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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2018년 영화결산

by ㅠㅏㅠㅔ 2019. 11. 6.

2019.06.06 

 

 

1월 11일

1. <다운사이징> 
☆☆☆☆☆

크리스틴 위그 때문에 봤는데 30분...? 나오고 안 나와서 어이없었고 너무나도... 빻았다... 내가 인종차별 관련한 텍스트를 잘 해석하는 편이 아니라 제대로 말을 못하겠는데 이 영화에서 동양인이나 남미인들을 묘사하는 방식이 과연 옳은가...? 진짜... 맷데이먼만큼 빻았다...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전체적인 느낌과 내용은 마가렛 애트우드의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랑 굉장히 닮아있었다. 

 

 

2. <코코> 
★★★★☆

새로운 문화에 대한 애정 깊은 이야기여서 좋았다. 멕시코 문화에서 유교의 향기를 느낄 줄이야.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저승세계에서도 소멸되고, 이승에서 했던 일이 저승과 일정부분 연관된다는 것도 동서양을 막론하는 소재이구나 깨달았다. 이승에서 기억에 주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제단에다가 음식을 바치면 그것을 저승의 사람이 취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는 저 세계관에서는 종현도 행복하게 살고 있겠구나 잠깐 생각했다.

 

 

1월 17일

3.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마지막. 책으로 읽었을 때 “이게 뭐야...?” 싶게 끝났었는데 영화 시리즈도 원작에서 크게 다른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테레사의 분량은 크게 늘어났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게 남성주인공들을 위해 희생하는 성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여전한 한계였다.

 

 

1월 18일

4. <삼생삼세 십리도화>
★★☆☆☆

중국 영화는 한국 시장에서 크게 인기있는 컨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수입이 되어 들어오는 것은 어느 정도 괜찮은 평을 받은 것들이 많고 그래서 어지간하면 챙겨보는 편이다. 이것도 그런 맥락에서 봤는데... 너무 거대한 세계관을 2시간 남짓에 옮기다보니 삭제된 부분이 많았고 따라서 이야기가 점프 점프 뛰면서 진행되는지라 이해하기에 쉽지는 않다. 다 보고 원작 내용을 찾아보아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정도. 두 주연배우의 합은 좋았으나 영화로서 매력있었냐고 하면 글쎄...?



5. <피의 연대기>
★★★★★

생리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나서야 처음으로 ‘생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그동안은 짜증난다거나 불편하다는 생각 이상은 해 보지 않았었는데, 이 다큐멘터리 덕분에 고대인들은 생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생리에 대한 그림이나 역사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처음으로 ‘생리’라는 것을 객체화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학교 가정 시간에 여성과 남성의 신체 구조에 대한 챕터에서 생리에 관한 걸 배웠을 때 보다도 이 다큐멘터리 한 편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피의 연대기>는 정말로 학교 교과과정 중에 한 번씩 보여줘야하는 필수 참고자료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왜 ‘월경’이라는 단어도 있고 ‘생리’라는 단어도 있는데 그 중에 ‘생리’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지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 다큐멘터리에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월경(月經)’이라는 단어는 달마다 지난다는 의미인데 이 단어가 너무나 적나라하다고 느껴진다며 생리현상의 일종이다 해서 생리라는 단어로 순화해서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생리'라는 단어도 적나라하다며 '그날'이라거나 '마법에 걸렸다'고 또 다시 순화해서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기회가 되어서 GV에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 감독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생리는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생리현상 중 하나인데 이것이 여성의 성기에서 일어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성적으로 치부되는데 이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리에서 성적인 느낌을 완전히 빼버릴 수 있게 교과과정에서 건조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1월 25일

6. <공동정범>
★★★★☆

극장에서는 보지는 못하고 나중에 다운로드로 봤다. 보면서 정말 몇 번이고 멈출 수밖에는 없었다. 이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개봉이 되는 것 자체가 순탄치 않은 정권이었고, 이것이 공개되어서 세상에 나왔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기도 했을테다. 나는 용산참사라는 일에 어떤 식으로도 관련되지 못했고 내가 접한 것은 뉴스기사나 트위터 글 정도가 전부였는데도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보도됐는지를 보는 것과 그 뒤에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그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 다른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7. <기생-꽃의 고백>
★★☆☆☆

죽은 <해어화> 붙잡고 레즈 영화로 만들어달라고 하는 사람 나야 나♬ 이 영화는 실제로 기생으로 일했던 분들 중 현재까지도 살아계신 분들을 인터뷰하고 그 분들의 기억에 의존해 권번이 있던 곳에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다큐멘터리였다. 봤던 이유는 <해어화>에서 잠깐 나왔던 기생들의 이야기를 좀 더 사실적으로 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찾아봤었다. 출연하시는 대부분의 할머님들은 기생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자신이 기생이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사셨던 분들이 대부분이라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통해 등장하시지만 어쨌든 1세기 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공유받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기생은 말 그대로 예인이었다고 하던데 이에 대한 이미지를 일본 식민지 시절에 많이 훼손당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았다. 그 시대에는 그들이 예인이고 연예인이었다고.



8. <탠저린>
★★☆☆☆

션 베이커의 첫 장편 영화였을테고 아이폰으로 찍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화제가 되면서 그 감독의 전작을 만나보자! 이런 식으로 개봉했었던 기억. 이거 찍으려고 진짜 뒷골목 같은 데서 얼마간 살아보기도 하고 거기서 실제 이 영화에서 연기했던 배우들도 픽업했다고 하던데 그런만큼 거칠고 다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있었다. 영화적으로 엄청 재밌는 얘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 나는... 씨네필 아니니까...


 

2월 8일

9. <오직 사랑뿐>
★★☆☆☆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베추아날란드(후에 보츠와나 공화국이 됨)의 부족장으로 내정되어 있는 흑인 남성이 영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백인 여성과 사랑에 빠졌고 이 두 사람의 결혼을 막기 위해 온 국가적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한 다음에는 한 나라의 정권이 이 두 사람을 어떻게든 괴롭히려고 했던 이야기. 난 처음에 남주가 자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랬나? 왕자랬나? 뭐 이렇게 말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스스로가 인종차별주의자 씹새끼인건지 왕정제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타도한지 1세기 되어가는 나라에서 나고 자라 왕정제를 농담 이외의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자란건지 구분을 못 하겠음). 영화 자체는 제국주의 아래에서 고통받는 식민지인들의 애환과 왕족으로 태어나 그 왕족으로의 지위를 버려야하는 고뇌 등등이 괜찮게 그려져 있었다. 다만 로자먼드 파이크의 역할은 주체적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시대의 한계와 지위의 한계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밖에는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내용적 한계 상 기타 로맨스 장르처럼 남자와 여자의 비중이 1:1이 될 수가 없었다는 것이 단점.



10. <패딩턴 2>
★★★☆☆

패딩턴 여전히 사랑스럽고 너무 귀여웠다ㅠㅠ 이번 편은 이미 관객들이 패딩턴을 잘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패딩턴에 대한 배경설명도 덜 하게 되니까 가족들 이야기도 더 나오고 그만큼 패딩턴과 세상과의 교류가 더 많이 나오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2월 14일

11. <골든슬럼버>
★★☆☆☆

스릴러물?로서는 그럭저럭...이었다. 원작을 안 봐서 원작보다 나았는지 못했는지는 판단 불가. 다만 이야기를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 다짜고짜 밑도 끝도 없고 어이없이 누군가를 믿어야만 하는 부분의 설득력이 굉장히 떨어졌다.



12. <블랙 팬서>
★★★★☆

10년쯤 지나면 고인물인 마블도 어쩔 수 없이 개혁을 해야 되는 부분이 있고 이것은 나름 흥미로운 시도였다. 모두가 모이는 <어벤져스> 시리즈는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지만 리드하는 히어로가 그 나름의 목적과 타당성을 가진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었다. 아프리카의 지역색과 그들의 프라이드를 잘 나타낸 면이 특히 좋았다.

 

 

2월 21일

13. <50가지 그림자: 해방>
★☆☆☆☆

친구들이랑 1편부터 영화관 가서 같이 본 게 약간의 ritual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개봉했을 때 "야! 가자! 빨리 가자! 관 없어진다!" 이러고 가서 봤는데 또 너무 즐겁게 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짱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편 기억 당연히 잘 안 나고 쓰는 지금조차도 뭔 내용이었는 기억 잘 안 나는데 하여튼 보면서 또 하나도 안 꼴리고 엄청 웃은 다음에 피임 잘 하자고 생각하며 극장 나왔다. 피임 중요해. MY BODY MY CHOICE임.

 

 

2월 22일

14.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

굳이 청소년 관람불가가 되게 찍어야 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물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라고 하기에는 헤녀인 내가 딱히 끌리지도 않았던... 전... 얼굴을 존나 보는 사람이라서일까요...? 샐리 호킨스의 연기만이 다른 모든 별로였던 지점을 상쇄했기 때문에 한 번 쯤은 볼만 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15. <언프리티 소셜 스타>
★★★★★

엘리자베스 올슨, 그녀는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스윗 아메리칸의 대명사이다...! 오브리 플라자, 그녀는 미쳐버린 연기의 천재이다...! 애초에 캐스팅만 보고도 무조건 극장 가서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다 보고 나서도 정말 좋았던 건, 이 영화는 딱히 어줍잖은 교훈을 주겠다는 생각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소셜 미디어가 사람을 돌게 만드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부분이며 인정하고 들어가지만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해 딱히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 뒤에 있는 인간에게 어느 정도의 거짓이 있다는 것은 소셜 미디어를 쓰는 우리 모두가 사실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런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직접적으로 꺼내보이지 않는 진실'을 교묘히 활용하여 이 얇다면 얇고 두껍다면 두꺼운 장막을 날려보내고 그 장막 뒤의 일을 찍어내면서도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 라고 건조하게 찍어내어 전달하는 결말이 특히 좋았다. 그 이후의 삶은 또 그 이후의 삶일 것이다.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삶의 일부분을 보았고 떠나갈 것이다.



16. <월요일이 사라졌다>
★★★☆☆

리드롤인 누미 라파스가 연기도 액션도 너무 잘 하고 설정 자체도 마음에 드는데 결국 이 세계의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것이 여성의 모성 때문이라는 것이 약간 어이 없기는 했다... 그러나 이런 설정을 가지고라도 여배우가 완벽하게 이야기의 모든 부분을 리드하는 작품이 꾸준히 생산된다는 전제하에 볼만 한 영화였다.

 

 

2월 28일

1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치고는 어쩐 일로 감동 코드를 섞어서 썼더라(책 안 읽음). 책으로 읽었으면 좀 더 나았을까? 일단...료스케 연기는 한결같이 안 늘어서... 이제는 연기가 늘 때가 되었다... 별로 재미는 없었고...

 


18. <더 포스트>
★★★★☆ 

약간 늘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메릴 스트립의 강인한 연기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은 좋았다. 여성 리더가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어떤 중요한 가치를 지켜나가야 하는 일에 대한 고난과 고뇌를 잘 보여주었다. 실패하는 것이 유난히 더 용납되지 않는 언론사 사주의 자리에서 여성으로서 더욱 더 실패할 수는 없었던 강인하고 쓸쓸한 모습.

 

 

19. <리틀 포레스트>
★★★★★  

난 사실 가벼운 영화 사랑러란 말이야. 이런 영화 너무 좋아...!!! 영화가 항상 심각하고 감정을 극단까지 몰아붙여야 하는 것에 약간 진절머리 났고 그래서 충무로에 이런 영화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김태리의 가볍지만 진중한 연기가 줄곧 화면을 채웠고 엄마 역할인 문소리가 잠깐씩 등장할 때마다 두 사람의 유대감이 어떤 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요리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보여주었던 부분이 특히 좋았다. 실제 귀농생활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가 하나쯤은 있어서 다행이야.

 

 

3월 7일

20. <사라진 밤>
★★★☆☆ 

잘 된 한국 영화답게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지간히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눈치를 챌 수 있는 부분이라 놀랍진 않았다. 이 영화를 좋게 본 이유는 비록 움직이는 메인 캐릭터들은 남자가 다수일지라도 반전의 키를 쥐고 영화의 후반부를 주도하는 것은 여자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이다. 김희애라는 배우가 이런 비중에도 영화에 출연을 했단 말이야? 싶었는데 영화 다 보고 나니까 본인의 필모에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무엇보다 여자 선배로서 스크린에 나올 때 여자 후배에게 분량을 나눠주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기에 출연할 수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감독이 만든만큼 바람 피우고 순애보적 사랑이고 이런 건 그냥 평범하게 후졌지만.

 


21. <플로리다 프로젝트>
★★★★★

션 베이커의 전작보다는 단연히 이 영화가 훨~씬 좋았다. 영화적으로도 좋았고 재미도 있었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본 세상의 부조리함을 너무 잘 그려냈다. 쨍쨍한 햇빛 아래 파스텔톤의 건물이 보여지는 영화 포스터에서는 절대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빈민층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거나 낭만적으로만 보이지 않게 그려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 조금 슬퍼지지만 잘 해 주고 싶어도 마냥 잘 해 줄 수 없고 잘 해 나가고 싶어도 마냥 잘 해 나갈 수는 없는 인물들의 사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깊게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3월 8일

22. <나라타주>
☆☆☆☆☆ 

내가 이걸...욕을 진짜 너무 여러 번 했거든...? 그래서 이젠 욕할 기운도 잃었다... 그냥... 쓰레기니까 아무도 보지 마세요... 책도 영화도 보지 말고... (다잉메세지)



23. <아이, 토냐>
★★★★★ 

논쟁이 많은 인물인 토냐 하딩에 관한 영화. 마고 로비가 엄청난 연기를 해 냈고 그 연기로 이 논쟁적인 인물에게 깊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마고 로비의 열연만으로도 좋았지만 동시에 이렇게까지 이기는 것에 불타고 경쟁심에 불타고 사랑에 불타는 여자 캐릭터를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보는 내내 재밌어하면서 봤다. 



24. <툼레이더>
★★☆☆☆ 

라라 크로포트의 배우가 완전히 다른 타입으로 캐스팅 된 것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키도 체구도 작은 체구의 알리시아 비칸더가 엄청나게 어려운 액션을 소화해 내는 것을 보는 쾌감이 있었다. 



25. <팬텀 스레드>
★★★★★

너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뭐라해야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틀린 욕망을 그려내는데 내가 비틀린 사람이라 너무 좋아, 너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영화 본 이후로 나의 꿈 너무나도 팬텀 스레드가 되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게서 동사가 되어버린 영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용례 : "아! ㅇㅇ과 팬텀스레드 해야 하는데^^!"

 

 

3월 14일

26. <로건 럭키>
☆☆☆☆☆ 

그냥 평범한 범죄 오락 영화였다. 팝콘 무비? 정도. 근데 팝콘은 다 못 먹겠는.



27.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도 볼만한 로맨스 물이 나왔다. 일본의 유명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버전으로 나는 그 드라마가 유명하다는 것만 알고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욱 괜찮게 볼 수 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가 어느 비오는 여름날 기억상실 상태로 잠깐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인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 계속해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태의 여주인공을 가만히 세워놓기만 하지 않고 본인이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든 부분이 좋았다. 극을 이끌어갔던 주연배우 둘의 힘도 컸고 아들로 나오는 아역배우가 아역배우만이 할 수 있는 깜찍함을 계속해서 선사하며 재미를 준다. 로맨스 영화는 여자와 남자의 비중의 거의 1대 1로 비등하게 유지될 수 있는 장르 중 하나기 때문에 이런 영화들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 어설프지만 망가지는 것만은 제대로 했던 소지섭의 코믹스러움과 <클래식> 때부터 언제나 잘하던 멜로여신 손예진의 조합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었다.

 

 

3월 15일

28. <120 BPM>
★★★★★

에이즈에 대한 인식 재고와 이에 관련한 제약회사와 정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항하는 액트업파리 라는 활동가들의 이야기. 영화 내내 클럽에서 뛰노는 것과 활동가들의 거리 시위, 섹스, 이렇게 세가지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교차해서 나오게 되는데 다 보고 나서야 이 세 가지 행동들이 굉장히 닮아있는 행위들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우며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나를 위해서이건 모두를 위해서이건 함께 좀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한 행위들.

 


29. <쓰리 빌보드>
★★★☆☆ 

안 좋은 평 있는 것 알았지만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가 궁금해서 감수하고 봤다.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영화 자체로는 너무나도 백인 남자에게 너그러웠기 때문에 좋은 영화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남자 감독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기 위해 강한 여성 캐릭터를 사탕발림으로 내세우면서 끼워넣기라도 한 것을 칭찬해야 하는가?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



30. <퍼시픽 림: 업라이징>
★★★★★

큰 로봇 짱 좋아. 때려부시는 거 진짜도 아닌데 뭐 어때. 짱 좋아. 새로운 캐스트의 합류를 위해 약간 어거지스러운 가족관계를 설명하며 시작되지만 주인공인 제이크와 아마라의 합이 좋았다. 영화 가장 후반부까지도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승산없는 것 같이 보이는데 한 방으로 끝내버린다는 것에서 정말 커~다~란 로봇물이 갖는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트랜스포머 같이 그냥저냥 큰 로봇이 아니라 진짜 여의도 빌딩만한 로봇이고 이러니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은 너무 하잘것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1.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

한국에서 리메이크 한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이 되는 영화. 원래는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리틀 포레스트>가 흥행하면서 한 편으로 합쳐 재개봉한 것을 보게 되었다. 일단 일본 영화는 두 편이기 때문에 분량이 훨씬 기니까 정말 식재료를 키우고 구하고 그것을 다듬고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니 그만큼 편안하게 보았다. 또 일본 영화에서는 육식하는 장면도 보여줘서 중간에 오리 잡는 부분도 존재하여 조금 더 현실적이었던 측면이 있었다. 아마 한국판은 감독님이 동물단체 대표이시기도 하고 하다보니 육식 부분은 빠진 것 같은데 나는...육식 포기 못하니까 일본 판도 좋았네... 오리... 맛있어... 미안해 오리야... 넌 왜 맛이 있어서...ㅠ

 

 

3월 22일

32. <소공녀>
★★★★★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즐기면서 살아가고 싶은 미소의 이야기. 나날이 올라가는 생활물가 인상에 남자친구와 만나는 것도 포기할 수 없고, 지쳤을 때 한 대 태우는 담배도 포기할 수 없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며 딱 한 잔의 위스키도 포기할 수 없는 미소는 결국 집을 포기하기로 한다. 집을 포기하더라도 길바닥에 잘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미소는 옛 친구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신세를 지게 된다. 당연히 의도한 것이겠지만, 미소가 여러가지 형태의 집 안으로 들어가고 그 집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관계를 외부자 미소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집이라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실체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다 다르게 생긴 주택이어도 또는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여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각각의 삶과 구성원 간의 관계는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을 아예 갖지 않은 채 또는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미소의 삶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33.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영화 보고 너무 많은 시간 동안 벗지도 않는데 대체 왜 영화 등급이 19세냐고 화를 내었어요-_- 내가 이런 걸 볼라고 성인이 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저기요-_- 어쨌든, 영화 개봉하기 전부터 복숭아 씬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고 얼마나 야한지 원서로도 미리 찾아봤는데 영화는 당연히...실망이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배경으로 하여 십대 청소년의 첫사랑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감독이 감독인만큼 영상미만은 끝장나게 구현했던 것 같다. 다만 모 님의 말에 의하면 나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책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엘리오의 요동치는 마음을 계속해서 이야기 해 주어서 어떤 일이 명확하게 일어나고 있으나 영화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카메라가 둘의 모습을 바라만 보니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로 바뀌어버려서 크게 재밌는 영화가 되지는 않았다.

 

 

3월 28일

34. <7년의 밤>
☆☆☆☆☆ 

정유정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봤다^^... 정유정 작가가 돈 벌었으니까 됐다고 긍정적인 생각하자^^... 컵에 물이 반이나 차 있네~!!!



35. <해피 어게인>
☆☆☆☆☆ 

TYPICAL. BORING. 

 

 

3월 29일

36.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진짜 아무 생각이 안 듦.

 

 

4월 4일

37. <레이디 버드>
★★★★★

C "I just, I wish that you liked me." 
M "Of course I love you." 
C "But do you like me?" 
M "I want you to be the very best version of yourself that you can be." 
C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다른 부분도 좋았지만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이 부분이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 여자인 친구들과의 관계를 그려냄에 있어서 천재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는데도 레이디 버드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부분은 저 장면이다. 크리스틴은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는 건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엄마가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자신을 얼마나 생각해주는지 알지만 그것이 자식에게 내려오는 무조건적인 사랑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엄마가 자기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는 것에 많이 공감했다. 내가 엄마한테 바라는 게 저런 거였나?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엄마랑 내가 가족이 아닐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참고 사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

 

 

4월 19일

38. <당신의 부탁>
★★★☆☆ 

남편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이후 그럭저럭 그 상처를 추스르고 살아가던 효진 앞에 죽은 남편의 아들이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찾아 온 아이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어쩐지 모를 이끌림으로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한다. 삐걱삐걱 대고 어색한 사이이지만 한 집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 어째서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했는지, 앞으로 맞닥뜨릴 갈등들이 무엇일지 영화는 별로 설명해주려고 하지는 않지만 가족이 되는 것을 '선택하기로 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에 딸려오는 무수한 어색한 순간들을 임수정 배우가 훌륭하게 연기해주어서 보기 좋았다.

 


39. <콜럼버스>
★★★☆☆ 

정적이고 고요하고 푸른색 녹음과 거대한 건축물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영화. 고요하게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꿈은 있지만 도전했다가 실패할만한 기반이 없는 것 같고 하지만 조용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추구해 나가는 이야기. 영화관에서 완전히 집중하고 큰 스크린에서 봐야만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40. <판타스틱 우먼>
★★★☆☆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었다. 세상의 반대에도 조용하고 초연하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영화였다. 거센 바람이 부는데도 그 맞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주인공이 처한 모든 순간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다.

 

 

4월 25일

41. <당갈>
★★★★★

발리우드 영화다운 뽕끼가 있어서 너무 신나는데 동시에 여자주인공들이 레슬링을 하는 이야기니까 박력이 넘쳐서 더 재밌었다. 영화가 길지만 그 긴 시간이 체감이 안 될 정도로 속도감이 빠르고 이야기가 스텝을 밟아서 착착착착 진행되는 리듬감이 좋았다. 어떤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식은 도구로서의 수단이기 때문에 성별이 날아간다는 것에서ㅋㅋㅋㅋㅋ 약간 어이없게도 페미니즘적인 메세지를 지녀서 웃기기도 했다. 현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이 집안 자매들은 아직도 열심히 레슬링을 하고 있다는데 그 현실 이야기까지도 재밌었다.



42.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안 보려고 했다가 어쩌다보니 그냥 보게 됐는데...나 이제 어벤져스 진짜 극장에서 안 볼 거야... 진짜 진짜로 안 볼 거야... 내가 어벤져스를 극장 가서 보면 사람새끼가 아니다... 다짐 또 다짐...

 

 

4월 26일

43. <리브 어게인>
★★☆☆☆ 

유명 뮤지션 아버지를 가진 주드는 자신도 음악을 하지만 코러스 가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집세 낼 돈이 없어 다시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물 간 아버지의 계속되는 재기를 위한 노력이 지겹고 쪽팔리기도 하고, 이 집을 나가지 못하는 신세에 유부남과의 지지부진한 관계를 질질 끄는 자신도 한심하고, 뭐든 다 이룬 것 같은 자매와의 신경전도 피곤한 주드. 남자 주인공으로는 많이 있는 이야기였는데 그래도 엠버 허드가 피곤하고 지치고 다 때려치고 싶은 주인공으로 분해 새로운 타입의 연기를 보여줬던 것이 좋았다. 가족이 지긋지긋하고 근데 또 다 인연끊고 혼자 살자니 그럴 수는 없고 그러기도 싫고, 가끔은 좋았던 때를 이야기 하며 같이 담배를 피우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인 것 같기도 한 그런 순간들.

 

 

5월 3일

44. <원더스트럭>
☆☆☆☆☆ 

너무 재미없었어. 이제 기억도 잘 안 나. 그래서 할 말이 없어.

 

 

5월 10일

45. <에델과 어니스트>
★☆☆☆☆ 

이 영화가 나한테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있다면(영화 자체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다) 훗날 코니 윌리스의 <블랙 아웃>을 읽을 때 '에일린이 일하는 집에 왜 그렇게 런던에서 온 아이들이 많은가?' 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런던 대공습 때 부모들은 일을 하거나 전쟁에 관련된 부분에 도움이 되어야 하니까 아이들을 안전한 교외로 보내서 돌보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더라. 유명한 그림 작가가 부모님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일대기로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5월 16일

46. <안녕, 나의 소녀>
★★★★☆ 

엄~청 재밌게 봤는데 별이 왜 네 개냐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저냥 뻔한 학원로맨스물이어서 그렇다. 근데 여자 감독이 남자주인공인 왕대륙의 뻔뻔하고 양아치 같은 매력포인트를 잘 잡아내고 여자주인공인 송운화의 어설프지만 귀여운 매력을 잘 잡아내서 재밌는 영화가 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뻔한 이야기여도 이걸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과거의 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더욱 과장할 수 있었던 측면도 있었다. 양아치 같이 하고 다닐 때의 과장스러운 연출이라던가ㅋㅋㅋㅋㅋㅋ 쨌든 가볍게 보기 좋아서 여러 번 다시 틀어서 봤는데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ㅋㅋㅋㅋㅋ 왕대륙 캐릭터가 갑자기 자기 공부해야 된다고 엉망진창이던 면학 분위기 정리하고 그 반의 우등생 자리로 의자 질질 끌고 가서 가르쳐달라고 하는 장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온 반이 다 의자 끌고 그 우등생한테로 모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한테 안 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7. <피터 래빗>
★★★☆☆ 

원래 피터 래빗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순전히 내 느낌에만 의거하면, 이 영화의 피터 래빗은 아마 말썽꾸러기 수치를 최대로 올려버렸다. 인간과 토끼의 알콩달콩한 느낌을 기대하고 보기 시작한다면 이게...뭐지...? 라는 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와 같이 악당을 맞이한 토끼들이 그를 물리치는 내용. 그리고 여기서 악당은 남자주인공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토끼들의 말도 안 되는 액션을 보고 있다보면 깔깔거리면서 웃게 되는 밝은 영화였다. 로즈 번을 가운데에 둔 인간 남자(돔널 글리슨) vs 토끼들 의 싸움!

 

 

5월 24일

48. <오목소녀>
★★★☆☆ 

웹드라마로 만든 걸 모아서 극장에서 개봉했는지, 영화로 만든 걸 짤라서 웹드라마로 방송했는지...선후관계가 약간 헷갈리는데 어찌됐든 둘 다 약간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제작비 때문에 그렇겠지. 기원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주인공이 돈 몇십만원 때문에 평소 낮게 보던 오목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자신이 낮추어 보던 하급의 세계에도 심오한 룰과 그 나름의 법칙이 있으며 그것 또한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재밌었다. 본격 코믹물로 갔어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모든 것은 돈의 문제로다...

 

 

5월 30일

49. <라이크 크레이지>
★★★☆☆ 

펠리시티 존스랑 안톤 옐친 나와서 봤다. 그냥 둘이 나오는 것 자체로 눈물이 나오기도 했던 것 같다.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내서 좋았다. 너무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직 결혼할 만큼인지는 잘 모르겠고, 하지만 지금 당장 헤어지자니 그건 싫고, 둘 중의 한 사람이 자신의 터전을 포기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일인데 그게 내가 되기는 싫고 그렇다고 그 어려운 일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자니 얼마나 힘든 일일지 알고.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만 시작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적인 문제들이 끼어들어 오면서 오직 사랑만으로만 이 관계를 지속시킬 수는 없는 것을 잘 그려내었다. 보다가 어느 순간에는 fair의 측면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럼 둘 다 터전이 없는 제 3의 지역에서 시작하면 안 되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물론 금방 안 될 일이란 것을 안다. 한 사람이 자리를 확실히 잡고 있는 상태에서도 다른 한 사람을 여기에 편입시키는 것도 힘든데 둘 다 낯선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미친짓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50. <스텐바이, 웬디>
★★★★★

자폐증을 가진 웬디가 자신이 쓴 스타트렉 원고를 파라마운트 픽쳐스에 투고하기 위해 600km에 달하는 거리를 모험하는 이야기. 어떻게 끝나게 될지 꽤나 마음 졸였는데 투고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었다ㅠㅠ 익숙한 패턴에서만 평이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자폐인이 특정 목표를 위해 자발적으로 그 평이함을 떠나는 이야기였다는 것이 좋았다. 어떤 사람은 나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좋기도 하지만 사람의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겨우 해석하는 웬디는 모든 사람을 기본적으로 선의가 있다고 여길 수 밖에 없는 것을 보며 모르는 사람에게도 좀 더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5월 31일

51. <디트로이트>
★★★★☆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작품이어서 봤다. 잔인한 걸 잘 못 봐서 칼 나오면 아예 눈 감고 명상의 시간을 가지는데 여기는... 총이 너무 많이 나와서... 총은 변수가 커서 봐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너무 고민되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근데 총 나오면 거의 눈 감고 있기는 해서 영화를 2/3 봤네^^ 그 정도로 스릴러를 잘 찍어놓았다는 반증^^ 인종차별에 관련한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다소 암울한 분위기이긴 했다. 관련된 실화에 대한 보고서는 아직 시간이 덜 지나서 공개되지 않았고 신문기사와 그 당시 인물들 또는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만들어 낸 영화라고 한다.

 


52. <미세스 하이드>
★★☆☆☆

이거...내가 쓰진 않았는데... 깊은 공감... 이것저것 많이 담아내기는 했는데 프랑스 영화답게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고... 이자벨 위페르 짱 좋고... 졸리고... 그리고 이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가 별 볼일 없는 선생님으로 나와서 그 반에 선천적 장애로 발을 저는 남자학생이 이자벨 위페르를 무시하고 괴롭히며 반 친구들한테 인기를 얻는 반항아로 나오는데 이 부분도 별로였다. 실제로 이런 학생같은 애들이 있는 것도 알고 이런 상황에서 선생은 딱히 반격할 수도 없는 것도 맞는데 여기서 이 남자애한테 이런저런 사정을 주면서 얘한테도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는 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여자애였으면 선생님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굴었을까? 잔인하게 굴었다고 해도 그 잔인함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부여해 주었을까?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6월 6일

53. <아이 필 프리티>
★☆☆☆☆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도 그렇고 <아이 필 프리티>도 그렇고 에이미 슈머 언제나 조금씩 별로인 영화를 만듦... 그나마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는 한창 에이미 슈머 자체가 아이콘이 되어가던 시절에 나오기도 했고 여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청불(에 가까운) 로코가 없어서 그냥저냥 봤는데 <아이 필 프리티>는 그냥... 그냥 재미없어... 에이미 슈머도 딱 이 정도까지의 페미니스트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펙트럼은 당연히 필요하고 이 정도까지의 페미니스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컨텐츠에 나 자신이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6월 7일

54. <밤쉘>
★★★★★

현대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의 기술의 초석이 되는 '주파수 도약'이라는 기술을 발명한 발명가의 이야기. 뛰어난 발명가였지만 동시에 배우로도 활동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발명가라는 타이틀을 주기보다는 얼굴이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배우라는 타이틀을 더 중요시했고, 본인도 그러한 사회의 시선에 휩쓸려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영화는 그녀의 인생여정을 훑어 나가면서 중간중간 그녀의 발명품들을 소개해주다가 그 시기의 사생활적 이야기를 섞으며 진행되어 나간다.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역시 마지막이었다. 영화 뒤쪽에서 헤디 라머가 어느 행사에서 큰 상을 받게 되는데 자신이 직접 가서 그 상을 받지 않고 자식을 보내 대리수상을 받게 만들고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수상소감을 짧게나마 말한다. 나이가 들더니 예전만 못하네, 이제 늙었네...등등의 말을 듣고 어느 순간 이후로 자신을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시켜 버린 사람의 모습이라 슬펐다. 그런 말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어떻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겠었어?

 

 

6월 13일

55. <오션스8>
★★★★★

오락영화로서도 재밌었고 홍보과정도 재밌었고 이것저것 다 마음편히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다. 애초에 오션스...11...? 12...? 도 안 봐서 남자들이 왜 부랄발광을 하고 게거품을 무는지는 잘 이해도 못 했다^^ 거기에 내가 재밌었고 저들이 게거품을 물었으니 뭐 다 좋은 것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하는 마음. 제일 처음으로 등장하는 산드라 블록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쓱쓱 훔치고 호텔 스위트룸에 묵어버리는 장면부터 이미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속이려고 했던 사람이 결국 눈치빠르게 눈치 채 버리고 등장하는 모습도 너무 좋았다. 여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6월 14일

56.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

영화를 다 보고 제일 처음으로 생각했던 것은 원제 <Visages, Villages>와 영어제목 과 한국제목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 모두 천재적인 명명이라는 것이었다. 80대의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30대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제이알이 만나 반세기가 넘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함께 공동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사람들의 얼굴이 가진 힘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각 개체를 구별하는 특성 중에 하나인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 얼굴이 뛰어나서 돈을 벌고 살기도 하지만 그건 일부의 이야기이지 대부분은 얼굴 자체로 큰 일을 하면서 살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굉장히 큰 카메라로 일하는 모습을 찍어 그 터전에 붙여놓으니 그것만으로도 어떤 증명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고 존재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며 그 삶의 가장 큰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사진작가인 제이알이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에게 주문을 했었을텐데(본 지 좀 되어서 요구하는 장면이 영화에 담겼는지 안 담겼는지 가물가물함), 피사체가 되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어깨를 쭉 펴고 올곧게 서야 한다고 이야기 했을 것 같다. 모두들 자신이 속한 곳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당당한 모습들이 좋았다. RIP Agnes Barda.

 

 

6월 27일

57. <허스토리>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한 이야기이지만 무작정 슬픔을 자극하려고만 하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주인공이었고 어려움이 있어도 다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나가는 이야기였던 것이 가장 좋았다. 법정 씬에서는 연출자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굉장히 어려웠을텐데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던만큼 계속해서 일본어를 쓴 것을 고수한 부분도 좋았다. 이 부분이 많은 사람의 노력 아래에서 이루어진 일이란 걸 알아서 더 눈물이 났다. 일본정부에 책임을 물은 수많은 재판들 중 유일하게 승소한 사건이라고 하는데 이 재판에서 이기고 모두 함께 팻말을 들고 행진을 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6월 28일

58. <거룩한 분노>
★★★☆☆ 

세계 남녀평등 지수에서 거의 1위를 차지하는 스위스는 의외로 여성참정권이 늦게 시행된 편에 속한다. <거룩한 분노>는 스위스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어낸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시골에 있는 한 마을의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 노라를 주인공으로 그녀가 각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노라는 밥 하고 빨래하고 아이를 돌보는 일만 하다가 점점 여성의 성해방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연스레 참정권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주변 이웃들과 함께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게 된다. 결국에는 집을 나와 동네의 음식점에 여자들끼리 모여 먹고 자고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남자들과 맞서 싸우기도 하는데 마지막에 투표권을 얻어내고 환하게 웃으며 행진하면서 끝나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7월 4일

59. <앤트맨과 와스프>
★★★☆☆ 

1편보다는 에반젤린 릴리 분량이 많아져서 재밌게 봤다. 마지막에 결국 미셸 파이퍼 돌아오는 거 원리는 이해 하나도 못했지만^^ 돌아오니 된 것이 아닙니까^^ 야호~^^

 

 

7월 11일

60.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 

작년에 일본여행 갔을 때 예고편을 봤었고 그때부터 보고싶어 하다 개봉이 되어 보게 되었다. 아야세 하루카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 물도 재밌어하며 잘 보는 편이어서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운 면이 좀 많았다. 아야세 하루카야 잘 하지만 상대역인 사카구치 켄타로의 연기가 너무 엉망진창이었다(무해한 연하남이어도 연기 스펙트럼이 이렇게 한정되어 있으면 껍데기로 커버 불가능). 흑백영화의 세상에서 튀어나온 공주님이 사람의 온기에 닿아버리면 소멸되어버리고 만다는 설정은 나름 흥미로웠는데 결국 공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7월 18일

61. <빅 식>
★★★★★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개봉했을 때 봤었고 정식 개봉했을 때는 영화관이 적어 보지 못했다는 것이 통한의 눈물... 딱히 타임슬립이나 이세계를 갔다오지 않고도 현실을 배경으로 해서 관계의 깊어짐에 대해 A와 B가 시간 차를 느끼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눈물줄줄)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에밀리와 쿠마일은 서로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 번 헤어진다. 그러던 중 에밀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혼자 타지에 나와 생활하고 있던 에밀리의 가장 가까운 사람은 얼마 전 헤어진 남자친구 쿠마일이다. 쿠마일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에밀리의 보호자가 되어 에밀리의 부모님과 연락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에밀리에 더 많이 알아가게 된다. 이후 에밀리가 깨어났을 때에는 에밀리와 쿠마일의 정보 차이가 너무나 큰 상황. 에밀리는 아팠던 내내 쿠마일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전해 듣기만 할 뿐 진정으로 느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헤어진 전남친이 왜 여기서 나의 부모님과 하하호호 하고 있는가? 어리둥절 할 뿐. 반면 쿠마일은 에밀리가 아팠던 시간 동안 에밀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자신이 에밀리를 얼마나 아끼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봤던 정말 정말 정말 좋은 로맨틱 코미디였다. 에밀리의 엄마 역할을 맡은 홀리 헌터도 너무 좋았다. 중간에 쿠마일한테 인종차별적 농담을 했을 때 갑자기 정색하면서 욕하는 부분 너무 웃겼고ㅋㅋㅋㅋㅋㅋ 동시에 저런 엄마 밑에서 자란 게 에밀리라는 사람인 것을 상기하게 되면서 에밀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에밀리의 주변을 통해 에밀리를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7월 25일

62.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 

미임파 자체는 사실 나올 때마다 전편에 무슨 일 있었는지 계속 까먹는데 5편의 일사 파우스트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보러 갔다. 5편보다는 일사 분량이 줄어서 상대적으로 재미는 없었다. 그냥...빨리 일사 파우스트 스핀오프나 나왔으면...

 

 

7월 26일

63. <어느 가족>
★★★★★

아키 관련한 부분은 확실히 이해할 수도 없었고 정말 일남적인 빻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영화 전체적으로 주고있는 메세지는 좋았다. 어떤 가족은 가족이라는 허울 뿐일 수도 있고, 어느 가족은 비록 그 무엇으로도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어떤 가족보다는 더 진짜 가족일 수도 있다는 것. 가족 각자가 특별히 악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진 않지만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여차저차 살다보니 일용직 노동자나 최저시급을 받는 계약직이 되어 살고 있게 되었다. 수입이 낮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대도시 내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단 하나. 아직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가게에 진열된 물건을 적당히 훔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많은 것을 훔치지만 단 하나 사람만은 훔치지 않는다. 부모가 부모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버려지다시피 방치되는 아이들을 데려올 뿐. 영화적으로도 재밌었고 전달하는 메세지도 좋았지만 동시에, 한국에서는 아직 나올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한국은 일본보다 복지 체계가 열악하기 때문에 할머니의 연금을 훔쳐 사는 이야기가 성립될 수 없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가 황금종려상 받았겠지 싶었다. 복지 수당이 어느정도 합의 된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순적이고 동시에 인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8월 8일

64. <맘마미아!2>
★★★☆☆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구름 한 점 없는 햇살 맑음의 미소와 릴리 제임스의 통통 튀는 발랄한 사랑스러움의 미소가 더해진데다 마지막에 메릴 스트립도 나온다면 이 영화는...안 볼 이유가 없었다. 1편의 속편인만큼 일단 아빠는 찾은 상태이니 2편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제작진 나름의 결론으로 나온 영화. 도대체 젊은 시절의 도나는 어쩌다가 소피의 아빠가 세 명일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남기게 되었는가? 를 기본 스토리라 하여 진행되어 나간다. 나는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이야기도 그냥저냥 재밌게 보긴 했는데, 젊은 시절의 남자들이 너무 못생겨서 약간...어이가 없긴 했음... 젊을 때 콜린 퍼스가 어떻게 젊었을 때 그렇게 생길 수가 있어요ㅡㅡ 근데 casting by 니나 골드라고 떠서 더 어이없었어ㅡㅡ

 

 

 

8월 22일

65. <나를 차버린 스파이>
★★☆☆☆ 

어느 날 갑자기 남자친구에게 문자로 차인 오드리(밀라 쿠니스). 너무 화가 나서 남자친구를 직접 만나러 갔다가 평범한 줄 알았던 그가 사실은 CIA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남자친구가 자신의 눈 앞에서 총에 맞아 죽어버리면서 얼떨결에 유언이자 유지를 이어받게 되어버린다. 절친인 모건(케이트 맥키넌)과 함께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손에 넣으려고 하는 USB를 전달 받아 지켜내야 한다. 이런 류의 이야기답게 설정은 그냥저냥이었는데 딱히 엄청 재밌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폭력묘사의 수위가 높아서 나는 좀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비슷한 류의 <스파이>는 엄청 재밌어 하면서 잘 봤기 때문에 그냥 영화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좌충우돌 팝콘 무비로는 나쁘지 않았다.

 

 

 

8월 29일

66. <상류사회>
★☆☆☆☆ 

이 영화를 쓰고 투자를 결정하고 제작할 때는 몰랐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즈음에는 영화계, 연극계 미투가 한국을 한 번 뒤집어 놓았을 것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언제 나왔어도 시대착오적이었을 것은 틀림이 없지만 개봉하는 시기에 미투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은 영화 내의 소재와 관련하여 더욱 논란을 부추길 뿐이었다. 영화적으로는 할 말이 전혀 없다. 그나마 별 한 개를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주연배우 둘의 연기와 까메오치고는 많이 나와 씬스틸러라고도 부르기도 뭐한 김강우의 연기력이었다. 이 영화 보면서 너무 많이 생각한 건데, 어떤 영화가 거지같은 것과 그 영화에 나온 배우가 열연을 펼쳐 그 캐릭터를 잘 살려낸 것은 분리해서 평가할 수 있는가? 였다. 수애가 이렇게까지 납득되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던 적이 있는가?(주다해는 납득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음) 그녀의 연기를 생각해 본다면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67. <서치>
★★★★★

영화관에서 보다가 소름끼쳐서 눈물이 났던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드라마/미스테리/스릴러 라는 장르를 모두 살려 낸 작품. 누가 했어도 재밌었을 작품을 존조가 주연을 맡아 성공했고 더욱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타인의 속을 알 수는 없다. 현대인의 속은 우리가 가상세계라 부르는 인터넷 세상에서 더욱 진실되게 드러나기도 한다.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친구가 많이 없고 조용한 마고의 실종이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나름의 대비효과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9월 6일

68. <나비잠>
★★☆☆☆ 

정통 로맨스 영화.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한국 감독이 만들어서 일본 로맨스 영화의 분위기와 한국 로맨스 영화의 분위기가 묘하게 섞였던 것이 특이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책을 만나고 싶은 료코(나카야마 미호)가 자신의 책장을 정리하는 일을 찬해(김재욱)에게 맡긴다. 그리고 내가 책을 좋아해서 그런가? 이 책장 부분을 찍어낸 장면이 모두 좋았다. 료코가 작가의 히라가나 순으로 정리해 놓은 걸 찬해가 책등의 색깔 별로 정리하는데, 로맨스 영화에는 특정 장면이 상징적으로 남아야 된다는 약간의 강박이 조금 들어가 있기도 한 것 같았지만 뻔하게 좋았다. 영화는 편집과! 미술이다!

 


69. <몰리스 게임>
★★★★☆ 

아론 소킨의 설명충적임ㅋㅋㅋ 이 영화에서도 계속되지만 그래도 이드리스 엘바의 껍데기를 쓰고 하니까 좀 견딜만 했다. 무엇보다 이 원작이 되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영화적으로도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주인공이니까 이 여자가 나쁘다 잘못됐다, 이것만을 얘기할 수도 없어져서 몰리의 입장도 충분히 설명해줬기 때문에. 어쨌든 몰리가 했던 행동은 위법적인 행동이 맞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대신 몰리가 합법적인 도박장을 운영하던 중 왜, 어째서, 무슨 이유 때문에 불법적인 도박장을 운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던 부분이 재밌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애초에 사설 갬블링이 합법일 수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정부에서 하면 안 된다는 어떤 기준만 만족하면 합법적으로도 즐길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 기준이라는 것이 굉장히 애매모호하고 금방 넘어가기가 쉬운 선이며 한 번 넘어갔다면 그 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러닝타임은 길었지만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지루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언제나처럼 잘 하고, "내가 진다고? 나는 질 수 없어!"라고 외치는 듯한 모든 장면들이 좋았다.

 

 

9월 13일

70.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터전의 바로 근처에서 다국적기업 회사가 가스 시추를 한다는 사실을 맞닥뜨린 안나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선전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아마도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쳤을테지만 영화에서는 과감하게 생략해버린) 여러 절차를 통해 선전영화의 살아있는 신화인 북한에서 그 기법을 배우기로 하고 북한으로 떠난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들었을 때는 '어떻게 북한에서 이 영화를 찍을 수 있게 허락해 준 것이지?'하는 의아함이 컸는데 영화는 시종일관 굉장히 즐거운 톤으로 진행된다. 감독인 안나는 처음부터 북한의 체제를 비판하려고 했던 생각은 전혀 없었으며 진심으로 선전영화 기법을 배우기 위해 1부터 10까지 선전영화에 관련된 접근 가능한 모든 인물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선전영화를 우스꽝스럽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질이 낮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진정으로 배우려고 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크게 가스 시추가 시작됨(Part.1) - 안나가 북한으로 떠나서 선전영화에 대한 이론을 배움 & 실제로 배우들을 데리고 그 이론을 실천하며 교육하고 촬영함(Part.2) - 만든 단편 선전영화(Part.3) 의 세 부분으로 진행된다. 영화 자체로도 정말 재밌고 좋았는데 이게 굉장히 최근에 찍은 거라서 현대의 평양과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단편적이나마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체제 내에서만 순응한다면 거의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모습들이 나와서 약간 위화감을 느끼는 동시에 신기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Part.2 가 정말 웃겨. 진짜 꼭 보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월 19일

71. <협상>
★★☆☆☆ 

손예진 때문에 봤다. 영화적으로도 스토리적으로도 딱히 신선한 구석은 없었다. 그냥 손예진이 잘 했다.

 

 

10월 9일

72. <스타 이즈 본>
★★☆☆☆ 

영화 보기 전부터 약간...개웃기다고 생각은 했거든...? 레이디 가가가 백업 코러스 싱어로 전전하면서 근근히 살고 브래들리 쿠퍼가 슈퍼스타인 거? 근데 직접 영화 보니까 진짜 너무 웃겨서 손바닥으로 허벅지 치다가 살 빠졌잖아. 브래들리 쿠퍼...노래도 별로 잘 부르지도 않던데 왜 자기가 점점 청력을 잃어가는 슈퍼스타 싱어 역할 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지가 감독이어서 한 거겠지만요. 쨌든...레이디 가가의 실제 이야기를 약간이라도 엿본 것 같은 면들과 레이디 가가의 노래가 좋았다. 관계자들이 코를 고치지 않으면 가수가 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고 했던 부분, 노래를 부르면서 점점 신이 나는 부분, 데뷔를 앞두어 너무 긴장되어 덜덜 떠는 부분, 큰 상에 후보지명이 되고 상 받는다는 걸 알고 소중한 사람들과 포옹을 하며 너무나 기뻐하던 부분 등등. 전부 다 레이디 가가 본인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어떤 순간들이었고 레이디 가가 스스로 자신의 실제 경험을 복기하면서 그 경험에서 이 연기를 끌어냈다는 것을 알겠는 순간들이 너무나 좋았다. 

 

 

10월 11일

73. <미쓰 백>
★★★★☆ 

<경성스캔들> 이후에 한지민이 하는 작품들은 중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거의 다 챙겨봤었는데도 이런 서늘한 연기의 한지민은 처음이어서 좋았다. 당한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사소한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한지민이 한 아이를 구해내고 그 아이와 함께 살아나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영화적으로 매끄러웠다고 하기는 어려웠는데 그래도 여배우들이 다 해먹는 영화라 좋았다.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여적여라는 프레임이 배우한테 훨씬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다. 아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새엄마인 미경(권소현)이 모든 크레딧을 다 가져가버리는 것이 재밌었다. 쉽게 보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영화.

 


74.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 

아이패드로 틀어놓고 자수하면서 봤는데 그러길 잘 했다. 영화관 갔으면 2시간 정도 딥슬립 예약했을 것에 틀림이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에서 생활했을 때 도서관 많이 이용해 본 편이라고 자부했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항상 한국 도서관 프로그램을 보면서 '외국이랑 비교할 수야 없지만 빈약하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외국 도서관들도 예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며 어떻게 하면 최소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 를 생각한다는 것은 국가를 초월한 도서관의 존재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었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 보기에 좋은 다큐멘터리였다. 그래서...한국에선...많이 안 봤겠지.....(관객수 5494명)

 

 

10월 18일

75. <퍼스트 맨>
★☆☆☆☆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은 남자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 <히든 피겨스>가 우주비행사 뒤에 가려져있었던 수많은 여성들의 업적을 내보이며 동시에 왜 이들이 꼭 우주로 향해야 하는지, 소련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하기 위해 꽤 시간을 들였다면 <퍼스트맨>에서는 그러한 국가적 사업의 의의보다 닐 암스트롱 개인의 관점에서 왜 이 목숨을 건 프로젝트에서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밖에 없었는지(보다보면 해 낼 수밖에 없었는지 보다는 할 수 밖에 없었는지로 말하게 된다)를 그려낸다. 같이 프로젝트를 해 나가던 사람들의 수많은 죽음을 겪으면서도 그들의 목숨과 그들의 소망까지 어깨에 지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우주를 향하는 비행선에 몸을 맡겼던 남자.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들보다는, 아내인 자넷(클레어 포이)이 회피하지 말고 당신 스스로 당신의 입으로 당신의 아들들에게 당신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으며 지금의 이 만남이 마지막일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하라며 몰아붙이던 장면이 제일 좋았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어려움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남자가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유일하게 비겁해지고자 할 때 어쩌면 영원히 남겨질 사람들에게는 그 비겁함조차 사치임을 일깨워주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10월 25일

76. <집의 시간들>
★★★☆☆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의 재건축이 결정된 뒤 그 아파트에 대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나레이션으로만 처리하며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단편들 또는 둔촌 주공아파트의 외경을 이곳저곳 비춰주며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여러 입으로 말하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과 관련된 정보를 거의 몰라서 왜 이 아파트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조명받았던 것인지 의아한 면이 있기도 했으나, 영화라는 것은 만들고 싶은 사람이 어떤 것에 주목함으로서 다른 사람들까지도 그것에 눈길을 주게 된다는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했다. 공간에 대한 감상이 각자 다른 것도 즐거웠고, 그 공간에 대해 나만이 아는 무언가를 공유해 주는 감각도 훌륭했다. 나도 지금 사는 집에 15년 정도를 살고 있는데 우리 집에서 오직 내 방의 문만이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약간 뒤틀려 있다. 이 약간의 뒤틀림은 온도가 높고 날이 습한 여름에는 방문을 꽉 닫힐 수 없게 하고 온도가 낮고 건조한 겨울에는 온 힘을 다해서 문을 밀어야만 문을 꽉 닫히게 한다. 어느 여름에 한 번은 낮잠을 자고 있는 도중에 바람 때문에 문이 꽝 하고 닫혀서 너무 꽉 끼어버려서 방 밖에서 아빠가 내 방 문을 발로도 차고 몸으로도 밀어서 겨우 열었던 일이 있었다. 나는 여름과 겨울이 오는 것을 매일 여닫는 방문이 점점 잘 닫히지 않고 또는 점점 잘 닫히게 되는 것으로 가늠하곤 한다. 내가 사는 집에 대해 말한다면 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해 준 영화였다.

 



77.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R "I know Nick told you the truth."
E "You’re a foreigner. American. And all Americans think about is their own happiness." 
R "Don’t you want Nick to be happy?"
E "It’s an illusion. We understand how to build things that last. Something you know nothing about."
R "You don’t know me."
E "I know you’re not what Nick needs."
R "Well, he proposed to me yesterday. He said he’d walk away from his family and from you, for good."
    "Don’t worry, I turned him down."
E "Only a fool folds a winning hand."
R "There’s no winning. You made sure of that. Because if Nick chose me, he would lose his family. And if he chose his family, he might spend the rest of his life resenting you."
E "So you chose for him."
R "I’m not leaving ‘cause I’m scared or because I think I’m not enough. Because... mayb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I know I am."
"I just love Nick so much. I don't want him to lose his mom again. So I just wanted you to know that one day, when he marries another lucky girl, who is enough for you, and you're playing with your grandkids while the tan huas are blooming, and the birds are chirping, that it was because of me... a poor, raised by a single mother, low class, immigrant nobody."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였지만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아시아 배우 주연의 영화여서 의미 있었다.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졌어도 배경이 중국계 이야기이다 보니까 유교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이 서양인들에게는 의외로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런 여러가지 뻔했던 부분과 새로웠던 부분을 떠나서는, 이 장면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다. 가장 키가 되는 장면을 가져가는 레이첼역의 콘스탄스 우의 연기가.



78. <필름스타 인 리버풀>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중병에 걸려서 죽음이 눈 앞에 있는데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글로리아 그레이엄을 아네트 베닝이 연기한다. 영화 내용이나 연출에 있어서 특별히 재밌었던 점은 없었으나 아네트 베닝의 연기만 봐도 너무 좋았다.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데도 처음에 피터를 만났을 때 약간 낯을 가리면서 예의를 차리던 때의 연기와 이 남자랑 사랑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유혹을 하려고 했을 때의 연기를 아주 작은 몸짓이나 표정들만으로도 인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버리면서 연기해 내는 부분에서 정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10월 31일

79. <폴란드로 간 아이들>
★★★★☆ 

한국전쟁 당시 역사 속에도 기록되지 않은 전쟁고아들의 발자취를 따라 간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자신이 엄마가 된 다음에 접하게 된 역사 속의 기록 한 줄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서 만들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자체의 톤이 좋았다. 슬프게 만드려고 슬픔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탈북한 송이라는 친구와 함께 취재를 다니면서 그 친구의 북한에서 이야기도 듣고 그 옛날엔 어땠을까 이런 얘기도 많이 하며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게 해 주면서 낯설음을 경감시켜 주었다. 이 친구는 연극배우를 하려고 오디션 보러 다니는 친구여서 추상미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며 조언을 해 주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에게 훌륭한 여자 선배의 모습을 보았기에 그 부분도 굉장히 좋았다. 딱히 좋은 캐릭터가 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연기를 하지는 않을 거라고 하던데 다음 작품이 배우이건 감독이건 꼭 챙겨보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11월 1일

80. <밤치기>
★☆☆☆☆

필모를 훑어보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서 찍는 감독인 것 같기는 하다. 이 영화도 최소한의 제작비로 찍을 수 있게 장소이동이 거의 없고 배우들의 대사로만 이루어지는 영화였다. 다만 시작부터 어떤 남자랑 자고 싶어하는데 그 남자랑 대체 왜 자고 싶은지 공감이 1도 안 돼서... 저는... 재미가 없었답니다... 이 영화에 의의가 있다면 젊은 청춘들의 실제 생활 말투가 엄청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말하면 이렇고요, 나쁘게 말하면 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고 듣고 있기에 약간 짜증나요.

 

 

11월 21일

81. <28세 미성년>
★★★★☆ 

한국에서는 왕대륙이 곽건화보다 훨씬 유명해서 특별출연 분량을 가진 왕대륙이 포스터에 메인 캐릭터처럼 떡하니 자리잡아 홍보를 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어요. 개봉했을 당시에 서치 해봤는데 왕대륙 팬들은 왕대륙 때문에 보러 갔는데 분량이 왜 이것밖에 안 되냐고 하고 있고 곽건화 팬들은 곽건화가 주인공인데 왜 홍보를 왕대륙으로 하냐고 하고 있더라고ㅋㅋㅋㅋㅋ 그러나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둘은 바로 빛을 잃어버린다. 이 영화는 곽건화를 위한 것도 아니고 왕대륙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주인공인 량시아 역의 니니를 200% 활용해내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 보면 정말 니니한테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남자만 바라보며 10년동안 자신을 위해서는 살아본 적이 없는 28세의 량시아에서 마법의 초콜릿을 먹고 첫사랑이 제일 중요하고 앞으로 내가 이뤄갈 성취가 가장 중요한 열정 넘치는 17세의 량시아를 둘 다 왔다갔다 하면서 완벽하게 연기해 내는 니니를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는 없다. 언제나 말하지만ㅋㅋㅋ 중국영화 한국에서 워낙 인기 없는 편이라 남배우 어지간히 괜찮은데다가 영화까지 괜찮아야지만 수입된단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영화로 나의 이론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그리고 감독도 여자감독인데 장예모 딸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여배우가 다 해먹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일깨워주고 결국 자신을 구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재밌게 봤다.

 

 

11월 22일

82. <툴리>
★★★★★

(보면서 어떻게 안 잘 수가 있냐고 했는데 잘 수가 없었던 거예요.....)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 좋았고 뒤통수 때리는 반전까지 정말 좋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통 거치게 되는 생애주기의 과정에서 부모가 되어 자신의 삶과 부모의 삶을 동시에 살아야 하는 샤를리즈의 축축 처지는 연기가 굉장히 현실감 있었다. 아이는 원래도 굉장히 힘든 존재이지만 그 아이가 조금이라도 특이함을 타고난다면 더더욱 힘든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도 나타나 있었다. 영화는 단순히 독박육아의 힘듦만을 조명하지 않았고 아이의 털을 브러시로 빗어주면서 조용하게 안정시키는 장면도 넣었는데 영화 속의 그녀에게도 잠깐 내려놓아 쉴 수 있는 시간을 준 것 같아서 좋았다. 툴리랑 같이 자전거 타면서 신나게 달리는 장면이랑 조금 다른 측면으로 주인공을 안정시켰던 장면.

 

 

11월 28일

83. <국가 부도의 날>
★★☆☆☆ 

김혜수 하나 때문에 봤고 나오는 남자들 모두 다 도매급으로 재수없었으며-_- 김혜수 하나 남는 영화였다. 통찰력 있는 젊은 남자 캐릭터가 유아인이라는 점에서 모든 신뢰성을 잃어버렸다. 또 말하고 싶은 것 정도는...남자새끼들은 왜 삶이 편해지면 바로 살이 찌지?

 

 

12월 12일

84. <부탁 하나만 들어줘>
★★★★★

2018년 최고의 영화ㅠㅠ 내가 제일 재밌게 봤던 부분은 역시 스테파니와 에밀리의 관계성이었다. 플롯 자체도 물론 재밌었지만 플롯을 더욱 더 살려주는 것이 각각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확실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살아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테파니는 싱글맘이기도 하고 누구에게 미움받는 일을 못 견뎌하는 성격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애정결핍적 측면이 있는 캐릭터였다. 근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쉽게 좋아하기란 어렵단 말이야ㅋㅋㅋㅋㅋ 사람들이 쿨~한 사람이 되고싶다고 말하는 것에 쿨~은 애정을 그다지 원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으로부터의 자연적인 호감이나 애정이 자신에게 향했을 때 그 애정을 거부하지도 않으나 얽매이지도 않는 산뜻함을 가진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는 완벽한 예가 에밀리였고 어떻게 보면 완전 반대 성향을 가진 에밀리와 스테파니가 만나 묘한 기류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 파트 1. 그리고 파트 2는 쿨~한 에밀리가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비밀을 스테파니가 하나씩 밝혀 나가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 관계성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스테파니가 에밀리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그저 원래 자신의 성격에서 비롯된 애정결핍적인 부분을 메우려는 집착인지 또는 우정인지 또는 사랑인지, 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난 사랑이라고 봤음). 어쨌든 겉으로는 완벽하게 헤테로 유니버스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잘 뜯어보면 그 안에는 우정인지 사랑인지 약간 헷갈리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영화 장르적으로도 재밌었고 캐릭터성도 좋았고 배우들도 연기 잘 해내서 완벽했던 영화.

 


85.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

영화관에서 봐서 너무나 다행인 영화였다ㅠㅠ 온갖 씨네필들이 난리를 치길래 뭐야? 꼭 영화관 가서 봐야만 해? 아 힘들어ㅠ 하면서도 부화뇌동적 인간이라 영화관으로 기어갔는데 다 보고 신나서 뛰면서 나왔다. 이제는 다들 아는 스파이더맨의 과거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아주 짧게 뛰어넘어 버리고 온갖 세계의 스파이더맨을 다 모아버리는 이야기 구성이 좋았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은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서 히어로의 고독함, 외로움 등등이 더 심한 캐릭터인데(가난하기 때문일까?!) 다른 세계에서 온 스파이더맨들과 협력하게 되면서 이런 부분이 줄어들기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제일 좋았던 장면은 역시 여기.

 

 

12월 19일

86. <아쿠아맨>
★☆☆☆☆ 

드럽게 재미없었고... 니콜 키드먼이랑 엠버 허드 아니었음 안 봤다 진짜... 모모아 연기 드럽게 못 해... 2편은 세상이 뒤집어져도 안 본다... CG도 좋다고 했는데 이거 전에 본 게 스파이더맨이기 때문에 별로 감흥도 없었다... 히어로 영화 이제... 진짜 여주 것만 봐야지... 남자 얘기 지겨워서 못 보겠어...

 


87. <스윙키즈>
★★★★☆ 

마지막만 아니었다면 관객스코어는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감독은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를 모르는 걸까? 그런 식으로 에둘러서라도 표현했다면 다들 "아 해피엔딩이네^^" 하고 잘 볼 수도 있었을텐데... 어쨌든 난 영화 정말 재밌게 잘 봤기 때문에 그냥 아쉽다고 말해보고 싶었다. 탭댄스는 그렇게 멋있는 댄스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경쾌한 리듬감이 신나기는 했다. 댄스단의 다섯 멤버들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그 나름의 역할을 착실히 해줬기 때문에 재밌었다. 한국전쟁 중이고 이념의 대립이 심한 전쟁포로 수용소에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 관련한 사항이 나와야 하는 것...이해는 하는 바이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영화에 넣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대충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갔다. 그러나 이야기하기 어렵고 플롯을 구성하기에 복잡하다고 생각해서 빼버린다면 결국 영원히 이야기하지 않게 되는 부분이 있게 되니까 이대로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결말 빼고 다 좋았다. 도경수가 연기하는 건 <괜찮아 사랑이야> 에서 환영 캐릭터 연기한 부분을 클립으로 잠깐 잠깐 본 것 밖엔 없어서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아이돌로서의 자아를 거부하고 연기자로서 자리잡으려는 그 고집과ㅋㅋㅋㅋㅋ 괜사에서의 환영적 캐릭터 레퍼런스가 합쳐져 탭 댄스 추고 싶어서 약간 눈이 돌았을 때 진짜 무서웠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혜수는 캐릭터만 맞으면 잘 해서 별로 걱정 없었고 당돌한 여자애가 본인의 모습인양 잘 했다.

 

 

12월 20일

88. <메리 셸리 :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 

이 영화의 엘르 패닝을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이제 엘르 패닝을 이렇게밖에 못 쓰는 남감독들이 잘못인 건지 엘르 패닝 본인이 캐릭터를 이렇게밖에 해석을 못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되며 작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어서 이야기적으로도 실망했다. 이 영화에서 포커스를 맞추는 건 메리가 쓰는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라 메리와 그녀의 남편이 될 셸리의 논쟁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처음에 메리와 셸리가 만나서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 할 때도 여태까지 다른 영화들에서 봤던 엘르 패닝적 "도발스러운 소녀" 모습을 똑같이 연기하고 있어서 지루했다. 엘르 패닝 이런 연기 그만해야 된다고 진짜... 

 

 

12월 25일

89. <범블비>
★★★★☆

<트랜스포머 1>을 보기는 했으나 마치 전생과 같은 옛날 일이어서 다 까먹고 말았어요. 그래서 찰리(헤일리 스타인펠드)가 범블비한테 라디오 달아줘서 목소리 찾아주었을 때 그냥 신기해만 했네요. 다른 사람들은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모르니 울 수도 없을 수밖에^^? 근데 아무것도 기억 안 나도 범블비만 안다는 것에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찰리와 범블비의 우당탕탕 동거생활도 그렇고 절대 뒤로 물러나지 않는 찰리의 모습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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