 그려놓았네요. 저 제 주변의 미취학 아동들에게 이 책들을 선물할 것입니다. 존잘들은 어릴적부터 만나야죠. 존잘들 조기교육용으로 딱 좋은 이 책들, 여러분도 구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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