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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마음

내가 원하는 일기장의 조건

by ㅠㅏㅠㅔ 2020. 1. 14.

작년 일기장은 트위터에서 주문제작 받았던 루나드파펠님의 일기장으로 한 해를 났었다. 별 일이 없으면 올해 일기장도 여기에서 제작해야겠다 했는데... 트위터를 한 달여 하지 않는 동안 주문이 마감됐고 잠시 휴식에 들어가신다고?!(동공지진) 트위터 안 하는 동안 제일 손해 본 게 이것이다... 되는대로 올해의 일기장은 또 다른 곳에서 구했으나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일기장의 조건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1. 날짜와 요일이 써 있을 것
2. 오늘이 365일 중에 몇 번째 날인지 써 있는 것
3. 6-7mm 정도의 유선지 그러나 모눈이어도 허용은 가능
4. 별로 쓸 말이 없어도 하루에 한 장은 정확하게 할당되어 있어야 함
5. 스프링노트여서 안에 뭘 많이 붙일 수 있어야 함
6. 자주 쓰는 것이기 때문에 표지는 튼튼하고 종이가 아니여야 함

 

 

여태까지 내가 써봤던 일기장 중 최악의 일기장은 텀블벅 펀딩으로 샀던 BRIC의 YOLO 다이어리였다. 이걸...대체 무슨 정신으로 샀던 걸까?! 이 다이어리의 기획 자체는 좋았(을 것이)다. 쓰는 당사자가 주제를 정하는 만년 다이어리이기 때문에 구획이 정확히 나뉘어져 있지 않으며 쓰고 싶을 때 쓴다. 따라서 30년, 50년, 80년으로 세 종류의 다이어리가 있었다. 

 

나는 이 중에서 80년 짜리를 선택해서 샀다. 이는 레터사이즈 정도의 크기이며 총 736페이지의 2550g의 초대형 헤비리프트의 일기장이었다... 당시 이 다이어리가 내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다른 어떤 부분 때문도 아니고 그냥 크고 두꺼워서였다. 1년에 한 번씩 새 일기장 찾아 다니는 것도 귀찮았고, 위에서 말했다시피 난 일기장에 바라는 부분이 많아서 하나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제외시키면 살 수 있는 일기장이 없었다. 이 다이어리는 3번 4번 6번 정도를 만족했었고 무엇보다 한 번 사면 2년은 커버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기에 선택했었다. 

그러나...이 일기장을 쓴 2년 동안 행복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처음에는 어깨와 손목이 너무 쑥 올라가서 쓰기가 힘들었고 딱 좋을 중간 시즌에는 개인적으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일기 쓸 때마다 우울해서 울었고 후반부에 오고 나니 쓰면서 손목 받칠 데가 없어서 또 어깨와 손목에 힘을 잔뜩 주면서 썼었다. 거기다가 무겁기는 드럽게 무거웠기 때문에 한 번 일기장을 펼치려고 들고 올 때마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엇보다 2년 동안 똑같은 곳에 하루를 기록한다는 것이 굉장히 지겹기도 했었다. 그래서 일기장을 새로 바꾸는 날에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 

이 일기장의 장점은...종이가 두껍고 미끈미끈하니 고급 재질이라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두껍고 미끈미끈한 재질이라 마찰력이 떨어지니 힘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글씨가 날라다니게 된다. 또한 잘 말리고 덮어야 다른 페이지에 자국이 안 묻어났기 때문에 여러 페이지를 한 번에 쓸 수는 없었다. 장점 말한다더니 또 단점만 말했나요...? 어쩔 수 없어. 행복하지 않은 건 행복하지 않은 거란 말이야.
 

 

올해의 일기장은 되는대로 밀리미터밀리그램의 TOMORROW NOTE를 두 권 사게 되었다. 지금 쓰고 있지만 사실...막 되게 마음에 들진 않아... 그치만 찾는 데에 나름의 최선을 다 했고 이미 샀어... 이 노트가 모눈은 모눈인데 1mm 간격의 모눈이라서 글씨를 쓰는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더라... 그래도 대충 3번 5번 6번을 허용하게 되었으니 선택했습니다.

스프링노트를 쓰는 건 두 번째이다. 예전에 썼던 건 스프링에 여유가 많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너무 많이 붙여서 정말 뚱뚱해졌었기 때문에 펼 때마다 조심조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얘는 약간의 여유는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뭔가를 붙여서 일기를 쓰는 날이 많기를 바래야 할지 적기를 바래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 날은 아주 신나거나 아주 슬프거나 둘 중 하나인 날이라서. 이 노트친구는 한 권으로는 365일을 커버하기 힘들어서 아예 2권을 사서 쟁여 놓았으니 대충 7-8월 정도에는 다음 노트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 한 해도 일상을 잘 기록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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