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신봉선이 자기 삶은 요즘 축구 빼고 다 엉망이라 그랬는데 그 심정 뭔지 좀 알 것 같다.
요즘 내 삶도 수영 빼고는 엉망인 것 같아. 그렇다고 하기엔 시작한지 고작 1주일 됐지만요.
원래 제 삶은 줄곧 섣부르곤 했으니까 그냥 그렇다고 칠래요.
금요일날 키판 뺏기고 나서 살겠다고 옆에 붙잡고 다니다가 이게 급하게 팔에 힘을 줘서 팟팟 벽을 잡아채는 거니까 힘이 순간적으로 들어가는 거잖아. 그래서 그 다음날... 팔에 알배겼다...ㅎㅎ... 근데 필테 갔더니 팔 운동 엄청 시켜서 기절할 뻔 했음...ㅎㅎ... 해도 해도 느는지 잘 모르겠는 운동의 세계~~~
수업은 7시부터 시작인데 수영장 안에 있는 시계가 5분 느리거든? 그래서 결국 7시 5분부터 하게되고 여기에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다들 막 시간을 딱! 맞춰서 오지는 않으니까 대충 7시 10분부터 7시 55분 정도까지 45분 수업하게 되는 것 같다. 몸 좀 풀어야 되니까 5분 정도는 그냥 물 속에서 걸어갔다오고 해서 수업시간은 40분 정도. 이 40분 동안 너무 이것저것 배우는 느낌이야...
오늘은 키판 잡고 발차기 하고 -> 허리에도 묶고 키판이랑 같이 발차기 하고 -> 머리 안 넣고 발차기만 하면서 앞으로 나가게 하고 -> 허리에 묶었던 거 다시 풀고 키판 잡은 채로 팔까지 같이 하면서 갔다왔다가 -> 키판 없이 들어가서 발차기 하면서 해 보라고 했다. 너무... 너무 많은 프로그램 아니야?! 물론 뒤처지는 것은 나만이다... 왜냐면 나랑 같이 하는 사람은 진짜 짱 잘한다. 저런 게 운동신경이라는 것이군ㅎㅎ 한 날 한시에 시작했고 지금 단계는 기초인데도 둘이 차이가 나는 게 좀 확연히 보이니까 선생님이 계속 나 격려해주는데 님 안 그러셔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을 지경... 난,,, 내가 떨어지는 거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타격,,,? 이런 거 전혀 없고,,,ㅋㅋㅋㅋㅋ 처음하는 것 치고 진도 느린 거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래도 상관없고 사실이 아니래도 별로...? 상관없고...?
중간에 선생님이 나보고 다른 운동 뭐 배우는 거 있냐고 해서 필라테스 한다고 했더니ㅋㅋㅋㅋㅋ 그건 잘 따라하냐고 묻는거야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아니요? 전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에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러고 다시 어푸어푸 하러 갔다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이 운동을 처음 해보면 뭔가 정상참작의 여지라도 있었다는 거였을까?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서 보통 인간보다 약간 떨어지는 상태로 배우고 있는 것 자체가 지난 3년 간의 특훈(나에게는 특훈)으로 겨우 끌어올려 놓은 거라구욧...!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운동 가르치는 사람들의 어떤 기본치의 수준 자체가 개쓰레기 몸으로 살아온 나랑 너무 다르다는 것을 가끔씩 느낄 때마다 너무 웃겨서 약간 눈물 나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들도 자신들이 언제나 보통 사람들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은 인지하는 상태이기 때문에(왜냐면 쉘든 쿠퍼가 말했든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보통 커리어의 끝이기 때문에 다들 운동선수나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이라도 하다가 오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처음에 물어볼 때 약간 내가 너를 무시해서 물어보는 것이 절대 아님, 하지만 백그라운드 체크를 위해 물어보기는 해야 됨, 혹시 재수없지는 않을까 약간 걱정됨 등등의 여러가지 감정과 의문을 한 가지의 질문에 담아 묻게된단 말이야. 이렇게 물어볼 때의 그들은 자기 딴에서는 기대치를 최소한으로 낮춰놓고 물어보는 편이지만 나의 답을 듣고 나서도 얼굴에서 물음표가 떠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항상 너무 많이 웃게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치료 선생님이랑도 얘기하면서 이거 때문에 너무 많이 웃었는데 수영선생님이랑은 더 많이 웃게 될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냐면 물은 땅바닥이 아니라 내가 더 겁을 먹고 있고 더욱 허우적 거리며 그렇기에 진도가 더딜 것임이 틀림없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선생님이 계속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기도 하고ㅋㅋㅋ 어차피 계속 할 거니까 처음 배울 때 확실하게 배워놓는 게 나은 거라고 여기가 오래 걸려도 이거 제대로만 해 놓으면 내일부터라도 접영 배울 수 있다고ㅋㅋㅋㅋㅋ 해서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막 깔깔 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가지 종목에서의 부진아로서 선생님들의 이런 trait를 경험하게 될 때마다 선생님의 가장 첫번째 자질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지금 물에 뜨지도 못하고 발차기를 해도 앞으로 전진이 안 되고 팔 동작 해보라고 하니까 그대로 꼬르르륵o0O 하고 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총체적 난국이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직 이거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저는 그냥 물에 뜨기나 해야지 뭘 시작하는 거 아니에요?" 했더니 그런 거는 없다고 하면 된대. 하... 그래, 나는 한녀다. 나는 한다면 하는 여자 한녀다! 그리고 나는 절대 중간에 그만두지 않으니까 날 격려하지는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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