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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2013년 독서결산

by ㅠㅏㅠㅔ 2019. 11. 4.

2013. 12. 30. 21:21   

1. <벙어리 목격자> - 애거서 크리스티 

 


2. <슬픈 짐승> - 모니카 마론

어떤 작가가 쓴 소설에서 '첫 문장의 중요성' 을 설파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카프카의 변신에서의 첫 문장이 "그레고르는 잠자는 어느 날 아침 거북한 꿈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이 침대에서 괴물 같은 벌레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가 아니었다면 더 읽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난 이 소설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마주친 그 구절이 너무 좋아서 책 한 권을 다 읽게 만들었으니까. 젊어서 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러고도 한참을 살아 노인이 되었다.

 


3.4. <11/22/63> - 스티븐 킹 (총 2권)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작품. 난 그를 호러킹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별로 무섭지 않다. 아니 전-혀 무섭지 않다.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져 나가서 막힘없이 술술 읽었을 정도로. 케네디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어도 책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도 없다. 게다가 난 개인적으로 케네디가(家)에 관심이 지대했었어서 배경지식도 있었던터라 더, 더 재밌었던 듯. 문득 내가 미국 시민으로서 존 F. 케네디를 사랑했었던 한 사람이었다면 이 소설이 정말 가슴을 후벼팔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정말 많은게 달라졌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정말, 상상하고 싶어질 정도로, 기대되었던 사람이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사를 전해듣는 우리는 그가 무언가를 망치기 전에 죽어버렸기에 그를 그리워 할 수 있는게 다행인걸까 아닌걸까?



5.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치누아 아체베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작. 작가는 고국의 부패에 저항하여 국가 훈장도 거부한 뚝심의 작가님이시라고. 여튼 소설에 대해서 말하자면, 자신들의 부족 문화를 계승하며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과 그 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1부. 2부는 그들이 서양 세력들에 의해 변해가는 이야기이다. 아프리카라는 생소한 곳의 문화가 변해가는 과정이(더 정확히는 침략당하는 과정이랄까) 실로 현실적이었고 다소 아이러니했다. 결국 이방인도 용인하는 그들의 관대함이 자신들의 멸족을 자초한 셈이니까. 한 가지 불편했던 건 작품 전반에 걸쳐진 여성에 대한 처우와 묘사들 때문이었는데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는데도 읽고있자니 불편하기는 했다.



6.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작가 자신이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가했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쓴 르포르타주.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난 스페인 내전이 왜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부여잡고 읽었던 이유는 '전쟁'이라는 것을 미화시키지도 않고 악몽 같았다며 무작정 비하하지도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너무 심각하지도 않지만 또 전혀 가볍지도 않게 딱 중간에 서서 전쟁의 면면을 담담하게 서술해 놓았다. 이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각자의 노선이 디테일하게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해야지 해결을 할 수 있는지 등등을 서술하고 있던 점이 현실적이어서 딱 좋았다. 중간 중간 풋, 하고 뿜게 만들던 유머감각들까지도. 가히 그는 천재적이었다.

 

 

7.14.16. <헝거 게임><캣칭 파이어><모킹 제이> - 수잔 콜린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이거 책으로 보고 싶어서 얼마나 손톱을 물어 뜯었는지 모른다. 발영어, 쓰레기영어로 일상 생활 회화는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소설은 무리... 한국어로 죄다 외우고 있는 해리포터도 영어 소설로는 무리...뭔소린지 모르겠어... 사실 1권은 영화로 봤던 거니까 건너뛸까 하다가 어차피 한국어로 된 소설이니 길어봤자 두세시간 안에 끝날 거 알아서 빌려봤는데...대박!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사람에 따라 소설이 낫다 영화가 낫다 개취에 따라 갈리기는 하지만 난 둘 다 좋았다. 진심으로 소설은 소설만의 디테일한 매력이 있고 영화는 영화만의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는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폭망했던 <헝거게임>에 비해 두번째인 <캣칭 파이어>는 그나마 좋은 성적을 얻어서 다음 편들도 개봉되어질 것 같아 가슴 쓸어내린 1인이 여기 있습니다ㅠㅠ 배우진도 좋고 내용도 재밌는데 왜 안봐요 다들...? 보세요 쫌!  뭐, 사실 시리즈 자체가 판엠이라는 국가가 겪고있는 상황에 비해 묘사가 너-무 얕고 미국적이라는 비판이 산재하기는 하지만...미국건데 미국적이어야지 뭐 어쩌겠어 싶기도 하고 뭐 그르타, 나는.(다분히 팬심 반영)



8. <인생> - 위화
전통 민요를 채록하러 다니는 한 젊은이가 우연히 지나치던 마을에서 만나게 된 푸구이라는 노인의 인생사를 이야기로 들으며 전개되어가는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인생, 이었다. 중국도 우리나라 뺨치게 기구한 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기에 나올 수 있었던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이 90년대 초반에 나왔던 걸 감안하고 읽는다면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낼 수 있을 거다. 사실 어찌보면 흔한 이야기인데도 푸구이의 말투 때문인지 펑펑 울었었다.



9. <알루미늄 오이> - 강병융
빅토르 최, 는 한국계 러시아 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교포 3세. 그는 러시아 Rock계에서는 전설적인 존재이다. 그의 음악도 그러하지만 그의 삶 때문에 더더욱. 러시아 정부에 반하는 음악을 서슴치 않고 불러댔던 그가 암살 의혹이 가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날,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소설이 팩션으로 분류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쨌든 조금 모자란 아이의 시선으로 쓰여지는 문체가 더없이 매력적이었던 작품. 뭔 일이 일어난건지 내 핸드폰에서는 QR코드가 먹히지 않았지만 생전에 저작권 따위에는 근처도 가지 않았던 빅토르 최 덕분에 우리는 그의 음악을 마음껏 들으며 소설 한 편을 읽을 수 있다. 그나저나 빅토르 최가 활동했던 시대의 러시아의 현실이 2013년 현재도 여전하다는게 참...(뭐 우리나라는 별반 다르냐고 말하면 할 말 없지만)


  
10.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현대 사회를 비유하기에 딱 좋은 말이었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그러나 동시에 한없이 고독한 시간.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는 점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었다. 작가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고 철학자이다보니 사색에 잠기고 고민하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런 그에게 그럴 여유가 없는 지금이 이상적인 미래사회의 모습은 아닐테다. 그치만 난 무엇에나 동전의 앞면과 뒷면은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TV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며 바보상자라고 불렀지만 난 TV로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생각한다. 결국은 행동하는 주체의 문제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1.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한기연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상태라면 당장 주저앉아 읽어야만 할 책. 근데 그렇다고 행복한 가족을 가진 사람들은 읽지 않아도 될 책이라면 그건 또 아니다. 그냥 가족이라는 것이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맺고, 끊고 싶다고 끊을 수 있는 게 아닌 특수한 범주의 관계이다보니 일어나는 일들이 많이 실려있다. 세상은 별천지고 요지경이라는 거 알지만 참 별별 형태의 가족들이 있구나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 문장이 생각나더라. '행복한 가족은 다들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던. 가족만큼 모순된 양가감정을 갖게하는 존재는 거의 없어서 문제가 있다면 더욱 도움이 많이 될 책. 그냥 대부분의 문제 해결법은 하나다. '나의 삶' 을 사는 것. 그것을 납득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읽는다면 좋겠다.



12.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 희정
그들이 버린 게 '또 하나의 가족' 뿐일까. 규모가 커지면 사악해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란 걸 알아도 심한 건 심한거다. 고등학교 때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 중 유일하게 노조가 없다고 말하며 자랑스런 우리나라의 기업이라고 하던 선생님이 생각났다. 노조가 없는 건 불만이 없을만큼 좋은 대우를 해줘서 그런게 아니라 온갖 압력을 가해가면서 만들지 못하게 하는 거였단 걸 대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 삼성은 이미 외국인 자본이 50%를 넘겨서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부를 수도 없어진지 오래다. 다만 그 기업을 소유하는 일가가 우리나라 사람일 뿐. 난 이 책이 참 아팠고 그 싸움을 끝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그들이 더 아팠다.



13.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 전성원
간만에 내 취향의 인문사회 서적을 만났다! 사실 이런 책들 딱딱하기만하고 읽다 졸림 베고 작 딱 좋은데 이 책은 중요한 핵심만 쉽게 풀어서 설명해줘서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대의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실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자리잡게 되었는지가 흥미로웠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역시 산타클로스랄까. 상업적 목적으로인해 오늘날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단 것은 알았지만 코카콜라의 '부진한 겨울 실적' 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빨간색 옷을 입고 돌아댕기는 건지는 진심 몰랐다. 어차피 내 산타클로스 환상은 7살 때 깨졌어서 별로 상관은 없지만서두...



15. <다이어트 진화론> - 진세희
다이어트에 관한 인류학적 고찰. 색다른 다이어트 책이었다. 그걸 또 역사적 근거까지 들어가며 잘 풀어냈고. 



17. <백수 생활 백서> - 박주영
사실 트위터 상에서 봤던 문장들은 다들 엄청난 투지를 가지고 있는 문장들이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좀 놀랐다. 이렇게 기운 빠지고 안온한 분위기의 책이라니 싶어서. 내가 읽었던 문장들은 다 '내가 나임을 포기하지 않겠어어어어어!' 의 문장들이었어서. 그래도 무엇보다 좋았던 건 작가의 방대한 독서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나도 쓸 쑤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매력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왔던 그 수많은 책들 중 내가 읽었던 건 단 한 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책을 너무 중구난방으로 지조없이 읽어댔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8.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프롤로그부터 시작해서 에필로그까지, 한 장 한 장, 내 마음을 사로잡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진정으로 이런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 문장이 열리는 나무에서 똑 똑, 하고 따오는 걸까? 얼마 전엔 송혜교와 강동원을 주연으로 크랭크인 한다고 기사가 떴던데... 책에서 봤던 부모님의 이미지는 어린 나이에 이런저런 고생을 많이 해서 좀 삭은 느낌이었는데.

 

 

19. <마인드 더 갭> - 김규원 
영국에 대한 책. 근데 여행 가이드 책이 아니라 영국에서 생활하며 느낄 수 있는 좋은 점들을 적어놓은 책이다. 크게는 의회가 어떤 식으로 정치를 해나가는지부터 작게는 도로 교통 시스템에 대한 소소한 생각들까지가 소상히 적혀있다. 캐나다에서 잠시 지내다 온 나도 책을 읽으면서 '맞어 이건 이래~' 하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캐나다는 한 때 영국의 식민지였어서 이것저것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직까지도 영국 여왕을 국왕으로 모시는 나라 중의 하나)

  

20.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난 성격이 급해서 가끔 결말이 궁금한 책을 미친듯이 빠르게 읽어내는 경우가 있다. 사실 그렇게 읽어도 내용파악에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디테일한 부분은 좀 틀릴지라도 읽어야 될 핵심은 놓치지 않고 잘 읽어내는 편이라서. 근데 이 책은 결말을 읽고 멍-해졌다. 이해가 안돼서. 읽는데에 급급하다보니 인물관계를 생각해 놓질 않았어서 결말이 이해가 안됐고 이 소설은 디테일한 단서들이 모여모여 결말을 이루는 거였어서 다 읽고 나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다시 앞으로 돌아가 차근차그 읽고 머리를 굴려서는 결말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헉!' 했고. 150페이지 짜리 짧은 소설이지만 다시 읽게 되므로 300페이지 짜리 긴 소설이 될 것이라던 작가의 말은 신내림과도 같이 딱 맞아 떨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었는데 만약 책을 볼 생각이 있다면 절대 아무짓도 하지 말고 책을 먼저 보길 바란다. 조그만 힌트조차도 이 책에는 허용되지 않는 편이 독자를 위함이다. 아, 그리고 번역된 제목이 정말 후지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매우 동감함. 

  

21. < 무국적 요리> - 루시드 폴 
제목처럼 정말 통일성이라고는 없는 일곱가지 단편들이 모여있다. ?개중에 몇 개는 약간의 연관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다 다른 주제의 다 다른 이야기들. 단편을 그렇게 즐겨읽는 편이 아니라서 뭐라고 못하겠지만 행성과 횡성은 정말 헉, 했다. 허를 찔렸달까. 기억에 남았던 건 메이의 언어를 배우는 방법. 말과 말을 해가면서 배우기. 개인적으로 진짜 저렇게 배웠고, 배우고 있어서 나만의 방법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22. <이것이 힉스다> - 리사 랜들 
네??????????????? 뭐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상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서관에서 한참을 헤매고 헤매서 겨우 빌렸는데...진심으로 내 전에 빌린 사람들은 이걸 이해했는지 묻고 싶어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년의 가장 대단한 사건 하나를 꼽을 대 너도 나도 '힉스 보손의 발견'을 꼽고 빅뱅이론 덕후 나는 쉘든이 말하는 거에도 혹해서 알고싶다며 책을 빌려다 읽었는데... 이건 내가 읽을 책이 아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쿼크가 어쩌고 LHC가 어쩌고 힉스장이랑...또 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읽고 있는 내 자신이 뿌듯한 동시에 무식해지는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힉스 보손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고 추천했던 사람 대체 누구였을까? 한...10% 이해한 듯. 뭔가 질량에 대한 거 같다는 감은 옴. 질량이 어디서 생기는건지 뭐 그런... 

  

23. <오늘도 내일로> - 최은경
난 이 나이를 먹도록 왜 우리나라 돌아다닐 생각을 안했나 후회하게 만들었던 책. 

 

 

24. <실내인간> - 이석원



25.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박진영
심리학 서적치고는 굉장히 쉽고 재밌게 풀어서 쓰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내면적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었고 예전에는 그것과 어떻게 마주보고 해결해나가야 하는지를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 관련 책을 읽으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관심이 생겼다. 사람의 뇌, 가 일으키는 수많은 화학작용과 사고체계들이 궁금해 그것을 '실험' 이라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통계' 를 내어 수치화 시킨 것이 오늘날의 심리학. 실상 읽다보면 부분부분 도움도 많이되고 새롭게 알게되는 면도 많다. 하지만 이런 나도 정통 심리학 쪽은 진짜 너무 재미가 없어서 선뜻 뽑아들지는 못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딱 좋을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실험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유의미한 실험들을 모아서 소주제로 나누어서 설명되어져 나가는 책.   



27.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 야콥 블루메
난 남들만큼 술을 마시는 편이기는 하지만, 소주같은 알콜냄새가 심한 증류주는 질겁하는 편이다. 와인은 좋아라하지만 초딩입맛이라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만 꿀꺽꿀꺽 마셔대고 다른 종류는 그닥. 하지만 와인의 최대 약점은 가격인데 혼자 먹기엔 양도 많고 가격도 좀 센 편이라 즐기지는 않는다. 와인 정도도 가격이 세다고 느끼는 나에게 양주같은 것들은 모임 나갔을 때 누가 사주면 얼씨구나 좋다면서 마실 수밖에 없으니...결국 혼자 가볍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선택지는 맥주 or 막걸리 정도가 남는다는 얘기. 근데 막걸리는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하니 그렇게 맥주는 내 음주역사상 최애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원래도 먹는 거에는 새로운 걸 가리는 편이 아니라 이것저것 일단 마셔보는 편이기는한데 지나가다 발견하고는, '맛있는 맥주를 알아보자!' 라며 뽑아들었건만...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던 책이었다. 이건 맥주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고로 이 맥주가 맛있고 이건 별로고 뭐 이런 평가는 거의 없음. 읽을 때는 별로 재미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 읽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술의 기원이랄까를 알게 되어서 나름 가치있었던 독서였다고 생각된다.   



28.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
<너의 목소리가 들려> 쌍둥이 에피소드를 이 책에 실린 '악마의 증명' 이라는 책에서 베껴왔다고 해서 논란이 많았었던 터라 뒤늦게나마 찾아 읽었다. 뭐, 내가 표절이다 표절이 아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읽고나서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악마의 증명' 만 읽고 말려고 했는데 그냥 다 읽었다. 어차피 장편도 아니고 심심풀이 땅콩일 때마다 책을 집어드니 술술 읽힙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내가 왜 이런 류를 좋아하며 계속 읽는가, 에 대한 답이었다. 난 15세 관람가 영화의 잔인함도 종종 매우 힘들게 견디는 편이다(최근 위대하게 은밀하게를 보다가 멘탈 너덜너덜해진 1人). 근데 또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이 주는 싸-한 소름돋는 느낌과 압박해오는 긴장감을 굉장히 좋아해서 책으로라도 보는 거였다. 책은 제아무리 잔인하더라도 열심히 상상하려는 노력만 없다면 어느정도 버틸 수 있어서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제일 싸-했던 건 <물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오늘의 탐정>. 이름 때문에 빵터졌던 건 설록수, 가 나왔던 <협찬은 아무나 받나>.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독자층만 늘어난다면 얼마든지 좋은 작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던 것 같다.



29. <꿈의 스펙트럼> - 전명진
한 청년의 여행기가 이렇게나 부러웠던 이유는 첫째로 그가 이러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열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그걸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며, 셋째로는 내가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곳과 아직 가보지 못한 수많은 장소들에서 겪은 경험들이 차곡차곡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보면 흔하디 흔한 자전 여행기 중 한 권일수도 있지만 그가 실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시작과 끝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름아닌 '한복 알리기 프로젝트' 였으니까. 누가 그러라고 시킨 사람도 없고 이것 좀 해보지 않겠냐며 돈을 준 사람도 없는데 알록달록한 색의 정체모를 옷을 들고 다니며 세계 곳곳에서 인증샷을 찍었던 한 청년. 어딘가에서는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고 어딘가에서는 알 수 없는 옷이라며 당장 꺼져버릴 것을 종용받기도 했지만 몰래몰래 어떻게 해서라도 자신이 찍고자 했던 사진을 얻어내고야마는 청년. 언젠간 꼭, 나도 이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   



31.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이것 또한 재미있는 심리학 책. 이 책에서는 작가가 생각하기에 심리학 사(史)에서 가장 유의미했던 연구 10가지를 뽑아 그 실험들에 대해 개별로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 연구에 관한 것들만이 아니라 그 연구를 실행했던 연구자의 생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나와있는데 그게 그 연구를 이해하는데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연구들마다 작가 자신이 그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와있어서 살짝 소설같은 부분도 나오고 나름 새로웠던 심리학 서적이었다.   



34. <오후 4시, 홍차에 빠지다> - 이유진
난 마시는 건 참 좋아하는데 무미(無味)의 물을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음료를 많이 사먹게 되다보면 하루에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너무 많이 먹게 되더라. 그 차선책으로 찾게 되었던 게 차(茶). 난 원래 녹차를 안 좋아해서 중국에 가서 맛 들여온 게 완전발효차 종류였는데 이 중 제일 유명하고 제일 대중적인 게 홍차다. 그 대중적인 인기에 힘입어 브랜드도 엄청 많고 종류도 워낙 많아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감이 안 올 때에 집어들게 됐던 책. 이 책은 홍차의 유래나 역사 같은 것은 완전히 배제하고 어느 브랜드의 홍차는 이렇고 어느 브랜드의 홍차는 저렇다, 는 식의 책이다. 이 책의 작가처럼 홍차만을 좋아하며 거기에 빠져서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여기 나오는 차를 다 먹어볼 수는 없는 일이고 일단 나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랜드로다가 하나 마셔보고 있는 중.   



39.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 - 에드 디너, 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가끔 만나게되는 심리학 책 종류들 중 하나인데 이 책이 딱 그런 케이스였다. 일단 책 제목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려준다. 그러고는 이 두꺼운 책 전체가 그 제목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연구결과들을 쓸어담아 만들어져 있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식이라는 거다. 이 책도 '이 세상에 그 누구도 100% 행복할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모나리자처럼 83%만 행복하라.' 는 한 마디 말을 독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쓰여졌다. 우리는 모두 행복 콘테스트를 벌이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 '행복' 이라는 것이 제일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그 행복을 어떻게 이뤄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적당히 행복하라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과유불급.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오래 살고 싶다면 적당히 행복하고 조금은 불행해야 한단다.   



26. <종이인형> - 황경신
32. <눈을 감으면> - 황경신
35.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 황경신
36. <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
37. <밀리언 달러 초콜릿> - 황경신
이 다섯 권은, 짤막짤막한 단편이 묶여져 있는 책들이었다. 처음으로 읽었던 황경신 책들이 다들 단편이라 좀 당황했었다. 소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필도 아닌 것이 게다가 죄다 단편. 그래도 계속해서 읽다보면 그녀만의 상상력의 바다에 빠지게 된다. 신기하다. 황경신의 글은 좀 아이같은 면이 있다. 그녀가 그토록 쓰고 싶어했던 동화들처럼 아이에게 묻어나오는 순수한 느낌이 있다. 깨끗하달까? 좀 비현실적이 깨끗함. 그러면서도 어딘가 처연한 느낌. 내가 느낀 황경신은 그랬다.   



33. <위로의 레시피> - 황경신
난 위의 단편들도 좋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책이었다. 한 가지 요리에 얽힌 개인적인 사연들을 수필 형식의 단편으로 풀어낸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에게도 그런 요리들이 참 많았음을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음식이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언젠가 딱 한 번 먹어봤던 그 음식이 주제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와 싸우고 화해한 뒤 먹었던 뼈해장국. 30분 공강을 이용해 허겁지겁 허기만 달래고자 먹었던 편의점 샌드위치. 처음엔 내가 좋아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고수풀이 든 계란국까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지만 황경신이 썼기에 이만큼 좋은 글이 나왔음을, 그래서 책이 되었음을 안다. 쨌든 나에게 있어 올해의 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큼 만족도 짱짱짱 이었던 책. 꼭,꼭,꼭 읽어보시길.   



38. <세븐틴> - 황경신
주인공이었던 니나는 열일곱이라기에는 너무 성숙했다. 적어도 나의 열일곱보다는 훨씬 더 그랬다.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도 더. 그치면 딱 황경신의 글이었다.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순수하지만 처연한 맛이 난다. 딱히 불행해보이지도 않는 인물들에게서 어떻게 그런 느낌이 날 수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고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그저 난 내가 만나는 사람과 내가 '아주 클래식한 연인' 이기를 이 책을 읽으며 소망했다.   



30. <침이 고인다> - 김애란
39. <달려라 아비> - 김애란
김애란의 글은 뭐랄까...드러내놓고 아프다. 근데 그 아픈게 막 아파 죽겠는 그런 류의 아픔이 아니라 그냥 거기 계속해서 존재하는 아픔이다. 그 아픔을 굳이 아픔이라 칭하지 않는, 하지만 명백하게 아플 것임이 분명한 뭐 그런. 내가 그 아픔을 상처라고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다. 상처는 아픔의 결과물이다. 근데 김애란이 쓴 글의 주인공들은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아픔을 겪는다. 김애란은 그 아픔이 상처가 되는 과정 중간즈음에 자리잡고 앉아 그것들을 글로 써 내려간다. 나는 그 글을 보며 괜찮아하지도 않지만 아파하지도 않는다. 그녀의 글은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단편에서 이런 특징들이 더 두드려졌고 그래서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존재하는 아픔'이 길게 그려진 글을 한 번 쯤은 보고 싶어서.   



40. <그림 여행을 권함> - 김한민
책의 내용 그대로 그림 여행을, 권한다. 난 꽤 자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진기가 처음 나왔을 때 화가들은 모두들 공포에 떨었다고 했다. 저렇게 사실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기계가 나왔는데 사람들의 뭐하러 그림을 찾겠냐며. 하지만 사진기가 발명되고 200년 가까이 된 지금에도 그림은 여전히 남아있다. 난 그 이유가 우리는 모든 순간을 사진기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나 사진기가 흔한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사진기 앞에만 서면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고는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장 예쁘게 보이기 위한 판박이 같은 표정을 짓기만 한다. 그 지점에서 나는 그림이 가치를 갖는다 본다. 항상 내가 원했던 순간에는 카메라가 없었고 그 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다. 그럴 때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내 머리속에서 재구성 된 장면이라도 그려보고 싶었어서. 근데 뭐든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은 날 낙서조차도 하지 않게 만들었고 그림과 멀어졌을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작가는 말한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냥 그리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거라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내 자신의 기억을 보존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채택할 뿐인데 선 몇 개로 찍찍 그려도 상관없고 정성스럽게 색칠해도 상관없다고. 그래서 난 어설프지만 조금씩 그려보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내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을 그림 그리기를 통해 좀 부숴버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하니, 마침 잘 되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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