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쯤 운동을 다니고 있고 이왕 운동하는 거 조금이라도 근육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쟈그마한 소망 때문에 이런저런 단백질 보충제 및 단백질 식품을 먹어보고 있는 중이다. 여러가지 먹어봤어서 정리해 봤다.
1. 단백질 파우더 (아마도 신타6) 초코맛 딸기맛
단백질 보충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먹는 건 아마 단백질 파우더일 것이다. 동생이 시켜먹는 거 엄청 대용량이길래 꽤나 훔쳐먹어 봤는데 초코와 딸기와 바닐라 모두...싫었다. 운동 끝나고 파우더에 우유 타 먹으면 벌크업 밖에는 안 되니까(하면 안 됨 내 몸 상태는 그런 건 안 됨 체지방을 빼야 됨) 물에 타 먹었었는데 그냥 맛이 싫어... 밍밍하고 색마저 물빠진 색이고 그냥 다 마음에 안 들어... 사실 이 브랜드 거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산 거 아니라서 얼만지도 모르고 어디 건지도 모르지만 통이 빨간색이었던 걸로 기억. 어쨌든 단백질 파우더 먹은 기간은 진짜 얼마 되지도 않는다. 한 달도 안 됐을 걸...? 나는 결국 먹는 걸 그만두고는 구운계란이나 두어개 먹고 살았는데 내 동생은 오늘까지도 아침 저녁으로 한 사발씩 타서 먹더라... 진짜 쟤도 존나 독한 새끼 같음...
2. 퀘스트 프로틴바 초코
그러던 어느날, 헬창들이 즐겨 먹는다는 프로틴바를 먹어볼까 싶어서 가장 유명한 퀘스트 프로틴바를 주문했다. 나름 후기를 찾아보고 산다고 초콜렛 맛에 12개 들이를 샀는데... 정말 인생 최고로 좆같은 경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피망을 20년 쯤 안 먹었는데 프로틴바를 먹겠냐 피망을 먹겠냐 누가 협박하면 정말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야 할 정도로 좆가튼 맛이었다... 세상에 이보다도 더 좆가튼 맛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왜 이렇게 좆가튼 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난 단백질이 많다는 식품군(계란, 콩, 우유, 고기 등)은 건 다 좋아하는데 왜 단백질로 만든 가공식품들은 맛이 다 이 따위인 거야? 밀가루를 안 섞지는 않았겠지만 단백질 가루 자체가 엄청 텁텁한지 뭔지 하여튼 둘이 섞이니까 식감은 엄청 텁텁한데 맛은 드럽게 없고 딱딱하기는 딱딱해서 턱이 아프다! 이게 좋은 쫄깃쫄깃이 아니야! 인간의 과욕이 불러낸 악마의 음식임에 틀림이 없다!
모 트친은 단백질 어쩌구 식품은 생명연장을 위해 먹는다는 느낌으로 목구멍 가장 깊숙이에 넣어서 먹으라고 충고해주었다(이게 고양이 약 먹일 때 못 뱉게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구요). 쨌든 퀘스트 프로틴바를 사고 한 3달만에 겨우겨우 다 먹었다... 진짜 너무너무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일 끝나고 운동 가니까 보통 회사에서 4-5시쯤에 간식 겸해서 프로틴바 먹었는데 먹으면서 맨날 울었다... 어떻게 이렇게 맛 없냐고 먹을 때마다 트윗하고 다 먹었는 줄 알았는데 회사 책상서랍 뒤편에 있던 거 2개 더 발견했을 땐 진심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그것조차도 가성비충은 다 먹긴 먹었답니다).
3. 퀘스트 프로틴칩 체다치즈
다음으로는 프로틴칩을 사 보기로 했다. 이 즈음에는 기대도 없었다. 프로틴 어쩌구는 다 맛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닭가슴살을 돌려먹는 미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퀘스트 프로틴칩 나초치즈 맛을 시켜보았다. 이건 그래도 프로틴바 보다는 나았다. 과자 먹는다는 느낌으로 먹기 때문에 훨씬 괜찮았다. 그러나 단백질 양에 비례하면 왜 헬창들이 프로틴바 찾아먹는지는 이해는 했다. 하지만 난 헬창이 아냐. 미치지 않았고 미칠 의지조차 없어. 이 제품의 문제는 짜니까 그냥 이거 먹다보면 맥주가 먹고 싶어진다는 점이었다. 운동 끝나고 집 가서 여기다가 맥주 마신 적 진짜 한 6번인 것 같다. 8개 들이로 샀고요. 맨 첫번째는 맛 보기로 과자 겸 먹었고요. 이렇게 되돌아보니 그냥 안주로 먹었다고 하는 게 더 옳은 말이겠네요...
퀘스트 제품은 해외배송이어서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하고 딱히 열의를 가지고 챙겨 먹는 소비자가 아니었기에 해외에서 배송오는 것보단 시키면 비교적 단시간 내에 오고 조금 더 가격이 싼 제품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게 프로틴어스 제품. 맛보기팩이라는 것도 팔고 있길래 사서 먹어봤다.
4. 곡물 프로틴 볼 바베큐
들어있는 총 6개의 제품 중에 열량이 가장 높고(따라서 탄수화물 햠량도 가장 많음) 단백질 함량도 가장 낮은 제품. 생긴 건 이름 따라 동글동글하게 생겼고 치토스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합체해서 그런지 일반 과자들에 비한다면 꽤나 딱딱한 편이다. 단백질 보충은 모르겠고 과자로는 맛있었다 냠냠... 아그작아그작 씹는 맛이 엄청나.
5. 곡물 프로틴 칩 체다치즈
이제 알겠는데 프로틴어스의 제품들은 모두 딱딱하다. 틀림이 없다. 얘도 이렇게 생긴 과자치고는 진짜 딱딱했다. 맛은 체다치즈 향이 많이 나는데 꼬릿꼬릿한 맛보다는 좀 더 달큰한 맛이 많이 난다. 마찬가지로 과자로 먹기 좋다.
6. 곡물 프로틴 칩 어니언 고르곤졸라
이것도 맛있는 과자였다.
7. 곡물 크리스피롤 단백 크림 치즈
이것도 딱딱할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너무...깜짝 놀랐다. 이건 오히려 바스러지는 느낌이고 이빨에 엄청 달라붙는다. 크림치즈 분말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가운데에 들어가는 필링부분일 것 같다. 이빨에 달라붙는 게 별로 좋은 감촉은 아니어서 혀 위에 올려놓고 입천장 쪽으로 압력 가해서 부숴서 녹여먹었다.
8. 난백 프로틴 초코바
9. 난백 프로틴 밀크바
프로틴바는 다 맛이 좆같은 거구나...^^ 밀크바는 사진 안 찍고 먹어서 사진 없지만 얘도 진짜 엄청나게 딱딱하다... 더이상 할 말도 없다. 남은 생애 프로틴바 따위 다시는 사지 않으리... 하지만 밀크바 맛이 초코바 맛 보다는 먹을만 했다...
10. 자연공유 단백질이답이다 보통/스위트
이건 노는언니에서 박세리가 먹는 쫀드기 사러 갔다가 거기에 이런 것도 있길래 한 번 사봤다. 이것도 단백질 어쩌구라기보다는 그냥 과자로 먹기 좋다. 인절미 과자 같은데 더 성기게 만들어서 50g인데도 양이 진짜 많은 느낌. 보통 맛에서는 아무 맛도 안 나고 스위트에서는 단맛이 약간 더 나서 더 사먹으면 스위트로 사 먹을 것 같다. 생각없이 먹어도 엄청 많으니까 계속 계속 먹을만큼 양이 많아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맥주 먹고 싶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같다. 운동하고 단백질칩 먹는데 짜서 맥주먹고 싶게 만들면 그냥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되니깐요.
11. 알엑스바 프로틴바
태연(소녀시대)이 인스타 스토리에 자꾸 올리길래 찾아봤는데 이게 프로틴바더라. 협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비싸기는 확실히 비쌌기 때문에 약간 흠 하면서 안 사고 있다가 블랙프라이데이 맞아서 3개에 만원 행사해서 먹고 싶은 맛 사봤다. 내 경험에 의거했을 때 프로틴+초코 = 개좆같음 이 공식이어서 초코맛 말고 다른 과일맛들 위주로 사봤는데! 이거! 맛 괜찮아!
이 브랜드는 자신들의 제품에 "탄수화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FDA로부터 글루텐프리 인증을 받았다"라고 하는데 밀가루가 안 들어간다고 광고하면 모를까 탄수화물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아? 영양정보에 쓰여있는 탄수화물 25g은 그럼 탄수화물이 아니면 무엇인가요? 탄수화물은 물질 구성성분인데요. 밀가루 대신에 대추야자 써서 탄수화물 안 들어간다고 하는 것 같은데 대추야자 구성성분에도 탄수화물 있고 심지어 과일이라서 단당이고요. 잘못된 방식으로 마케팅 하고 있는 것 같지만...내 회사 아닌데 뭐 굳이 정정해 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솔직히 단백질 먹겠다고 좆같은 맛을 견디며 일반 프로틴바 먹을 것이냐 vs 좀 괜찮은 맛인데 당이랑 같이 먹을 것이냐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고 생각^^ 하지만 맛이 더 중요한 사람들은 이거 사 먹는 게 더 낫긴 할 것 같네요.
자기가 밥 해 먹는 사람이면 식단관리가 좀 더 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귀찮음을 이겨낸다면) 나는 식단에 관해서는 자유도가 거의 없어서 단백질 제품 이것저것 사 먹어봤던 거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근데 사실 이걸 먹고 운동을 해서 근육이 늘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운동을 해서 근육이 늘었는데 이것을 먹어서 근육이 늘은 것인지, 근육이 늘었다면 얼마나 늘었는지 등등 수치화해서 내가 믿을만한 증거로 통계 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다가 또 시들해지면 안 먹을 것 같다. 다 한 때랄까. 선수만큼 운동하는 거 아닌데 이런 게 의미가 있을까? 결국 모든 건강보조제는 플라시보 효과이고 대형 제약사들의 로비로 인해 탄생한 시장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 아닐까? 이런 생각? 안 들지는 않아.
이상 또 내돈내산 태그 붙이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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