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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2016년 독서결산

by ㅠㅏㅠㅔ 2019. 11. 6.

이거 다 썼더니 바로 2017년 목록 쓰러 가야한다네 미루는 인간의 최후


2017.11.01 

 


1. <눕기의 기술> - 베른트 브루너
내가 얼마나 눕기를 좋아하면 이런 책까지 찾아보겠니. 정말 나는 프로 눕기러이다. 하하. 책이 과히 재밌지는 않은데 이 책 읽으면서 우길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 생겼다면 그것은 사실 누워서 먹는 것이 소화에 좋지않다, 는 말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알약을 삼킬 때에는 약이 식도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앉거나 서서 먹어야 하지만 그 외의 다른 것을 먹을 때 앉아서 먹는 것이 강요되는 것은 미학적 측면이 더 강조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워서 먹는 것이 보기 좋지 않고 자꾸 흘린다는 이유도 있어서 앉아서 먹는 것이 강요되었다고 함. 하지만 마이애미의 어느 해변에는 누워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식당이 있고 오픈한지도 10년이 넘었다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을 이후 먹고 바로 눕거나 누워서 먹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고 있다. 나는 소가 될 리가 없어. 그건 근거가 없거든 훗.


2. <모네의 그림같은 식탁> - 클레르 주아
모네가 작품 수도 워낙 많고 인상파 화가 중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축에 속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느낌 상 굉장히 오래 전의 사람인 것 같지만 1920년에 죽었으니까 같은 세기를 살았던 사람이기는 하더라. 꽤나 최근의 인물이고 그의 요리에 대한 집착은 생전부터 유명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의 전담 요리사가 직접 쓴 레시피까지 첨부되어 있다. 나는 모르는 음식이 태반이고 먹어본 음식을 세는 편이 더 빠를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요리가 실려져 있다. 모네는 식사를 다른 사람들보다 이르게 하는 편이었고 한 번 먹을 때마다 코스요리로 진수성찬에 가까울 정도로 먹어서 요리사가 많이 고생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한 번 맛 없는 거 먹으면 그 날 하루종일 기분이 나빠서 작업을 하며 화를 냈기 때문에(집에서 일을 하니까 그가 기분이 나쁘면 온 집안 사람들이 눈치봐야 했음) 요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만 했다고. 모네에 대한 내용 말고도 사진 같은 것도 예쁘게 찍혀있는 책이라 눈도 즐겁다.


3. <칼로리 플래닛> - 피터 멘젤, 페이스 딜뤼시오
세계 여러 나라의 여러 지역의 한 개인의 하루 식사를 사진 찍고 그 사람이 어떤 식습관으로 사는지를 기록해서 쭉 모아놓은 책인데 나름 보기 쏠쏠함. 안 심심하다고 해야하나. 일단 각 나라의 기본 식생활을 보는 것도 즐겁고 같은 나라에서도 직종에 따라 성별에 따라 나이대에 따라 식사메뉴가 달라지는데 이걸 지켜보는 게 재밌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지역의 소년부터 토론토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주방장의 식사까지 조명해주는데 보다보면 내가 진짜 잘 먹고있구나, 이런 감정도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4. 5. <용감한 친구들> 1,2 - 줄리언 반스
이건 중간에 작가가 서서히 흘리는 단서들을 줍다가 그 단서들이 명시되어져 나와서 ‘아앗-!!!!!’하게 되는 것이 참 묘미이므로 많은 말은 하지 않겠다. 그냥 읽으셔야 한다. 아서 코난 도일이 실제로 한 사무변호사를 누명에서 구해줬던 일을 줄리언 반스가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팩션인데 여기 나오는 인용구나 신문기사나 편지는 실제로 모두 존재하는 것들에서 가져온 것이지 작가가 지어낸 것도 하나도 없다고 함. 너무…너무 짱 재밌어… 꼭, 꼭 읽으세요.


6. <나를 보내지마> - 가즈오 이시구로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는데 나는 책이 더 좋았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지나가버린 어떤 일에 대해 아련한 감정을 천재적으로 묘사해 낼 수 있는 작가임.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복잡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설이 이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어떤 사람과의 추억은 그 추억 이후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가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나는 이 소설 자체도 너무 좋았지만 추억의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정말 잘 표현해 낸 부분도 너무 좋았다. 소설의 초반 부분을 읽으면서는 루스에 대해 온화하게 이야기하는 캐시가 잘 이해되지 않는데 조금 더 읽다보면 캐시가 왜 그랬는지도 이해가 가고 그래서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루스와의 이야기를 읽게되는 매력이 있다. 물론 루스를 진짜 밉상으로 그려놓지도 않기는 했던 덕도 있지만.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갖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낭만적이고 슬픈 일인지도 다시금 깨달았다.


7. <기획의 정석> - 박신영
회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책이었는데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확실한 실체가 없는 일을 설명하는 것은 나름 순서를 맞춰서 잘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쓸려고 무진 애를 썼다는 것이 훤히 들여다보여서 보다보면 어느 순간 엄청 짠…하다고 해야되나 그런 느낌도 들 뿐더러 이 책에서 쓰는 모든 “쉽고” 비교적 “이해가 빠를” 비유들은 다 연애 관련한 비유임. 그리고 그 비유들 굉장히 여성혐오적인 부분들 많다. 연애가 이야기 될 때 얼마나 남성적인 시각에서만 이야기 되고 있는가를 체감시켜 준 책이었다. 이 저자 분은 여성이시고 이 책으로 성공도 하셨지만 나는 다 읽고 진심으로 씁쓸했음.


8. <엄마의 탄생> - 김보성, 김향수, 안미선
페미니스트인 세 명의 학자가 한국에서 엄마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고심해서 써 낸 책인데 자신들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삼아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그 이야기들도 수록해 놓은 책이다. 이 책은 주변에 아이를 낳는 지인들에게 꼬박꼬박 선물해주고 있다. 여자들은 기혼이건 미혼이건 아이가 있건 없건 읽으면 공감하면서 자신의 사례나 주변 사례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자들은 아예 안 읽겠지… 근데 아이를 갖는다면 정말 꼭 읽었으면 좋겠다. 모성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것이 얼마나 허상인지를 말해주는 책이고 뒷편에서는 그 모성신화의 허상을 깨달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들어있어서 더 현실감이 있는 책이었다. 일단 쓰여져 있는 방식도 전혀 어렵지 않아서 책장도 잘 넘어감.


9. <3배속 살림법> - 조윤경
자잘자잘한 살림팁들이 실려있어서 주변에 결혼하는 남자들한테 너도 살림하라고 선물로 잘 주고 있다. 블로그보다는 좀 더 정리된 느낌으로 되어있어서 후루룩 보며 팁 골라서 실제로 써먹어보면 괜찮다.


10. <3시의 나> - 아사오 하루밍
이런 책 읽을 때마다 생각하지만 일본은 기본 인구가 한국의 3배 정도이고 우리보다는 활자매체에 대한 거부감이 좀 적은 나라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출판시장의 최소 인구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 나오겠냐고… 솔직히 이 책이 번역돼서 나온 것 자체가 너무 기적 같은… 이거 내용 진짜 하나도 없고 그냥 1년 동안 3시에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간단한 삽화와 몇 줄의 일기 같은 거 쓰는 책인데 이게 우리나라에서 팔리겠냐… 진짜… 안 될 책을 보고도 파시는 분들 대단하시고 존경스럽다. 이런 출판사들 덕에 저 같은 책덕후가 삽니다.


11. <남아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선택할 수 없었던 위치의 사람이 주어진 범위 안에서 그 인생을 착실히 살아나갔을 때 가질 수 밖에 없는 후회를 담은 이야기였다. 책을 막 다 읽었을 때는 내 얘기는 아니라고, 주인공과 나는 살아가는 시대가 다르다고,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즈오 이시구로는 주인공에게 후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타당하게 주려고 했던 것뿐이었고 사실은 지금 우리들과 크게 다른 것은 없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12. <나만 힘든가> - 한국 민우회
내 앞날에 대해 그다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너무 암담하기 때문) 이 책 읽고 정말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결론은 멋진 여성이 되어야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멋진 여성이 되려면 너무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문제이고 나는 게으름뱅이이지만 흑흑… 여기 보면 ‘자기는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여자 선배가 없다’고 하는데 이게 너무 내 얘기여서 그 부분을 읽은 순간 어째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


14.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가 했던 TED 강연을 텍스트 형식으로 정리해서 뒤에 에세이 좀 더 붙여서 낸 책. 강연 부분도 좋지만 뒤쪽에 작가가 별도의 에세이를 붙여서 출간했는데 그 에세이도 좋다.


15. <속삭임 속삭임> - 최윤
출판사에서 단편들을 모아놓고 그 중의 하나를 꼽아서 단편집의 제목을 붙이고, 독자인 나는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데도 단편집에서 제목이 되는 단편을 가장 좋아하게 된다는 건 언제나 신기하고 감동받는다. 나 역시 <속삭임 속삭임>이 제일 좋았고, 마치 속삭이듯이 쓰여져 있는 소설 방식도 좋았고,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다는 묘한 승리감도 좋았다.


16. <화재 감시원> - 코니 윌리스
<화재 감시원> 정말 너무 펑펑 울어버리게 되고 <내부 소행>은 로맨틱하면서도 작가 자신의 간절한 소망(“빌어먹을 멩켄은 꼭 필요할 때 대체 어디에 가있는 거야?”)을 담아서 썼다는 것에 울컥해버리고 말아버린다. 다른 단편들도 좋지만 두 개가 제일 좋고 코니 윌리스 더 열심히 읽어야 했는데 앞으로 더 많이 읽을 것이다.


17. <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
여자로 태어났다면 303403851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생리 좀 안 했으면…!’. 코니 윌리스도 그런 염원을 담아서 쓴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한국어로 번역해 놓으니까 뭔가 그 의미가 100%는 안 느껴지는 것 같은데 원제는 ‘EVEN THE QUEEN’이죠. 그리고 뒤에 생략된 말은 ‘HAS PERIOD’이겠죠. 여왕조차도 생리는 한다고…!!! 여자인 우리들은 지위고하 빈부를 막론하고 모두 다 생리를 한다고…!!! 간단한 방법으로 생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한 청소년 아이가 ‘자연을 따르겠다, 존중하겠다’고 하면서 일어나는 짤막한 단편인데 천재적인데다가 너무 웃기고 동시에 씁쓸해지기까지 하는 이야기였다. 코니 윌리스도 자궁이 없으면 닥치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대작가로서 그건 너무 격 떨어지니까 소설 하나 뚝딱 써 낸 것은 아닐까 나 혼자 유추해본다.


18. <리틀 브라더> - 코리 닥터로우
테러방지법 때문에 그것과 비슷한 상황을 다룬 SF 책이라고 돌아다녀서 찾아봤었다. 그러나 이거 보면서 1세계와 3세계의 간극은 참 크나크다고 느껴버리고 그만 눈물 흘려버리고 말았지… 이 책 안의 상황도 끔찍하지만 그 상황보다 더 충격받았던 것은, 1세계에서는 청소년에게 전기 충격을 하고 제 때에 화장실을 갈 수 없게 만들고 “제대로 케어를 해 주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극한의 학대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3세계의 나는 이런 것… 당하진 않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이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충격의 정도가 막 심각하지는 않아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함을 느꼈음. 책은… 뭐 그냥그냥 볼만은 한데 매우 재밌지는 않았다.



19. <국경의 로큰롤> - 링크 센, 페칵 맘두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오바마 집권 시기였기 때문에, ‘아니 이런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이야?!’라며 가장 이민자 친화적인 오바마 정부 밑에서도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었지만 우리 모두 트럼프 치하의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는 시대에서 살아가며 하루하루 나빠지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지… 앞으로 최소 4년(탄핵이 없다면), 최대 8년(최악을 가정하자면). 이 책을 쓴 저자들은 이민자로 미국에 정착해서 웨이터/웨이트리스(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서버를 말하는 것)를 하며 사는데 이 일이 무시당하지 않고 좀 더 대우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사회운동을 계속하다가 책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직접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9.11 테러 이후로 미국이 얼마나 이민자들에게 근거없는 적의를 표현하기를 망설이지 않았으며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를 말해준다. 이 책 읽고 미국에의 이민생각 원래 없었는데 더 사라졌네…


20. <좀비> - 조이스 캐럴 오츠
이건 말 그대로 공포 소설인데, 주인공이 싸이코패스이니까 누가 범인인지를 알아내는 재미는 당연히 없다. 그렇다고 이 범인이 잡히느냐 마느냐의 긴장감도 없음.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 미친새끼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뭘 하면서 사는가, 를 얘기하는 소설인데 신기했던 게 주인공이 ‘끌리는 타입’이 여태까지 흔히 접했던 타입이 아니었다. 이 소설 읽는 도중에 이 타입이 밝혀지고 나서야 어째서 항상 ‘금발의 여자’나 ‘브루넷의 여자’만을 죽이는 싸이코패스들에게 조금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는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성적취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었는데 천편일률적으로 헤테로 싸이코패스들만 보면서 살았어.


21.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정말 조곤조곤 흥미롭게 모든 디테일을 다 쓰고야 마는 집념의 작가이다. 사람이 자기가 아는 것을 주구장창 얘기하다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루함을 느껴버리고야 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다. 정말 흥미로운 사실들만 취사선택 해서 써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적절하게 맺고 끊는 것을 아는 작가임. 자신이 살고있던 집이 과거에 어떤 곳이었는데 여기에선 누가 살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그 시대로 돌아가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거나 또는 그것들의 초기 발명품 등등에 대한 사실들을 써냈는데 정말 너무 재밌고 ‘메이슨자의 발명가는 사실 많은 돈을 벌지 못했어’ 같은 쓸데없는 지식들 잔뜩 얻을 수 있다...!


22.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 - 다이나 프라이드
유명한 소설들 속에 나오는 식사를 실제로 구현해 사진을 찍고 소개해 놓은 것인데, 나는 <모네의 그림 같은 식탁>을 먼저 봤어서 이 책도 당연히 그런 형식일 줄 알았지만 이 책에서는 레시피를 소개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가 상상해서 머릿속에 그려내야 했던 식사들이 사진으로 예쁘게 구현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장가치는 있다.


23. <드링킹> - 캐롤라인 냅
이 즈음 매일 맥주 한두캔씩 마시고 있었고 친구들이 자꾸 나보고 너 알콜중독이라고 하면서 정말 큰일이라고 하길래 겁나서 찾아봤던 책인데 작가는 나와는 정반대 타입의 알콜중독이라 이 책 읽고 더욱 안심해버려서 혼자 술 더 열심히 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는 10대 때는 거식증, 2-30대 때는 알콜중독, 그 뒤에는 반려견에 집착하는 삶을 살며 그 과정을 다 거쳐서 치료를 하고는 그 때를 되돌아보는 책을 써냈는데 이 책은 2-30대 때를 돌아보며 낸 책이다. 작가는 자신이 왜 알콜중독에 걸리게 됐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술에 얼마나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를 지적하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데 한국인들은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국만큼 술에 관대한 문화가 어디있는지? 자신의 주량을 자랑하며 술을 못 먹는 게 창피한 일이 되는 나라이고 취미생활이 술 먹는 게 되는 나라인데. 나도 술 좋아하지만 이 책 읽고나서 나도 이런 식으로 술을 먹기 시작하면 꼭 이 책을 다시 읽고 정신과로 향하겠다고 진짜 벽에 써붙였다.


24.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 - 알퐁스 도데
25.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26. <소설가의 일> - 김연수
정작 김연수의 소설은 하나도 안 읽고 수필부터 읽었는데 저는… 이 수필에서 계속해서 말하는 “일단 써라, 무조건 써라. 작가가 되고 싶다면 앉아서 써야한다”는 이야기에는 깊이 공감했지만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유머러스 하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노력이 너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사람이 굳이 유머러스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남겨주었음. 적어도 이 수필에서 김연수는 유머러스 하려고 노력했던 순간의 문단보다는 진지하게 소설을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할 때 훨씬 좋은 문단을 만들어냈었는데.


27.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여러 명의 작가들이 자신이 좋아했던 동화에 대해 말하는 책인데 보면서 나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동화를 체크해보기도 했고 내가 좋아했던 동화들도 있고 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착착 읽었음. 그리고 각각의 동화는 공통적이지만 그것을 보며 느꼈던 감상은 비슷하면서도 그 나름 다르다는 것이 너무 흥미로워서 내가 그 동화를 읽었을 때 어떤 점을 좋아했었는지를 그 작가가 좋아했던 점과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웠다. 다만 맨 마지막의 윤동주 말하는 사람 부분에서는 무슨 어머니의 자궁을 찾고 지랄부르스 났으니 그건 보지마세요.


28. <그가 돌아왔다> - 티무르 베르메스
상황 설정 능력은 진짜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돌프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 때 죽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현재에 눈을 떠서 살게 된다면?’ 의 가정으로 시작하는데 히틀러가 다시 유명해지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를 비롯한 신문물을 통해서 이루어짐. 그렇게 계속 “블랙 코미디” 형식을 취하며 유명해진다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여기까지는 그냥 그냥 그렇다고 쳐 줄 수 있다. 그러나 히틀러를 되살려놓고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별로 좋은 점수는 줄 수가 없다. 픽션에서이지만 이 개새끼를 되살려놨다면 그에 알맞은 처벌 또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멈출 수가 없음.


29. <조선, 1894년 여름> - 에른스트폰헤세 바르텍
여기보면 남자들 게으르다는 얘기 잔뜩 있는데 진짜 유구한 전통이고 DNA에 새겨진 어떤 특질이 아닐까? 리뷰 몇 개 읽다가 왜 이렇게 부정적인 면을 썼냐고 뭐라 하는 걸 봤는데 아니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나보지… 뭐 어쩌라는 거야? 한국인들의 조상에 대한 집착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조상은 그냥… 옛날에 살았던 타인 아닌가? 이런 반응 볼 때마다 좀 어쩌라고 싶어지며 사실 과거의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나이가 많은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보다 더 어린 존재들이기도 하다는 말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0. <이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줌파 라히리
작가는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을 이쪽 강변에서 저쪽 강변으로 건너간다는 식으로 표현했는데 이런 저런 언어를 하는 나는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언어를 정말 완벽하게 구사하고 싶다는 욕망 같은 건 다들 있지만 언어를 어느 정도 해 본 사람이면 이 열망이 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하면 할수록 모국어 화자 수준의 ‘완벽한 구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고 좌절하게 되는데 작가는 모국어인 영어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이 책을 써냈다. 언어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읽어봄직한 책.


31. <닉 혼비의 노래들> - 닉 혼비
한 권 읽는 내내 내가 음알못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으며… 거짓말이 아니라 여기 나온 노래들 중에 아는 노래가 하나도 없었다네…  


32.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 읽기> - 닉 혼비
책덕후로서 이 책을 보면서 막 끄덕끄덕 백 번 해버리게 되는 부분은, 그가 한 챕터를 시작할 때 이달에 구매한 책, 이달에 읽은 책 이런 식으로 목록을 작성하는 것인데 여기 보면 저 두 개가 일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많이 겹쳐봤자 세 개…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3. <하이 피델리티> - 닉 혼비
이 책을 읽을 때는 남성 화자의 찌질함이 정말정말 너무 별로였었다. 작가가 얼마나 비참하고 별 볼일 없는 인간인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는가, 를 떠나서 그냥 남자들의 찌질한 이야기가 너무 질렸던 때였음. 근데 지금와서 다시 조금씩 읽어보니까 이 주인공이 몽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그려놨다는 걸 알겠다. 충분히 만족할만한 파트너들을 만났고 그들과 연인관계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그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해하며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마는 멍청한 사람들의 속성을 굉장히 잘 캐치해 낸 작품임. 관계를 질려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할 수 있게 조언해 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빈정거림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34. <진리는 시간의 딸> - 조세핀 테이
탐정이 꼼짝도 못하는 상태에서 리처드 3세라고 조선의 광해군 같이 후대에 재평가 받은 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 다리를 다친 탐정이 가만히 병상에 앉아 있고 조력자가 도서관을 마구잡이로 뒤져 찾아온 서적들을 읽으며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얘기하는데 활동성이 없는 탐정물인데도 스릴 넘치고 족집게처럼 딱딱 짚어서 재밌는 이야기를 해 낸다.


35. <13. 67> - 찬호 께이
안 읽으신 분 있으면 빨리 가서 읽고 오세요. 이건 정말 아무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작이다. 일단 100페이지 내외의 단편 6개로 깔끔하게 끊어져 있기 때문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한 권을 쭉 이어서 읽을만한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적절할 뿐만 아니라 그 단편들이 나름의 끈을 가지고 이어져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편을 읽으며 무릎치고 기립할 수 있음. 번역이 좀 딱딱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있긴하지만 경찰조직 내에서 한정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놀랍지 않은 부분이었다.


36. <문구의 모험> - 제임스 워드
형식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와 같은 형식을 취한다. 다만 ‘문구’를 테마로 삼아 그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 함. 하지만 굉장히 못 썼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빌 브라이슨의 존잘력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중간에 굉장히 쓸데없이 “결혼은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죽이기도 한다” 이런 말도 넣어놓았을 뿐더러 재미까지 없으니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썩은 표정을 지었는지 모두들 알 수 있을 것이다. 결혼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대체 왜 넣어 놓는 거야? 그게 문구랑 무슨 상관이야? 편집자는 편집하면서 저런 것도 안 걸렀어? 문구를 향한 열정과 이 책을 써내기 위해 힘썼던 그의 수많은 메일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었지만 진짜 쓸데없는 부분 때문에 읽다가 기분 나빠졌음.


37. <옆집의 영희씨> - 정소연
모든 이야기들이 그 나름의 차분함, 잔잔한, 서글픔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에 머무르지 않고 어쩔 수 없지 뭐, 사는 수밖에, 하며 한 발짝 내딛고야 마는 이야기들이라서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우주를 다룬 작품들도 좋았지만 역시 난 아직 지구에 발을 딛고 사는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음.


38. <걸 온 더 트레인> - 폴라 호킨스
이거 읽다가 내려야 될 버스 정류장 놓쳐가지고 회사 지각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기 자체도 재밌었지만 주인공이 매일 통근길에 똑같은 장소를 보며 그 일상성을 즐기다가 그것이 미묘하게 변하자 그 변화를 눈치채고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너무… 나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버스타면 꼭 밖에 가게들을 살펴보면서 다니기 때문에 자주 타는 버스 노선도의 가게들이 망하고 새로 생기고 이런 거 정말 잘 알아챔. 그런 나이기에 주인공이 그 사소한 변화를 알아챈 것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사소한 일상의 변화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점점 커다란 이야기로 변해가는 과정은 언제고 오싹하고 짜릿한 일이다.


39.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너무너무 귀엽고 예쁜 소설이었는데 ‘호모’라는 말이 너무 힘들었네요… 원작에서도 이렇게 쓰여있었는지는 내가 확인을 안 했는데 어쨌든 한국어 번역 본에 호모라고 써놔서 너무 욕같았어ㅠㅠ 이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의 영역이라 괴로움ㅠㅠ 단어를 욕으로만 쓰는 사람이 있는 현실적 맥락에서 그 단어를 욕으로 쓰지 않는 글을 읽어도 나는 이 단어에 대한 첫번째 인상이 욕이기 때문에 멈칫, 하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소설 자체는 좋다. 이런 것도 삶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걸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산뜻함과 매정함으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함.


40. <낙하하는 저녁> - 에쿠니 가오리
에쿠니 가오리 이런 거 너무 잘하지 않니? 절대 타협할 수 없을 것 같은 사이의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고 그 나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는 안주하거나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이야기들을. 깜짝 놀라서 울며불며 해야 할 것 같은 소식에도 담담하게 아 그러니? 라고 대답하고는 각자의 감정을 각자 삭인다는 점에서 산뜻한 어른스러움을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소란스럽게 울고불고 하는 것이 어른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어른됨은 에쿠니 가오리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41. <차가운 밤> - 에쿠니 가오리
단편집인데 제일 재밌었던 건 부모가 자리를 비운어느날 밤 아이들끼리 한밤 중에 음식을 구덩이에 파묻어버리면서 즐거워하던 단편이었다.


13. <미스테리아> 4
42. <미스테리아> 5

 

 

43. <어바웃 어 보이> - 닉 혼비
책 읽고 영화 봤는데 영화는 두 주연 배우의 앙상블이 좋긴 했지만 확실히 책 보다는 훨씬 디테일을 잡아내지 못 한 느낌이 강했다. 두 사람이 급하게 친해진 느낌이 들었음. 러닝타임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44. <언 에듀케이션> - 닉 혼비
영화를 보기 전에 읽으려고 사 놨었는데 사실 이 책은 영화를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게 되었는지와 대본을 수록해 놓은 프리 프로덕션 및 포스트 프로덕션을 간단하게 총망라하는 책이었다. 영화 <언 에듀케이션>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Lynn Barber의 'An Education'이라는 11페이지 정도의 짧은 수필을 기반으로 해서 만든 작품이다. 닉 혼비가 쓴 시나리오의 영화는 주인공도 주인공과 엮이는 남자들도 좀 더 온정있는 시선으로 바라봐주는데 수필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자신과 엮였던 남자들을 아주 냉정하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더 강함. 나는 수필도 좋았다. 어렸고 멍청했을 적 만났던 멍청한 남자들을 가차없이 평가한다는 느낌이 있었음. 영화는 영화대로 여자주인공에게 많은 서사를 부여해줘서 좋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생님도 넣어주는 세심함도 좋았음.


45. <플로베르의 앵무새> - 줄리언 반스
<용감한 친구들>과 같은 형식으로 실제로 존재했던 플로베르에 대한 사료를 가지고 재구성해서 써낸 이야기인데 그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작가에 대한 호감도가 아서 코난 도일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용감한 친구들>이 더 재미있다고 느꼈다. 근데 어쩔 수 없어. 플로베르는 좀 더 내향적인 인간이었고 아서 코난 도일처럼 전면에 나서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사건이 적을 수 밖에 없음.


46. <열흘간의 불가사의> - 엘러리 퀸
추리소설이란, 미스터리소설이란 자고로 트릭이 풀리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 책은 그 직전까지만 재밌었다. 왜냐면 내가 종교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게 사건이 일어나고 열흘동안 드루리 레인의 이야기를 써낸 것인데 열흘동안의 이야기는 재밌었지만 이 살인사건의 트릭이 왜 이런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성서가 나오고 무슨 종교적인 의미가 나오고 막 그러다가… 나는 이해를 포기하고 그냥 눈으로 읽은 다음에 덮었고 너무 허무했다…


48.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 마크 잘즈만
닉 혼비가 좋다고 했던 책들 중의 하나여서 찾아 읽은 책 중 하나. 소설가인 작가가 생각의 전환과 소설의 재료를 찾기위한 방편으로 교도소에 있는 어린 수감자들에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강의를 하고 그것에 관해 써낸 책이다.


49. <경성 모던 타임스> - 박윤석
안녕. 저는 경성을 좋아하는 사람... 이 책 형식이 약간 웃김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그냥 쭉 설명을 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름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한 작가의 노력인지 가상의 인물을 하나 설정하고(직업은 기자임) 그 사람이 하루 동안 일적으로 경성을 돌아다니면서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하나씩 풀어내서 말해준다. 그러니까 묘하게 픽션과 팩트가 뒤죽박죽 섞여있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 남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력도 없을 뿐더러 중간중간 사색하면 '머라는 거야 이 가상의 인물 자식이...?' 이런 생각이 들어버린다ㅋㅋㅋㅋㅋ 쨌든 일제시대 당시의 경성은 종로 일대로 매우 조그마했기 때문에 한 권 분량으로 끊어내었다.


50.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
책 읽고 영화도 봤는데 책이 더 좋았다. 어차피 인터넷이 있는 현대인으로 태어난 이상 <쇼생크 탈출>을 스포당하지 않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에 디테일을 묘사한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우등생>은 살짝 비튼 이야기라 재밌었다. 부족함 없이 자란 미국 소년의 오만함이 드러나는 작품.

 


51. <눈먼 자들의 국가>
52. <금요일엔 돌아오렴>
세월호를 기록해 낸 작가들의 글과 가족들의 글. 작가들의 글은 확실히 감정이 많이 절제되어 있어서 읽을만 했는데 <금요일에 돌아오렴>은 읽다가 몇 번을 멈췄는지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힘들게 읽었다. 항상 같이하던 가족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일인데 사라지고 나서도 기다려야만 했고 기다리고 나서도 싸워야만 했다. 읽다보면 원래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같이 자다가 참사 한 달쯤 전부터 자기 방에 서 따로 자기 시작한 학생이 있었는데 어머님은 그 얘기를 하시며 '얘가 내가 혼자 자게 미리 연습을 시켰나보다' 그런 생각이 드셨다고 하시는 부분도 있고, 또 다른 아버님은 애가 언젠가 자기가 아빠 비행기 태워줄 거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200번째 이후로 시신이 나와서 헬리콥터를 타고 안산으로 올라가면서 '애가 마지막 가는 길에 자기가 말했던 약속 지킬려고 이제야 나왔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 부분도 있고... 부모님들의 이야기는 내가 모르는 감정인데도 너무 슬펐고, 형제자매들이 겪는 이야기들도 후속편으로 나왔는데 마음 다잡고 또 읽어보려고 한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는 다들 편히 쉬실 수 있길.


53. 54. <아이사와 리쿠> 1, 2
아이사와 리쿠의 상습적인 거짓말과 상습적인 눈물들이 이해가 되게 그려내었던 책이었다. 그게 나쁘다고 표현하거나 여자애는 원래 그렇지~, 이런 식으로 얘기되지 않아 좋았다.


55. <Me Before You> - Jojo Moyes
샘 클라플린 나오길래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 가서는 펑펑 울고 와서 책 봤는데, 아마존 리뷰란에는 나쁜 말들도 굉장히 많이 써 있음... 근데 정말로 이런 사람들을 친구나 가족으로 가진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모욕적일 수도 있다는 것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윌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게 잘 쓰였다고 생각했다. 군더더기가 많은 책이기도 했고 영화에서는 많이 잘라냈는데 음... 이건 책이 좋냐 영화가 좋냐 쉽게 말 못하겠다. 책은 책대로 결함과 좋은 부분이 있었고 영화는 영화대로 결함과 좋은 부분이 있었다. 둘 다 보시라는!!!


56.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 에멀린 팽크허스트
서프라제트들의 격렬한 시위와 사보타주로 인해 자신이 당당하게 직무를 수행하러 온 곳에 오히려 몸을 숨겨서 들어가야 하는 권위있는 남성들의 찌질함과 이 아이러니가 갖는 쾌감을 100년이 지나 읽는 감상을 혹시 아십니까? 모르신다면 이 책을 읽으십시오. 


57. <How to Breathe Underwater> - Julie Orringer
단편집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북조님 말을 듣고 궁금해져서 읽어보았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감정의 폭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에도 시종일관 잔잔한 투의 어조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질투의 감정을 주로 다루는 가 좋았고 오빠의 죽음 이후 오빠를 떠올리는 이야기인 도 좋았음.


58. <체체파리의 비법>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여성 작가가 자신의 성별을 숨기면서 써낸 SF 물인데 발표될 당시에는 이 작가가 여성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 같은 작품은 완전 대놓고 남성들의 아둔함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비꼬면서 놀려대고 있는데 왜 모르지? 남자들의 근거없는 자신감이 전면에 드러나면 반드시 그것을 눌러버리는 여성캐릭터가 등장해서 활약하는 내용이 많아 재밌게 읽었다. 여성 캐릭터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 예측하듯이 써냈던 것도 어느정도 현실과 들어맞기도 하고 또 아직도 실현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고.


59. <꾿빠이 이상> - 김연수
<용감한 형제들>이나 <플로베르의 앵무새>처럼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그 일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팩션인데 신화와 기록 사이에서 가장 줄타기를 잘 했던 신비스럽고도 찌질한 작가인 이상이 그 대상이 된 소설이다. 이상은 자신의 시 스타일만큼이나 기행을 일삼는 사생활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어서 극화하기에 더 쉬웠을 것 같다. 윤동주 같은 사람은 좀 신격화 된 부분이 없지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고결했을 것 같은 이미지이고. 근데 이상은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일제가 주최하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머리를 가지고도 기둥서방으로 안주하며 금홍의 도움으로 살던 찌질함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또 천재적인 시를 써내던 사람이었다. 너무 재밌는 면이 많은 사람이라 소설도 재밌었다. 이건 <플로베르의 앵무새>에 가까운 구성을 가지는데 확실히 내가 더 잘 아는 작가라 <꾿바이 이상>이 훨~씬 흥미로웠다. 수집가들의 열정과 자신이 경외해 마지않던 인물의 실오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어서 갈구하는 집착이라던가 또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기록들 가운데에서 얼핏얼핏 보이는 이상의 열망 같은 것들이 매력적이었다. 


60. <인어공주 - 탐정 그림의 수기> - 기타야마 다케쿠니
미스테리아 추천이었는데 "그림"이 중요한 거였어! "그림"이! 인어공주라니까 뭔가 친숙하잖아. 그리고 쉽게 쓰여있어서 후루룩 잘 읽힘.


62. <나는 언제나 옳다> - 길리언 플린
제목은 번역의 신이 번역한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길리언 플린은 존잘이 틀림없으시고요. 단편을 책으로 내는 시대는 확실히 지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해버리는 패기와 길리언 플린의 이름값도 좋습니다. 플린이시여  이제 마무리 하셨을텐데 차기작 부탁드리겠습니다. 


63. <실비아 플라스 일기> - 실비아 플라스
실비아 플라스 항상 '비극적 개인사(남편때문)와 병증(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 젊은 재능있던 작가'를 소환할 때 여지없이 소환되는 사람이었는데 <벨자>를 읽고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가 궁금해서 이것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온전한 버전은 아니다. 그나마 출판된 버전도 전남편인 테드 휴즈가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담은 부분은 삭제해서 출판했으며, 다른 한 권은 아예 불살라버려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테드 휴즈가 바람피고 지랄나서 이혼하고 그 다음에 자살한 건데 실비아 플라스 글의 판권이 전남편인 테드 휴즈한테 있던 게 말이 되냐...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어떤 형태로든 전남편이 권한을 휘두르는 것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쨌든 이 일기를 읽으면서 플라스의 이미지가 얼마나 잘못 프레이밍 되었는지 많이 느꼈다. 일기를 매일매일 썼던 것은 아니지만 일기를 쓰면 무슨 내용을 쓰건간에 결국에는 항상 똑같은 구절이 들어간다. "내일까지는 이만큼을 써야한다. 그렇게 쓰다보면 한 달 뒤에는 시집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써야하는데 써지지 않는다. 어서 써야한다." "시집도 하나 낼 계획이고 소설도 써보려고 한다." 등등등. 플라스의 일기에는 '써야한다' '쓸 것이다' '쓰고싶다'는 내용이 가득하다. 그만큼 글을 쓰는 것에 열정이 있었던 사람이고 잘하려고 노력했고 의지도 재능도 있었지만 사생활적인 부분에서 집중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마음껏 재능을 펼치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 수도 없이 든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지 못하는 결핍이 있었고 결혼을 해서 드디어 여기저기 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남편은 자유로운 반면 플라스는 집안일을 돌봐야하는 사람이 되었다. 잠시 숨을 돌리려는 찰나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고 다시 둘째 아이의 임신, 출산, 양육의 고리에 들어가면 아무리 애써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남편만큼은 나지 않으니까. 남편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자신은 계획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없으니 스스로 비교할 수밖에 없었을 거고 그러는 도중에 남편은 바람이 나고... 읽으면서 플라스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었을지 병증이 도질 수밖에 없고 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이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는 느낌이 일기에 너무 절절하게 묻어나 있고 안타까웠다.


66.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들 중 “예쁜” 단어들을 모아서 그것을 일러스트와 함께 예쁘게 그려내고 풀어낸 책인데 소장가치 너무 짱짱이다!


67. <미스터 메르세데스> - 스티븐 킹
이거 아마 미스터리아에서 추천해서 읽었던 것 같은데 흠, 되는 부분이다. 이런 형식의 소설은 이제 너무 많이 나와서 질렸음. 거기다가 성별 반전도 없고 너무 타입화 된 마미이슈 있고 성적으로 제대로 된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어 이상한 성욕을 가진 싸이코패스라니… 너무 안일함. 이것만 안일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싸이코패스를 쫓는 탐정마저 은퇴해서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노쇠한 형사인데 이런 거 나만 백 개 봤니…? 이러한 이유로 별로였다. 그냥 <11.27.63> 한 번 더 읽자는 생각을 했음.


68. <After You> - Jojo Moyes
의 후속편. 윌이 조금 남겨주었던 돈으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끝났던 엔딩에서 다시 희망없는 삶으로 돌아온 루이자 클라크가 등장한다. 윌이 준 돈으로 뭔가 해보려고 했지만 심리적인 이유와 이런저런 일들이 합쳐지며 실패하고 다시 바텐더로 살아가고 있는 루이자의 앞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윌의 딸이 나타난다. 윌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윌의 가족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딸의 등장은 한 차례 소란을 몰고오는데 이 딸이 컨트롤 프릭에 가까운 엄마에게서 벗어나 루이자에게 나를 책임져 달라고 찾아오고 그런 그녀에게서 윌과 닮은 구석을 찾으며 외면할 수 없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나는 가 훨씬 좋았어! 너무 당연하지만! 그리고 후속편의 대환장 포인트는 윌의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고는 아빠는 바람피우던 애인이랑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사는데 엄마는 완전 폐인 생활 가까이 하면서 지내다가 윌의 딸을 만나면서 다시 립라인을 또렷이 그리는 여성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작에서도 저 디테일은 싫었고 영화에서 아예 빼버린 거 너무 좋았는데 후속작에서는 여기에 너무 할당량이 많아! 싫어!


69.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이민경
모든 여자들에게 읽히고 싶다… 올해 이런 책이 몇 권 있었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가장 크나큰 수확은 “나에게는 설명해 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항상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만연한 비하발언과 빻은 말들을 들었을 때 그것에 하나하나 조리있게 반박해야 했고 그러지 못했을 때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에게 좀 화가 나고는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런 부담감을 싹 떨쳐버릴 수 있었다. 내가 왜 빻은 자에게 이것을 요목조목 따져서 설명을 해 줘야 하는가? 나는 페미니스트이지 그 사람에게 돈을 받고 그를 가르치는 선생이 아닌데? 그렇다면 그 빻음을 설명하고 반박해서 내 논리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온전히 내 의지가 허락할 때에만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을 못하거나 대충 한다고 해서 나 스스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70. <미쓰윤의 알바일지> - 윤이나
읽고나서 나도 내 알바일지 써볼까~? 하고 안 쓴지 어언...2년이 넘었읍니다...


71. <구름껴도 맑음> - 배성태
(사실 고양이 뱃지 줘서 샀다...)


73.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교토 여행 간다고 일부러 찾아봤던 것인데^^ 진짜 너무 별로이고^^ 아휴 저자가 미친 우익인 건 또 몰랐어요 제가^^ 탐미주의와 전후 일본의 시대상을 잘 반영했다는 평을 듣는 소설이고, 금각사가 유명해서 이 소설이 쓰여졌다기 보다는 이 소설이 유명해지고 금각사가 유명해졌다고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소설인데 한국인 입장에서 이걸 왜 읽어야 했을까 그런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 찾아읽은 내 죄가 크기는 하지… 하지만 학문적 성취나 과제 때문이 아니라면 정말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보증드릴게.



74. <요령있게 삽시다> - 댄 마셜
그림과 함께 유용한 팁들이 많이 실려있어서 후루룩 보기 좋다.


75. <처음 교토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 정혜성
교토 여행 알아보면서 제일 도움이 많이 됐던 책이었다! 내가 갔던 호스텔에서 꽂혀있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었던! 어지간한 관광지는 개략적인 소개와 함께 알차게 실려있었고 가깝게 위치한 곳으로 여행코스도 아예 짜여져있는 형식이어서 뺄 거 빼고 넣을 거 넣고 하면서 보기 좋음.


76. <교토 데꾸데꾸 산보> - 이토 마사코
일본인이 쓴 여행지 책인데 나는 명승고적 위주로 찾아보고 싶었던 사람이어서 나랑은 별로 안 맞았던 책. 여기서는 쇼핑센터의 가볼만한 가게들을 위주로 소개해 놔서 나 같은 여행자들에게는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이 책은 일본인들한테 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음.



77. <때때로, 교토> - 조경자
이 책을 단독으로 보면 좀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76번 책이랑 같이 보면 두 개를 종합해서 내가 어디를 가고 싶고 어디는 안 가고 싶은지 각이 딱 나옴. 76번의 부록 정도로 생각하고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78. <조선의 딸, 총을 들다> - 정운형
여기 나오는 분들을 통째로 다 몰랐던 것이 너무 부끄러웠고 동시에 왜 나는 중고등학교 때 역사를 배우면서(문과였음) 이런 분들을 하나도 배워본 적이 없었던 것인지 분통이 터졌음. 이 책도 남성 저자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에 중간중간 여성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한계적 시각이 있어서 약간 빠직, 하기는 했었지만ㅋㅋㅋ 그래도 모두들 읽어봄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기록이 끊겨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분은 국가에서 훈장을 준다고 하는 여든까지 혹시 모를 불이익 때문에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자신이 독립운동을 했었던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분도 있었다. 굴곡진 역사에여기 나오는 분들을 통째로 다 몰랐던 것이 너무 부끄러웠고 동시에 왜 나는 중고등학교 때 역사를 배우면서(문과였음) 이런 분들을 하나도 배워본 적이 없었던 것인지 분통이 터졌음. 이 책도 남성 저자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에 중간중간 여성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한계적 시각이 있어서 약간 빠직, 하기는 했었지만ㅋㅋㅋ 그래도 모두들 읽어봄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기록이 끊겨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분은 국가에서 훈장을 준다고 하는 여든까지 혹시 모를 불이익 때문에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자신이 독립운동을 했었던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분도 있었다. 굴곡진 역사에서 가장 최전선에 나서 힘 썼던 분들인데도 이런 대우를 받으시다니 읽으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79. <내 손으로 교토> - 이다
그림책이기 때문에 훌훌 넘어가니 가볍게 빌려보기에 매우 좋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는 매우 모자란 감이 있으나 여행가기 전에 꼭 보기를 권장하는 이유는 이 책 초반에 작가님이 자신의 짐 싼 내역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 때문임. 그거 보고 짐 챙기면 빠뜨릴 짐은 없기 때문에 난 그거 보고 짐 쌌고 적어도 깜빡하고 안 가져간 물품은 존재치 않았다.



80. <클로즈업 오사카> - 유재우, 손미경
교토 여행 다 하고 시간 좀 남겨서 히메지 성이나 나라 같은 곳을 가보고 싶어서 빌렸었는데… 여행 떠나기 이틀 전에야 나에게는 교토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을 알았다… 책 이름에 오사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사카 분량이 많은 편이고 거기에 관서 지방의 여행지에 대한 것들도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긴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것 같다. 교토만 중점적으로 방문하고자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용했다.



81.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이 책 되게 별로지 않았니? 이 그룹 자체가 페북에서 만들어진 그룹이어서 그 정서가 강한데 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어설픈 자기위로와 부둥부둥이라는 감성이 짙은데 나랑 진짜 안 맞음... 누군가는 위로 받겠지만 나는 아니고 'ㅇㅇ하는 사람 유니온' 붙은 거 있으면 앞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외면하려고.



83. <나쁜 페미니스트> - 록산느 게이
팝컬쳐 위주의 여성혐오나 인종차별에 대해 써 놓은 책. 꽤 최근의 작품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친숙하고 작가의 개인사와 적절하게 엮여 이 문제가 학문적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 살아가는 현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헬프> 정말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음, 그렇군, 백인만이 위대한 세상이었군, 하고 깨달았다.



84.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 우에노 치즈코
여혐혐은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록산느 게이의 책보다는 조금 더 학문적인 책이었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절대 아니어서 교양서로 불리기 딱 좋은 무게를 작가가 적절하게 써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본인 작가가 일본의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다 주로 '이런 경향은 어디서부터 나타났는가?'라고 질문하며 과거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 작품들이 친숙하지 않은 한국 독자에게는 조금 난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페미니즘 관련해서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



85. <시녀 이야기> - 마가렛 애트우드
HBO에서 드라마 만든다길래 헐레벌떡 읽었는데 드라마는 아직도 못 봤다ㅠ_ㅠ 봐야되는데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네ㅠ_ㅠ 아포칼립스 비슷한 시대가 오면서 임신할 수 있는 여성이 줄어들고 인구를 늘이기 위해 가임여성들을 시녀로 만드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이 1985년에 출판됐는데 21세기의 한국에서 이것을 읽는 것은 또다른 오싹함이 있는 것이었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도 태어난 아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에서 미래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이 사용된다는 이야기는 여성의 입장에서 읽을 때 정말 끔찍한 아포칼립스였다. 



86.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이것도 아포칼립스 배경 SF인데 마찬가지로 재생산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는 미래를 예상한 1대의 주인공이 자신의 자손들이 생존할 수 있는 토지를 구입해서 그 안에 자손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계속 생존해 나가는 얘기를 보여준다. 차례대로 1대, 2대, 3대의 자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아포칼립스 치고는 굉장히 평화로운데도 그 안에 분명히 무언가 결핍되어 있고 그 결핍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탈출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이런 모습들도 함께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묘한 위화감을 너무나 잘 잡아내었다. 



87.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멋 모를 때 읽지 않아 영원히 안 읽겠구나 했던 소설이지만 뭔가 로리타 어쩌구 헛소리하는 놈들을 한심하게 경멸할래도 원작을 읽지 않으면 그것은 완전하지 않겠구나 싶어 마음을 잡고 읽어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로리타 어쩌구 하면서 어린 여자아이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에 대해 이 소설을 들고 나오는 놈은 일단 죽여도 되겠구나, 라고. 그 멍청한 대가리로 삶을 더 지속해봤자 무얼 하겠어요? 바보는 죽어야 낫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소설의 도입부분에 아예 '이 수기는 철저히 HH의 시각에서 기록된 글이며 진위여부는 알 수 없고 법정에서 구형받은 형량을 줄이기 위한 증거자료 성격의 글이다'라고 밝혀주는데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HH는 돌로레스 헤이즈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이것은 사랑의 한 종류이고, 역겹지 않고... 저는 이제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을 죽이기로 했어요. 나는 남자들이 하~도~ 이 책을 시도때도 없이 들고나오길래 진짜 역겨운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을 줄 알았더니 전혀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놀라긴 했다. 성적 긴장감을 느끼는 부분이야 물론 있지만 이것은 HH의 일방적인 것에 행위까지 자세히 표현된 부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작품 내에서도 작가가 HH가 얼마나 역겨운 인간인지를 끊임없이 묘사하며 거리를 두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러나 진짜 구역질 났던 부분은 따로 있었는데 민음사 판으로 읽으면 뒷부분에 작가의 말이 좀 붙어있는데 나보코프 본인이 쓴 말이었는데 아래와 같았다. 

"<롤리타>의 도입부에서 사용한 이런저런 기법(예컨대 험버트의 일기장) 때문에 최초의 독자들은 더러 이 책을 음란 서적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관능적인 장면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자 실망하고 따분해하다가 결국 독서를 중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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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 - 아자르 나피시
여혐혐에서 우에노 치즈코가 <롤리타>에 대해 읽는다면 여성의 시각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 이 책도 함께 읽으라고 해서 바로 이어 읽었다. 전체적으로 1부 롤리타, 2부 위대한 개츠비, 3부 헨리 제임스, 4부 제인 오스틴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롤리타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짧지만 절대 가볍거나 단편적인 내용이 실려있지는 않는 책이다. 자유주의적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어있는 테헤란에서 금서가 된 이 소설들을 읽고 토론하기 위해 오는 여학생들은 숨 쉴 곳을 찾고 자신의 생각을 검열없이 쏟아내기 위해 이 비밀스러운 모임에 참석한다. 가부장제와 국가의 통제가 가장 엄격하게 살아 숨쉬는 곳 중 하나인 테헤란에서 이 소설들을 읽는 여성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후에 레베카 솔닛이 쓴 '남자들은 내게 롤리타를 가르치려 든다' 도 좋은 글이어서 링크.

한 의인 분께서 번역문 도 너무 깔끔하게 써주셨다. 


89.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 이민경
읽으면서 내가 한국 페미니즘사에 대해 무지하구나, 그리고 이것은 나만의 잘못이 아니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 때문이구나 많이 느꼈다. 남자들의 역사는 교과서에 나오지만 여자들이 쟁취한 역사는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야만 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인 동시에. 그러니 여성의 역사에 대해 공부할 것. 정전만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할 것. 내 세대에 일어나고 있는 여성의 역사를 꼭 기억할 것. 그리고 후대의 여성들에게 전해줄 것.

 


91.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마크 해던


92. <액스>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박찬욱 감독이 원작 사서 영화화 하고 이경미 감독이 각색에 참여했다는 말 듣고 보았다. 그리고 영화 엎어졌대서(2017년 기준) 통한의 눈물 흘림ㅠㅠ 이경미 감독 말이 <비밀은 없다> 전에 <도끼> 각색 참여했던 게 그동안의 자기 이력 전부라고 해서 아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고 기대할만 했겠구나 했는데 투자 못 받았대… 진짜 말도 안 되지 않냐… 책도 무난하게 재밌었고 나는 싸이코패스가 나오고 이런 거 이제 질려가지고 평범했던 사람이 극단으로 몰려서 살인자가 되는 내용이 나름 설득력 있게 쓰인 소설 오랜만에 본 것 같은데… 너무 아쉽다. 언젠가는 영화 꼭 나왔으면 좋겠다. 굳이 한국이 아니더라도.


93. <채링크로스 84번지> - 헬렌 한프
20세기만의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있는데 그건 러브스토리로 각색했대서 보지 않았음. 굳이 모든 이야기가 러브스토리로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고 내가 그거 보고 있을 이유는 더더욱 없으니깐. 헬렌 한프는 라디오 작가였고 이런저런 책을 많이 봤는데 구할 수 없는 책들을 주로 중고서점에서 구하다보니 영국에 있는 서점에까지 연이 닿아 그 곳에 책을 구한다. 단골이 된 그녀는 전쟁 중에 물자가 부족한 서점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바리바리 챙겨서 부쳐주기도 하고 서로의 사생활도 조금씩 공유하며 친구가 되었음. 그러나 책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 사이여도 서점 사람들과 헬렌 한프는 살아서 서로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편지와 소포 운송체계가 어느 정도 갖추어졌지만 사람이 직접 해외를 간다는 것은 어려웠던 시대의 일이니 이 얼마나 20세기적 낭만이 응축되어있는 문학이란 말인가?


94. <진귀한 편지 박물관> - 숀 어셔
이 책 너무 재밌고 사이트(http://www.lettersofnote.com)도 있다. 당연히 사이트에 있는 자료들이 훨씬 많은데 그 중에서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것을 솎아내었고 책을 펴내기 위해 특별히 받은 몇몇 개의 편지도 있다고 했다. 따로 포스팅 올리려고 했는데 2년이 지났네… 언젠가… 언젠가 올려야지…


95. 96. <눈 먼 암살자> 1, 2 - 마거릿 애트우드
이 책은 크게 세 가지의 줄기로 이루어지는데 먼저 첫 번째로는 신문기사가 나오며 어떤 사건에 대해 리포트를 한다. 두 번째로는 그 신문기사에 나왔던 내용의 주인공들이 등장해 신문기사로는 절대 알 수 없고 사실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해 나간다. 세 번째로는 주인공 중 한 명이 이야기하는 ‘눈 먼 암살자’라는 소설이 나오게 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세 가지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교차하고 사실 첫 번째&두 번째 이야기는 얽히지만 세 번째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데 그런데도 다 재밌고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이 묘하게 관계성을 띄는 것에서 저는… 정신을 놓았다고 한다… 이거 어떻게 안 좋아하고 배길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마가렛 앳우드는 진짜 천재다 천재. 그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첫 번째 이야기인 신문기사는 정전으로서 주인공 여성들이 어느 남성의 딸, 여동생, 부인으로 소개되는 남자들의 역사이지만 두 번째 이야기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그 정전이 절대 닿을 수 없는 너머의 진실을 여성들의 목소리만으로 이야기한다는 점이었다.


97. <인 어 다크, 다크우드> - 루스 웨어
책 출간되자마자 리즈 위더스푼이 픽업했다길래 또 득달같이 달려가서 보았지만 약간 실망이었다. 여자들이 다 해먹기는 해서 좋기는 했는데 이야기 자체로는 대단히 신선할 것이 없었다. 영화 나오면 보기는 할텐데 중간에 범인이 드나드는 트릭을 모르는 상태에서 집이 닫혀있는 그 상황을 잘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많이 어설플 것이다. 주인공들끼리의 얘기가 어설퍼서…


99. <게스트> - 세라 워터스
모든 패키지가 다 있는 소설. 두 사람의 탐색기와 뜨겁게 불타오르는 연애기 그리고 관계의 안정기를 맞이하는 찰나에 일어나는 충격적인 사건. 그로 인해 맞게되는 파국, 그 파국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까지도 끝까지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풀패키지 소설이었다. 마지막 결말도 너무 좋지 않나요? 세라 워터스 항상 마지막은 희망적으로 끝내주는 거 너무 좋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몰라도 결말은 비극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어떤 결의마저 느껴지는 결말들.


102.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박연선
박연선 작가가 드디어 그럴듯한 추리물을 써냈군요…! 드라마 작가들 중에서는 계속해서 미스테리나 장르물로 써냈는데 어떤 때에는 너무 장르물에 치우쳐서 망하고 또 어떤 때에는 장치가 어설퍼서 망하고 그랬단다… 박연선의 거의 모든 드라마를 다 본 사람으로서 나는 이러한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 본인의 말로는 드라마는 망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과 많은 돈이 얽혀 있어서 부담이 많이 됐었는데 책은 그것보다 규모도 작고 사람도 적어도 조금 수월한 마음으로 써냈다고 한다. 범인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우연과 필연이 얽히고 거기에 주인공인 백수 강무순이 탐정으로 합류하며 코지 미스테리의 장르를 구축한 것은 재미있고 좋았다.


47. <이성과 감성> - 제인 오스틴
61.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64. 65. <맨스필드 파크> 1, 2 - 제인 오스틴
72. <엠마> - 제인 오스틴
82. <노생거 애비> - 제인 오스틴
90. <설득> - 제인 오스틴
2016년에는 스스로 '제인 오스틴의 해'라고 정해놓고 제인 오스틴 작품만 모아서 쭉 읽어보았다. 중간중간 북조님이 올려주시는 포스팅 참고해가면서 읽는다고 더욱 더 알차게 읽었던 한 해가 되었던 것 같다. 어릴 적에 읽었을 때는 러브스토리에 치우쳐서 읽어서 재밌다, 재미없다를 판단했다면 나이가 들어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에 대해 이것저것 더 알고 그 시대상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읽는 것은 확실히 느끼는 바가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도 제인 오스틴 존잘이고 작품은 완전 재밌는 것에는 여전히 변함 없지만! 아 너무 재밌었다!



98.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 J. K. Rowling
100.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 J. K. Rowling
101.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 J. K. Rowling
103.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 J. K. Rowling
104.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Pheonix> - J. K. Rowling
영어로 읽느라 의도치 않게 천천히 읽게 되었다. 왜 영어로 읽었지? 이젠 기억이 나지 않지만 뭔가 삘이 받았던 듯 하다. 영어로 읽는다고 대단히 다른 감상이 들지는 않았고 독자인 내가 많이 자랐다는 것을 느꼈다. 허술한 부분도 있고 여전히 좋은 부분도 있고 가슴아픈 부분도 있고.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느꼈던 곳은 역시 해리의 질풍노도의 시기가 정점을 찍는 5권이었는데 해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려고 하는 덤블도어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였음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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