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18년 독서결산

ㅠㅏㅠㅔ 2019. 11. 6. 13:18

나 말고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음 왜냐면 42000자야 내가 떡픽을 이렇게 썼음 떼돈 벌었을텐데 아이고데이고


2018.12.28 조회 1673

 


1. <ナラタージュ> - 島本理生
작년 후반기에 일본여행을 다녀왔고 그 때 봤던 영화 <나라타주>의 원작을 굳이 일본어로 읽어보았다^^! 한국어 번역본이 없는 줄 알아서 거의 한 달 정도를 퇴근 내내 끙끙거리면서 읽었는데 번역본이 있었더라고^^! 그리고^^! 원작이 더 별로야^^! 와 짱 싫어^^! 그 아련한 일본 감성으로 계속 여학생이 남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야기를 그리는데(애매한 불륜+미성년자 여자와 성인 남자의 관계) 아! 짱! 싫! 어! 



2.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 코니 윌리스
코니 윌리스의 크리스마스 단편집 중 하나.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는 사이보그와 인간과의 연대감을 그려낸 이야기라 좋았고, <장식하세닷컴>은 코니 윌리스적 러브스토리인데 내가 항상 "코니 윌리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라고 말 할 때 생각나는 가장 첫번째 이야기인 것 같다. 무슨 소리냐면, 코니 윌리스는 사이버적 세상에 적대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은 절대절대 아니지만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 접촉에 크나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얘기는 그러한 측면을 다룬 러브스토리여서 좋아한다. 사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직접적인 만남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 결국 태초부터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는 형태로 태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



3. <고양이 발 살인사건> - 코니 윌리스
위의 책과 마찬가지로 코니 윌리스의 크리스마스 단편집. 그리고 여기서는 <절찬상영중>을 제일 좋아한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씨네필의 러브스토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가올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야! 요즘 극장 상영관 현황 보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라고!

 

 

4. <페넬로피아드> - 마가렛 애트우드
페넬로페와 교수형 당한 열두명의 시녀들의 관점에서 <오디세이아>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 사후세계에 간 페넬로페가 현생에서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형식으로 말하는데 가장 오래된 여성 캐릭터 중 한 명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고 페넬로페는 모든 장면장면에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열두명의 시녀들에 대해 깊이 슬퍼한다.


5. <Anne of Avonlea> - Lucy M. Montgomery
12. <Anne of Island> - Lucy M. Montgomery
17. <Anne of Windy Poplars> - Lucy M. Montgomery
31. <Anne's House of Dream> - Lucy M. Montgomery
41. <Anne of Ingleside> - Lucy M. Montgomery
49. <Rainbow Valley> - Lucy M. Montgomery
72. <Rilla of Ingleside> - Lucy M.Montgomery
CBC의 드라마 를 넷플릭스에서 보고 원작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작년부터 읽기 시작했었고 장장 1년 조금 넘어서야 다 읽게 되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난 어렸을 때도 <빨간머리 앤> 애니메이션도 본 기억이 딱히 없으며 책도 딱히 읽은 기억이 없어서 큰 인상이 있는 시리즈는 아니었다. 다만 반 세기도 더 전에 여성 작가가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그 캐릭터의 인생을 계속해서 써 냈고 그 시리즈가 계속해서 인기를 얻은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고 드라마로 인해 흥미가 생겨 읽게 되었다. 영어로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꽤 있었고 Avonlea까지는 허밍버드 출판사의 한국어판으로 어떻게 커버가 됐지만 그 후의 이야기들은 딱히 구 번역본으로 읽고 싶지도 않아서 되는대로 막 읽었다. 약간 앤의 감정에 공감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에헤라디야~ 이런 심정이었는데 끝까지 다 읽은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Anne of Avonlea>는 앤의 16-18살 때를 다뤄서 약간 성숙해진 앤이 나오지만 여전히 재미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마릴라의 먼 친척의 쌍둥이 아이들인 데비와 도라가 등장해서 성숙해진 앤 대신 사고를 치고 다닌다. 데비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했지만 루시 몽고메리는 어린아이들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걸 진짜 잘 쓴다. 근데 또 그걸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는 느낌ㅋㅋㅋ 데비는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사고뭉치로 나오는 반면 이 아이와 완전 반대되게 도라를 굉장히 모범적인 아이로 그려내서 두 아이의 대비가 더 뚜렷했다.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하여튼 애가 미친듯이 사고치고 다니는 걸 딱히 내켜하지는 않는 사람.


<Anne of Island>는 앤이 레드먼드 대학교를 가서 공부를 좀 더 하는 과정을 그린다. 원래는 마릴라의 눈도 안 좋아져서 장학금을 받고도 갈 수 없을 뻔했는데 린드 부인의 남편이 죽으면서 린드 부인이 앤의 방을 쓰게되고 쌍둥이 돌보는 것도 도와주기로 하며 앤의  대학 진학이 가능하게 되었다. 멀리 가서 공부를 하게 되는만큼 돈을 아끼기 위해 하숙집에 살게 되는데 이 때에 퀸즈 아카데미에서부터 친구였던 프리실라, 스텔라에 더하여 굉장히 철부지 부잣집 딸인 필리파와 함께 총 네 명이서 한 집에서 살게 된다. 이 권도 여자만 잔뜩 나오는 이야기여서 재미있었다. 하지만 여성 주인공의 소설이기 때문에 교훈을 준다고 이 남자 저 남자와 서신을 교환하며 남자들의 조건을 재던 필리파가 마지막에는 가난하고 잘생기지도 않은 목사와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남편이 믿는 신의 뜻을 따르며 검소하게 살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그래도 여자 아이들끼리의 우정을 묘사하는 부분은 꾸준히 좋았다.


<Anne of Windy Poplars>는 앤과 길버트가 약혼후, 길버트가 의학 대학에 가서 공부할 때 앤은 선생님 자리를 찾아 윈디 윌로우스라는 곳에 가서 선생님을 할 때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거의 서간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앤과 길버트의 편지가 담겨있다는 전제 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버트의 편지는 거의 나오지 않고 대부분이 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편지라서 또 매우 재밌었다. 길버트의 소식은 어떻게 아냐면, 앤이 '지난 편지에서 길버트 네가 뭐라뭐라 했던 건 잘 되어가고 있니?' 이런 부분 몇 개 때문에 알 수 있다. 완벽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시리즈에서 앤은 윈디 윌로우스에 지주 같은 가문과 그리 좋지 않은 인연으로 관계를 시작하게 되면서 일에서도 사적으로도 배척당하게 되는데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으며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나가다 마지막에는 이 가문에서도 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분들이 굉장히 재밌었다. 


<Anne's House of Dream>는 앤과 길버트가 결혼하고 길버트가 삼촌의 뒤를 이어받아 의사생활을 하게 될 지역으로 가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챕터이다. 어떻게보면 여기부터가 앤의 인생에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곳인데 그래서 읽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왜냐면 전 시리즈에서 나왔던 인물들은 등장하지 않으며 이름 정도만 가끔 언급되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들에 대해 새로운 정보들을 영어로 읽어내야 하니까 읽는 것이 정말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새롭게 알게 된 인물들에게 그 나름의 스토리를 부여해 주어서 재밌게 잘 읽기는 했다. 처음에는 별 인물이 아니겠거니 했던 인물이 나름의 감동을 주기도 했고(James "Captain Jim" Boyd), 불행하게 살던 인물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엄청난 한국드라마적 스토리로 마지막에는 행복을 찾기도 했다(Leslie Moore). 이 이야기가 시작할 때 앤은 유산을 한 번 겪고 굉장히 힘들어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내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단어를 쓰기보다는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었기에 이해를 제대로 못 해서그냥 열병 앓았는 줄 알고 "앤은 열병 가지고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ㅇㅅㅇ?" 하며 개새끼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근데 이 책 중후반에서 아이를 낳아가지고 그 상처가 약간이나마 치유되거든... 그 때 알았어... 맨 처음에 아팠던 게 열병이 아니라 유산이었던 거...


<Anne of Ingleside>는 전 시리즈에서 7년이 지났고 그 동안 앤은 Jem, Walter, Nan, Di, Shirley까지 다섯의 아이들을 얻었다. 시리즈 중 가장 시간이 빠르게 진행되는 권이기도 한데 총 4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도 나오고 앤과 길버트의 막내가 되며 이후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는 Rilla가 태어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들게 읽기도 했던 것 같다. 특별히 기억나는 사건도 없고 그냥 시간이 지나가니까 그 정보를 습득하기에 너무 바빴다. 무엇보다 주로 등장하는 인물이 다섯명이나 추가 되어버리니까 얘네의 나이 순서랑 이름 알기가 너무 어려워갖고 진짜 위키에서 애들 나이 순서 찾아갖고 어디다 붙여 써넣고 책 읽었다... 할머니는...할머니 나이도 겨우 알아요... 


<Rainbow Valley>부터는 다시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며 활력을 찾는다. 이 때부터 앤은 주인공이기보다는 주인공들의 "엄마"역할이 되면서 이야기 속에서 약간 비켜나는데 이 부분을 어린 자식들이 확실하게 매워준다. 셜리와 릴라는 어리기 때문에 주력으로 등장하지는 못하고 주로 낸과 다이가 중심이 되어 젬까지 함께 사고를 치고 다닌다(월터는 성격 상 조용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라 같이 다닐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랬다). 그리고 낸과 다이의 이름은 Anne과 Diana이고 얘들은 여자 쌍둥이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짝짜꿍 잘 맞아가지고 미친듯이 사고치고 다니는데 너무 즐거웠다. 앤네가 사는 집과 새로 이사 온 존 메레디스라는 목사님이 사는 집은 레인보우 밸리라는 곳을 가운데에 두고 약간씩 떨어져있다. 앤네 아이들은 여기를 아지트 삼아서 잘 놀고 다녔는데 여기에 메레디스 가(家) 아이들이 합류하며 왁자지껄 하게 된다. 존 메레디스는 최근에 아내를 잃었고 그래서 집안 꼴이 말이 아닌데 그러다보니 앤네 아이들이 딱히 규칙이랄 게 없는 메레디스네 아이들과 어울리며 난리가 나고 이 부분이 너무 즐거웠다. 마지막에는 존 메레디스가 매리 반스와 다시 결혼하게 되면서 메레디스네 집안도 안정을 찾고 아이들에게도 규율이 생기게 되며 끝이 난다. 근데 그 전까지는 낸과 다이와 페이스(모두 여자 아이들) 셋이서 말썽을 주도해서 마녀라는 소문이 있는 사람이 있는 집에도 놀러가고 아이들로서는 가면 안 되는 먼 곳까지도 탐험 나가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재밌었다. 각 집의 오빠들도 만만치 않긴한데 주로 어린 여자 아이들이 주도해서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부분을 보며 즐거워했다.


<Rilla of Ingleside>부터는 릴라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해 나가는데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세계대전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실제로 젬은 초반에 참전을 하게 된다. 월터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이라 가지 않다가 이야기 중반에 이렇게 어지러운 시대에 책만 읽고 시만 쓰는 것에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며 참전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이가 어려 아직 자원도 받아주지 않던 셜리도 나이가 차게되어 참전을 하게 되는데(모두 자발적) 그래서 앤은 너무너무 슬퍼하고 낸과 다이도 적십자사 일과 대학 일로 시내로 떠나 있었기 때문에 앤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직 릴라밖에는 없게 되어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진행되던 이야기였다. 


(※스포일러 주의※) 

그리고 결국에는 참전했던 월터가 사망함으로서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가 되었다. 월터는 젬과 메레디스 가의 제리, 칼이 참전할 때부터 너무 괴로워했는데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시를 쓰고 하다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전한 거였고, 무엇보다 정말 극적으로 자신이 쓴 시가 모병을 위한? 아니면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영어라 잘 이해 못했음) 홍보 캐치프레이즈용으로 쓰이는 영광을 얻게 되어서 굉장한 칭찬과 부상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집에 보낸 뒤에 얼마 되지 않아 사망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매우매우 슬퍼했고 월터가 죽은 이후의 식탁은 절대 그 전과는 같을 수 없었다, 이런 식의 설명도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월터가 죽고 그 이후의 부분에서는 굉장히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앤의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학적 성향을 가장 많이 닮았던 아이가 죽은 거니까 정말 앤의 일부가 영영 사라져버린 것 같았던 것 같아서. 월터가 죽고 나서도 가족들의 삶은 계속됐고 전쟁이 끝나고 젬과 셜리도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 릴라의 잠정적 약혼자이기도 했던 켄도 돌아오면서 마지막에는 릴라가 켄과 약혼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로 매듭지어진다.


루시 몽고메리가 쓴 앤 시리즈에는 사실 세 권이 더 있다. <Chronicles of Avonlea>, <Further Chronicles of Avonlea>, <The Blythes Are Quoted>가 그것인데 Chronicles들은 연대기이고 단편 모음집이라 앤에게 관계 된다기보다는 앤의 시리즈에 나왔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해서 본편을 중심으로 읽으려고했던 나에게는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아 읽지 않았다. <The Blythes Are Quoted>는 2009년에 출판된 것인데 대충 찾아보니 루시 몽고메리를 연구하는 학자가 그동안 조각조각으로 출판되어있던 이야기와 뒤늦게 찾은 원고 등을 다 모아서 출판한 완전판 같은 거라고 한다. 주요 내용은 앤네 가족이 함께 모여서 앤의 시에 대해 토론하는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도 꽤 들어가 있다고 했고 월터의 시도 몇 편 실려있다고 했다. 읽고 싶기도 했는데 일단 너무 오랜 시간동안 앤을 읽느라 지치기도 지쳤고 내 영어 실력이 시를 이해할 수 있을만큼은 절대 아니란 걸 알아서 계속 알쏭달쏭인 기분을 느낄까봐 일단은 읽지 않았다. 언젠가 지금보다 조금 더 영어를 이해할 수 있게되면 그 때 가서 다시 도전해 볼 예정.



6. <노라 노 : 우리 패션사의 시작> - 최효인
아직도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노라 노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구술을 책으로 옮겨놓은 것인데 정말 재밌게 읽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만큼 어려울 때도 있었는데 그 어려움만을 거듭해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미국으로 떠날 때의 비행기 삯도, 물론 그 당시에 굉장히 큰 돈이기도 했지만, 부모의 지원으로 쉽게 얻은 것도 아니라 힘들고 어렵게 모았고 미국에 가서도 한동안 힘든 생활을 했었는데도 자신이 혜택을 받은 특권층이라는 자각은 항상 가지고 살았어서 그 혜택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미국에서 아무리 잘 나갔어도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왔고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되었다. 예전에 직장 다닐 때 버스타고 다니면서 2층짜리 하얀 건물에 NORA NOH라고 써 있는 건물을 출퇴근 하면서 몇 백 번은 봤었는데(계속 비어있는 건물이었고 1층에만 잠깐씩 행사하는 단기 업체가 들어와서 하다가 빠지고는 했었다) 그 건물이 이 분의 어떤 legacy 중에 하나였구나 생각하면 뭔가 역사와 조금이라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가장 우스웠던 부분은, 미국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지내기가 적적해서 스스로 주변의 한국인들을 모아다가 밥을 해먹이고는 했다는데(여자가 쉽게 외국을 갈 수 없던 때였던만큼 거의 남자였다고) 그렇게 해다 먹였어도 한국 돌아와서 단 한 명도 연락을 안 줬다고 말씀하시던 부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현남 오빠에게> -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표지에 당당하게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나온만큼 여자주인공들이 전면에 나서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들이 묶여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 최은영 <당신의 평화>와, 자신의 아들에게만큼이나 같은 여자로서 다른 여자를 걱정하는 김이설 <경년(更年)>과, 가상과 현실이 오묘하게 뒤섞여 남자들이 사냥당하는 위치에 처하는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가 좋았다.


8. <플립> - 웬들린 밴 드라닌
2010년 작 영화가 올해 뒤늦게 한국에서 개봉했고 영화가 너무 귀여워서 원작 책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나 책은 별로였고, 영화가 각색을 잘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깜찍함과 어릴적 가질 수 있는 아집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으로 별로인 부분을 대충 눈가리고 아웅할 수 있었는데 책은 그게 안 되더라고.


9. <튤립, 그 아름다움과 투기의 역사> - 마이크 대시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탐욕에는 끝이 있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책인데 17세기 초반 불어닥친 튤립 광풍에 대해서 자세하게 분석하며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 나간다. 단순하게 보면 튤립 광풍이 이야기적으로 풀기에도 굉장히 재밌는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재밌기도 했지만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일어났던 일이라는 점을 마지막 즈음에 비슷한 류의 사건들을 덧붙여주어서 더 재밌어졌던 것 같다. 몇 백년 전의 일인만큼 '광풍' 또는 '열풍'이라고 불렸던 것이 어째서 과장이 아닌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재미를 볼 수 있었던 일이 후반기에 가자 거의 도박에 가까운 확률이 되었고 땅 속에 묻혀있는 구근에도 투자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깨달은 거지만 뭐든...다들 할 때는 이미 그 투자로 돈을 벌기에는 한참 뒤인 것 같다. 비트코인처럼. 하지만 일확천금의 꿈은 달콤하니까 이걸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겠지.


10. <달걀은 항상 옳아> - 김영빈
달걀러버에게는 너무나 좋은 책이었다. 직접 해 먹기 쉬운 요리부터 이건 좀 난이도가 있겠는데 싶은 요리까지 달걀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가 들어있었다. 주변에 결혼하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책 중 하나.


11. <TODAY'S BREAKFAST> - 야마즈키 케이
자신의 아침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일본의 유명 인스타그램 계정주의 책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덕분에 출판된 책 답게 사진도 인스타그램처럼 실려있는데 보기에는 좋으나 직접 이 사람처럼 만들어 먹기에는 요리법 같은 것도 상세하게는 실려있지 않은 듯 하여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다.


13.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 쥘리 다세, 마드무아젤 카롤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저자가 삽화가의 공동 저작으로 책을 펴냈다.


14. <원 팟> - 마사 스튜어트
원팟!으로 할 수 있는 요리라니! 이 얼마나 편하단 말인가! 일단 설거지가 획기적으로 줄기 때문에 너무 좋은 책인 것 같아서 봐 보았다! 그러나 이 책이 진짜 단 하나의 팟!만 가지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크나큰 착각! 팟은 종류가 많다는 것!ㅋㅋㅋㅋㅋㅋ 요리에 따라 필요한 팟이 다르고 어떤 팟은 한국인들에게는 진짜 필요가 없기도 할 뿐더러 크기도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참고할 것은 참고하고 이건 안 되겠다 싶은 건 과감히 안 봐야한다. 또한 서양 요리책이라 오븐을 이용한 요리가 많이 있다는 것도 주의할 점. 요즘은 다들 빌트인 오븐 있는 집에 들어가려나 싶기는 한데 우리 집에는 오븐이 없어서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요리를 하기가 힘들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난...요리 안 하고 요리책 보는 것만 좋아하기는 하지만... 쨌든 이것도 주변 지인들 결혼할 때 선물로 줄까했는데 위에 써 놓은 이유 때문에 탈락시켰다.


15. <그릿> - 앤젤라 더크워스
내 그릿 점수 절망적이더라... 나는 예전에 이런 테스트 할 때 점수가 낮게 나오면 그게 더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럼 앞으로 내가 뭐뭐만 바꿔서 좀만 고치면 지금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 그것은 죽음보다 더 힘들다는 것... 그릿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이 많았고 어떻게하면 그릿을 높일 수 있는지 나와 있는데 나 또... 다 까먹었지 뭐... 다시 읽어야...


16. <빨간 머리 앤> - 루시 M. 몽고메리
23. <에이번리의 앤> - 루시 M. 몽고메리
영어로 읽어서 사실 다 이해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허밍버드 출판사 버전으로 다시 읽고 있다. 앤 시리즈를 쭉 내주기는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클래식 시리즈의 일부분으로 들어가 있어서 일단은 띄엄띄엄 나오고 있는 중인 것 같다.



18. <경성탐정 이상 1> - 김재희
19. <경성탐정 이상 2 : 공중여왕의 면류관> - 김재희
20. <경성탐정 이상 3 : 해섬마을의 불놀이야> - 김재희
이상이라는 인물은 죽음에 관련된 것은 몰라도 생애 자체는 대단히 미스터리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람을 가져다 쓴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이 있었다. 그리고 읽어보니 정말 캐릭터 포지션을 셜록 홈즈 갖다가 베껴놨잖아. 소설 셜록 홈즈 이후에 탐정과 그 친구를 조수로 페어 짓는 작품은 엄청 많이 나왔는데 이건 원작 소설 셜록도 아니고 BBC 셜록의 그 브로맨스(라고 쓰고 게이라고 읽는다)를 갖다가 베껴놓음. 아 진짜 졸작이었다. 거기에 경성시대를 대단히 잘 다루지도 않았고 마치 일본인과 한국인이 동등하게 행동하는 시대의 경성으로 그려놓은데다가 3권으로 가면서 점점 사이비 종교 얘기를 하는데 재미도 없었다. 이상에 대한 부분도 캐해가 아예 잘못됐던데 그냥...엉망진창임... 근데 이거 4권 나온다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금홍을 탐정으로 썼으면 이것보다는 덜 엉망진창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상 금홍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 놀았던 기둥서방이잖아. 왜 이 사실을 개무시하지?!


21. <합☆체> - 박지리
또래들에 비해 키가 현저히 작은 쌍둥이 '합'과 '체'가 너무나 키가 크고 싶은 나머지 방학을 활용하여 수행을 떠나는 이야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고 유쾌한 논조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마지막에는 나름의 교훈을 주며 끝을 낸다.



22. <맨홀> - 박지리
이 소설은 좋은 이야기였고 장면장면마다 이야기 속 주인공과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온전히 소년들의 성장 서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주인공이 '나'의 성별이 여자였어도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떨칠 수 없었다. 잦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하지만 그 아버지가 세상에는 영웅으로 알려지며 죽어버렸을 때의 반발감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엇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그렇게나 증오하던 아버지와 똑같이 엄마와 누나에게도 폭력을 써서 제압하는 일이 있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소년들의 성장과정에서의 폭력에 모종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이제는 지울 수 없고 그래서 어디가서 추천하고 다닐 수는 없는 책이었다. 정말 뛰어난 필력과는 무관하게 이 부분이 계속해서 불편했다. 그리고 박지리의 작가의 책을 보면 볼수록 생각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박지리 작가가 여자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를 읽을 수 없음이 너무나도 한탄스럽다.


24. <밤에 우리 영 혼 은> - 켄트 하루프
어쩌다 알게됐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뭐 딱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냥...이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이거 쓰고 얼마 안 돼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나이가 든 사람들의 러브스토리.


25. <100년 전 우리가 먹은 음식>
이런 책은 오로지 한국인만이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을 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며, 한국어를 매우 잘하는 외국인도 느낌으로만 알 수 있지 완벽하게 이 책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한국어가 뛰어나게 우수해서 그런 게 절대 아니라ㅋㅋㅋ(이런 류의 국뿡은 가지고 싶지 않다) 여기 나오는 음식에 대한 개인의 추억이 있어야 하고+한국적 맥락에서 이 음식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야 하며+한국 문화에 대한 어느정도의 베이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인만이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 재밌고 맛있게 읽었던 책.



26. <환각의 나비> - 박완서
모든 단편이 다 주옥같았는데 그 중에서도 <그 가을의 사흘동안> 단편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여성의 문학이었고 충격적인 내용이기도 해서 읽으면서도 '이게 상을 받았다고?'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되었던 것 같다. 산부인과를 하면서 근처 마담들과 그들이 데리고 있는 아가씨들의 낙태술을 해 주었던 여성 의사가 주인공이었고 태반이 몸에 좋다며 자주 드나들며 그 낙태한 태아를 먹는 사람도 나온다. 이런 주인공이 산부인과 의사 일을 그만두기 전 딱 사흘 동안 의사 생활동안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기를 받아보는 일을 하려고 전전긍긍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이 소설은 1980년에 제 7회 한국문학작가상을 받았다고 한다. 쓰고 있는 지금도 다시금 놀라게 되는데, 결국 마지막에는 소설에서 모성과 관련된 것을 말했기에 상을 받을 수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용 자체가 21세기의 미혼 여성인 나로서는 상상조차 못할 소재였어서 많이 기억에 남았다.



27.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이철
히나님 추천으로 보게되었다. 제목을 이상하게 지어서 그렇지 책 내용은 정말 멀쩡하고 재밌다. 책 제목 보고 이거 무슨 찌라시를 모아 놓은 거야? 싶었는데 정말 경성시대에 유명했단 연애사건을 모아놓은 것은 맞으나 여성을 연애의 대상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그 여성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53. <세 여자 1> - 조선희
54. <세 여자 2> - 조선희
올해 가장 재미있었던 책이었다. 먼저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을 읽고 <세 여자>의 주인공인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이 세 사람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알고 있었던 상태에서 읽어서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 내용은 일제강점기 때 부터 시작해 해방 후의 혼란스러운 때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마냥 재미있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세 여자의 삶의 여정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박헌영과 주세죽의 딸 박비비안나가 서울에 방문할 때 가지고 왔던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굴곡진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며 세 여자의 일생을 그려나간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환경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일제에 짓밟혀 신음하는 조국을 위해 이 한 몸 던지겠다는 각오만은 같았던 세 여자가 자신들의 삶을 걸고 독립운동에 뛰어들고 그 이후의 삶까지 그려낸 소설이다. 세 여자의 인생 여정은 20대 때 잠깐 겹치고 그 이후로는 각자 다른 나라의 다른 사정을 가지고 뿔뿔히 흩어지게 되는데 그렇게 때문에 영웅적인 이야기만으로 그려낼 수는 없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득이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젊을 적 투지를 가지고 투쟁을 계속한 덕에 말년에는 그 나름의 평안한 인생을 살았고 누군가는 평생을 유배된 채 살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조차 어떤 식으로 끝났는지 확인되지 않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 여자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부여해줬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었던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영상화 된다면 정말 멋있는 여배우들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주인공 세 사람 다 공산주의에 깊게 관련되었던 인물이다보니 몇 십년 간은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지기도 했다. 반공사상 교육을 받은 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야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28. <콰이어트> - 수잔 케인
어디에서나 내향적인 사람들보다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욱 환영을 받는 시대이다. 고용안정성이 불안해지고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는 현대사회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더이상 그 무엇도 단정 지을 수 없고, 동시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이란 곧 능력이며 돈을 벌지 못한다면 존재가치를 부정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정말 업무에 부적절할까? 내가 너무 '외향적'이지 못한 것이 결국 내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 아닐까? 이런 질문이 든다면 읽어봄직한 책이었다. 근데 어쨌든 난 읽고 나서 생각했지만, 뭐가 됐든 외향적이기만 하거나 내향적이기만 해서는 이뤄낼 수 없는 것 같다. 이 균형을 자기 나름대로 노력해서 최대한을 반반으로 맞춰 살아야 뭐가 돼도 되는 것 같다. 외향적인 사람은 소셜활동에 치중하다가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때가 있을 것 같고, 내향적인 사람은 나서서 뭘 해야 되는 타이밍인데 '난...저런 거 잘 못 해...'하고 쭈뼛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큼.



29. <커스터머> - 이종산
나도 다 읽고 작가님 인터뷰 읽다가 안 사실인데 이 책은 시리즈의 1편이라고 한다. 자기 스스로 외향을 바꿀 수 있는 세계관에서 주인공은 운이 좋게 집에서 나와 최고 계급들만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그 안에서 중성인 친구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이 소설을 쓰고 작가가 자신은 바이라고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지켜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난 아마...다음 권 나왔을 때는 1권 다 까먹을 것임에 틀림 없어서 완결나면 보려고...(프로 까먹음러) 근데 이런 세계관에서는 탈색 염색 안 하고 그냥 커스텀 하면 되겠지... 부럽다... 빨간색 머리카락에의 열망...



30. <박남옥 : 한국 첫 여성 영화 감독> - 박남옥
마음산책의 첫번째 책이었던 <노라노>가 저자와의 인터뷰 후 대필작가가 써 낸 형식이었다고 한다면 두번째 책인 <박남옥>은 박남옥 감독 본인이 쓴 자필 회고록을 따님 분이 컴퓨터로 옮겨적어 사실 관계와 시간 순서를 맞추어 나온 책이라고 하여 더욱 고생스러움과 생생함이 전해졌던 것 같다. 박남옥 감독의 영화를 보지는 못했으나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한 번쯤 꼭 관람하고 싶은 영화가 되었다. 너무나도 고생스럽게 찍은 과정이 쓰여져있고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이 없었을 때 만들었던만큼 감독으로서 작품에 대해 고민한 흔적보다는 오늘 하루는 스탭들을 어떻게 먹여야 할까? 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아서 더 고생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 때에는 배급권도 각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그 배급권을 팔러 갓난 아이를 매고 이 지역 저 지역 직접 다녔는데 이 때에도 너무나 고생스러움이 느껴지고... 이러한 영화 선배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많이 잊혀져 있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했다.



32. <연예 직업의 발견> - 장서윤
발견...? 그냥 연예계 쪽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터뷰집.


33. <회사를 나왔다 다음이 있다> - 이민희
회사를 나오면 다음이 있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하고 읽어보았지만 크게 힘은 되지 않았다. 또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이 떠오르고 마는 것입니다. "기술을 배워야 돼~!!! 기술을~!!!"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기업을 다니다가 일이 더 이상 재밌지 않아서 또는 일신상의 이유로 자신이 굉장히 깊게 취미로 삼고 있었던 일을 발전시켜서 창업을 하는 경우였기 때문에 소기업 다니고 취미랄 것은 책 읽고 영화 보는 것 밖에 없는 저는... 가만히 읽다가 그만... 인생에 대한 회의가 들고 만 것이에요... 취미도 기술이 될 만한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어 속독이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가 한시간에 150페이지까지는 읽는데 이거 가지고 어디서 돈 벌 수는 없으니까 당장 때려치고 가죽공예라도 배워야 되는 것은 아닐까... (눈물바다)(오열)



34.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박지리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장장 856 쪽에 달하는 기나긴 장편임에도 크게 늘어지는 부분 없이 속도감과 그 나름의 흥미를 가지고 계속해서 진행되어 나가는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었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역시 좋은 작품은 금방 금방 픽업되어서 좀 더 큰 시장으로 나간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서 아마 언젠가는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동시에, 여자주인공인 루미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고 이 부분이 만회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영원히 없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래도 다윈 영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여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장면들에서는 책에서 마치 다윈 영의 매서운 눈초리가 보이기도 했었던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했던 인상이 들기도 했다.



35.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 박지리
제목이 그대로 내용이기도 했다.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이었고 현실의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잘 꿰뚫어보고 그 심정을 반영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주인공은 남자였지만.



36. <세 갈래 길> - 레티샤 콜롬바니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이탈리아, 인도, 캐나다에 사는 세 여성이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가면서 서로에게 연결되어 나가는데(SF적 요소가 전혀 없이!) 각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현실적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여성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을 당하고 억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그 현실을 바꾸어나가는 주도적인 캐릭터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37.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 나혜석 지음/장영은 엮음
나혜석의 저작들을 모두 모아놓았고 그래서 달리 말한다면 나혜석 완전판이라고 불리워도 무리가 없는 책이다. 어떤 저작들은 소설이었고 어떤 저작들은 누군가와의 논쟁 끝에 그에 대한 답변으로 쓴 답문이기도 했는데 이 책만 읽어도 나혜석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 나가서 사고했던 여성이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동시에 더 안타깝기도 했던 것 같다. 시대를 앞선 똑똑한 여자들은 대부분 비극적 삶을 살았기 때문에. 이제 더이상은 똑똑한 여자가 시대를 앞섰기 때문에 죽는 시대가 아니니까 지금 시대에 살았으면 좋았겠다, 이런 생각도 들지 않는 것이 2018년 한국의 현실이라서 더 안타까웠다. 여전히 똑똑한 여자들은 끊임없이 배척받고 모함당한다.



38. <인포그래픽 제인 오스틴> - 소피 콜린스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관한 내용, 실제 제인 오스틴의 삶에 관한 내용 등을 한 눈에 들어오기 쉽게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하여 출간한 책.



39. <일본, 소도시 여행> - 박탄호
정말 남자가 썼구나 싶은 책.


40. <두 바퀴로 그리는 맥주일기> - 최승화
맥주가 너무 좋아서 자전거를 타고 미국의 브루어리 투어를 다닌 작가의 이야기였는데 남자 독자들은 모르겠으나 여자 독자인 나는 여행책만은 여자가 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다시금 깨달았다. 내 나이 일흔...남자가 쓴 여행 책 읽으면ㅋㅋㅋㅋㅋㅋ 너무 재수가 털려가지고 이젠 짜증이 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가 그렇게 돌아다니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단 말임ㅋㅋ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들은 조심해야 된다는 경각심이 1도 없고 그게 특권인지 깨닫지도 못한 채 책을 쓰기 때문에 빡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책도 다소 위험한 여행을 한 여자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 과정 중에서 얼마나 조심을 했는지가 나와있어서 그래도 읽기에 좀 수월하기는 했다. 여전히 난 이런 여행 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지만. 난 어떤 생각으로 사냐면 이런 여행 하다가 잘못되는 사람들은 죽어서 책을 쓸 수 없다는 그런 생각으로 삶을 살기 때문에...


42. <둠즈데이북 1> -코니 윌리스
43. <둠즈데이북 2> - 코니 윌리스
코니 윌리스의 시간 여행 시리즈 중 하나였고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 전에 읽었던 것은 단편집에 있었던 <화재감시원> 정도였지만 북조님과 다른 트친분들도 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시리즈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기 때문에 오래도록 궁금해했고 드디어 읽었다...! 너무 재밌다...! 무엇보다도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시간여행을 하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현대인처럼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말하는 부분이었다. 키브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시간 여행 선배들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그 시대 사람처럼 꾸민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제로 자신이 원했던 중세 시대에 떨어져보니 자신은 그 시대의 귀족들 옷차림보다도 더욱 호화스러웠고 지나치게 깨끗했으며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한심하리만치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대라는 것에 대한 가장 맞는 묘사가 아닐까? 시대라는 것은 시간의 기간이며 그것은 자잘자잘한 세밀한 것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시대(異時代)에서 온 사람이 온갖 노력을 하여 철저한 조사를 해서 왔더라도 언제나 항상 부족한 것은 있는 것이었다. 기록들이 허술하고 소식이 느려서 섞여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알 수 없어 본능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순간들이 생기는 것이 시간여행의 묘미였고 이런 부분을 잘 잡아냈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오히려 단순한데(키브린이 중세를 연구하러 갔다가 실무진의 착오로 인해 떨어지는 시간대의 착오가 일어나 다시 돌아오기로 한 날짜와 장소를 알지 못 함, 이 상태에서 약속된 시간까지 약속된 장소로 찾아서 현대로 돌아가야만 한다) 너무 재밌고 또 너무 마음 아파하며 읽은 소설이었다.


44. <식물산책> - 이소영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직업을 가진 분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국 토종 식물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어 책을 쓰셨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낯설고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 했던 부분이기도 했고 식물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도 자신의 직업의 고충과 어려움을 이야기 하는 부분도 좋았다. 직업을 마냥 낭만화 하는 태도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45. <생리공감> - 김보람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의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면서 조사했던 자료와 본인의 경험담 그리고 영화 제작의 뒷 얘기까지 엮어서 쓰신 책이다. <피의 연대기>를 재밌게 봐서 이 책도 봤었다. 영화에 대해 크게 새로운 사실은 없고 그냥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정도.


46.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 류전원
디아스포라 영화제 가서 <我不是番金>을 봤는데 너무 짜증이 나서ㅋㅋㅋㅋㅋㅋ 원작 봤고 작가를 죽이고 싶었다..... 진짜...욕하다 욕하다 기운이 딸려서 욕할 기운도 사라졌음... 진짜... 아마 영화 개봉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긴한데... 야... 이건 진짜 욕할 기운도 없다... (한 번 시작하면 밤을 꼬박 새우며 삼박사일을 욕해야 되기 때문)


47. <우울할 땐 뇌과학> - 앨릭스 코브
우울함을 좀 더 병으로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어렵게 쓰여있지도 않았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우울감과는 함께할텐데 한 번쯤 읽어보고 자가진단용으로 쓰기도 괜찮을 것 같고 무엇보다 약물에 대한 이해도가 기본적으로 있으면 좋으니까 상식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일단 병원에 안 다니고 있는 사람한테는 분명 도움이 될 텐데, 내 판단 하에서 이런 책 찾아 읽을 정도면 애초에 우울증이 아니거나(약간 건강염려증에 가까움, 나처럼) 이미 병원에 다니고 있어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정도의 부분은 이미 자신이 겪고 나서 극복중이고 약물들도 다 한 번씩 먹어봤을 것 같다. 


48.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 - 영주 닐슨
다 읽기는 했는데...약간...너무 이해 못했고... 투자를 하긴 해야겠는데 너무나 까막눈이라 어디서부터 어째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은...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읽기에 좋을 것 같아... 나는 주식 말고는 그 어디도 들어갈 수가 없다네... 다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분명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을 알려주신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몰라... 


50. <J. M. 배리 여성 수영클럽> - 바바라 J. 지트워
야ㅠ 이거 누가 좋댔어ㅠ 진짜 짜증난다ㅠ 이거 자존감 없는 여주가 남자한테 차여가지고 울다가 나를 되찾겠어어어어~! 하고는 시골 같은 데 가가지고 되게 괜찮은 남자랑 연애하는 얘기잖아ㅠ 짜증나 진짜ㅠ 제목이 되는 'J.M. 배리 여성 수영클럽'은 여러가지 사연이 있는 여성들이 모인 오래된 수영클럽이기는 하지만 이 클럽이 주가 되는 게 아니고 여주의 사랑을 도와주기 위한 장치로서의 기능밖에 하지 않는다.


51.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 - 김보현
약 1시간 반 컷으로 읽었는데, 정말 술술 읽히고 한국 SF 소설답게 마무리는 아주 얼기설기이다. 그러나 꽤 괜찮은 소녀 성장소설이자 로맨스 소설이기도 했고 좀비나 약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다른 소설들에 비해 밝은 분위기를 가지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개인적으로 심각한 거 싫어함). 다만 이 정도로 가벼운 소설이 영상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대중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웹툰화도 하고 그러고 나서야 영상화가 될 예정이라니 한국인들은 정말 책을 안 읽는 민족이로구나~! 통탄해버리고 말았다.


52. <오렌지 다섯 조각> - 조안 해리스
조안 해리스 너무 천재이고, 오렌지 다섯 조각에 얽힌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내다니? 너무 뜻밖의 전개라 놀랐다. 무엇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자아이가 어릴적부터 노년이 된 모든 순간까지 표독스럽고 매서운 눈빛을 숨기지 않으며 그 눈빛으로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걸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진짜 너무 재밌는 책이었어. 어릴 적의 호승심과 인간의 이기심과 형제에 대한 질투심과 경쟁심과 이 모든 날 것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묘사되는 모든 부분들이 좋았고 이런 감정들이 얽히고 얽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좋았다.


55.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 나혜석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에서 읽지 못했던 나혜석의 저작을 마저 찾아 읽었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자신의 견문을 넓히는 것에서 현대 여성인 나도 쉽사리 하지 못했던 일을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시댁에 맡겨가며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 시대에도 다들 나혜석이 남편을 잘 만나서 그럴 수 있었다고 하겠지. 근데 남편이 나혜석의 말에 동의하게 만들고 이를 기꺼이 지원해주게 만드는 것은 또한 나혜석의 능력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나혜석은 솔직한 사람이어서 뭔가를 숨기는 걸 못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최린과의 불륜도 그렇고 나중에 김우영이 이혼을 하자고 했을 때 붙잡았을 때도 그렇고. 그 당시에 신여성들이 주목을 받아 사생활적으로도 계속 주목받아서 자신의 인생의 굴곡진 모든 순간순간에 어떤 입장문이랄 것을 발표해야 됐던 것도 물론 한 몫 단단히 했겠지만 그 글에서도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였을테니까.


56. <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 - 영주 닐슨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을 쓴 저자의 자서전? 같은 이야기이다. 애초에 저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게 저자 분이 한국인인 건 알았지만 재미교포인 줄 알았다가 읽어보니까 아예 대학까지 한국에서 마치고 미국에 가서 석사를 해서는 월스트리트의 회사에 입사했다는 걸 알고 저자의 행적이 흥미로워서 읽게됐다.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여자도 약을 줄을 알아야 되는 것 같다. 능력이 있고 나서의 이야기이기는 한데 이 분도 월스트리스트의 각 회사의 여러 군데를 재고 따지느라 면접 스케줄 조정하고 이런 것도 힘들었다고 하던데 나는 이런 스타일이 절대 아니라서 이런 걸 배워야 된다고 생각했다.


57. <부디 계속해주세요> - 문소리, 니시카와 미와, 김중혁, 요리후지 분페이, 안기현, 고시마 유스케, 정세랑, 아사이 료, 기슬기, 오카다 도시키
한국과 일본의 문화인들이 만나 대담하며 자신들의 분야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한 것을 글로 옮겨 적은 형식의 책. 문소리와 정세랑이 좋아서 봤고, 좋았다.


58. <혼자 살아가기 : 비혼여성, 임대주택, 민주화 이후의 정동> - 송제숙
비혼여성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읽게 된 책이었다. 원래는 영어로 쓰인 논문이고 이것이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나온 것이지만,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주제였기 때문에 큰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읽으면서 나의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진행되어 나갈 것인가 너무 암담하기도 했으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읽고 나서도 딱히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데 그냥...걍...집은 소중하네...


59. <고마네치를 위하여> - 조남주
어쩌다보니 이어서 읽은 소설이 또 집 얘기인 거예요... 눈물이 낫죠... 저는 가벼운 마음이 되고 싶어서 그냥 작가 이름만 보고 빌려온 거엿는데요...(오열) 코마네치에서 따 온 '고마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몇십년 째 재개발이 된다 된다 하는 지역에서 살다가 정말로 재개발이 시작되는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재개발의 현장에서 살아나가는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갈등상황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소설은 시종일관 밝은 톤을 유지하며 진행되어서 좀 읽기 수월했고 재미있게 잘 읽었다. 소설로서 존재하는 소설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상을 줄 거면...그냥 잘 썼다고 말하면서 주면 안 돼? 왜 '사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런이런 것은 떨어지기는 했지만 저런저런 것에서는 뛰어나게 썼고 그것 때문에 주었다' 이런 하나마나 한 말을 왜 심사평에 쓰지? 남자라서 상 주는 거 생색내고 싶어가지고 그래? 


60. <콘텐츠의 미래> - 바라트 아난드
저자가 인도계 미국인이어서 아시아의 사례까지 수집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한 사정은 잘 모르는 것 같았던 부분은 약간의 마이너스 포인트. 중국 시장은 중국 시장의 특성으로 다뤄야 했는데 미국과 인도와 똑같이 자유경제의 시장으로 생각하고 중국 콘텐츠 기업을 분석하니까 약간씩 엥? 싶은 부분이 있기는 했다. 중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시기를 잘 탔고 어떤 전략들은 확실히 기업 성장에 유효했으나 그보다 선결적으로 공산당에 줄을 잘 댔다는 것을...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석이 시진핑으로 바뀌고 나서 시진핑이랑 동향 출신의 기업들이 갑자기 잘 되고 있는 건 아시나요...? 모르시겟죠... 아셔도 못 쓰시겟죠... 그래도 미국 쪽의 기업들 분석인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콘텐츠란 정말 무형의 가치인데 이것에 사람들이 유형의 가치인 돈을 쓰게 만든다는 것은 나도 돈을 쓰고 앉았는 사람 중에 하나이지만 언제나 놀랍고 경이롭기도 한 것 같다. 정말 웃겼던 건ㅋㅋㅋ 중국의 어떤 회사에서(나와있었는데 까먹음) 애완펫을 만들어서 걔를 꾸며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이 회사에서 월 말에 실적이 좀 떨어진다 싶으면 애완펫들을 기력을 떨어지게 했댔나, 아프게 했댔나 그랬다. 근데 그럼 주인들이 이 펫을 달래주려고 돈을 썼다는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인간이 제일 나빠 흑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1. <아무튼, 외국어> - 조지영
이런저런 언어에 조금씩 발을 담그고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어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강의 이쪽 편에서 저쪽 편으로 건너가는 것과 같다는 줌파 라히리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각 언어마다 절대로 번역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온전히 이해하며 글을 읽고 싶어서 언어를 배우는 거라고. 이 책 읽고 나도 띄엄띄엄 공부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절대 놓지만 말고 계속해서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62. <젠틀맨&플레이어> - 조안 해리스
이 책은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정말 책으로서 읽어야지만 헉! 하고 반전에 완벽하게 놀랄 수 있는 책. 사립남학교에서 일어나는 비밀과 사건의 무마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수상쩍은 일들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이 서스펜스 넘치게 쓰여져 있다. 본편의 내용 말고도 이너조크로 재밌었던 건 조안 해리스는 교사생활을 오래 하다가 글을 써서 데뷔한 후에 사직한 걸로 아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 남자 교사를 주인공 격인 늙은 남자 교사가 '교사를 하며 소재를 얻어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중에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몇 번씽나 나오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당연히 조안 해리스 본인이 남학교에서 선생으로 재직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쓸 수밖에 없었을 텐데!


63.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코리 스탬퍼
어떤 직업에 오랫동안 종사하게 되면 그 직업에 익숙해지게 되고 그렇다보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부분이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 익숙해지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사전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가득 들어있을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시대가 시대인만큼 사전의 권위는 예전보다 하락했지만 동시에 그 사전에 등재되는 것이 즉각적인 뉴스가 되는 빠른 시대에서 느린 작업일 수밖에 없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의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의 평범한 단어와 비속어와 같은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단어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자신의 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설명했고, 후반부에 가서는 nude(인종차별적으로 설명되어 있었다는 것이 최근에 들어 문제가 되었다)나 marraige(동성결혼 합법화로 인해 원래 서술되던 정의가 더이상 맞지 않게 되었다)와 같은 단어들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그것을 어떻게 고쳤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고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쭉쭉 읽어 나갔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단어 하나 때문에 온갖 문헌이라는 문헌은 다 뒤지고 더이상 쓰이지 않는 사어까지 공부해 가며 어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는 그 나름의 경외감이 들었고 자본주의의 사정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는 슬픔을 느끼며 좋은 책을 읽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64. <도둑맞은 가난> - 박완서
<도둑맞은 가난>,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 <해산 바가지> 이렇게 세 작품이 정말 좋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시대에 박완서 작가만큼 기혼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를 써낸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둑맞은 가난>에서는 정말 가난마저 도둑맞고 악에 받쳐버리는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데 이 여자 주인공이 분해하는 그 마음이 화가 날 정도로 이해가 되어서 슬프기도 했다. 가난마저...! 도둑맞다니...!


65. <저 이승의 선지자> - 김보영
종교 전혀 모르긴 하지만 약간 불교나 도교와 같은...그런 쪽 종교관이랑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사실... 그래서 잘 이해 못 했어... 나는... 종교 헤이터니까... 나와 너는 원래 하나였고 나의 생각은 곧 너의 생각이고 너의 행동은 곧 나의 행동이니, 하지만 분리된 이상 우리는 별개의 개체이고 그러나 나는 너를 흡수할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데 김보영 작가는 약간 난해하지만 묘하게 놓을 수 없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힘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66. <백래시> - 수전 팔루디
북클럽으로 읽은 첫번째 책. 원작은 1991년에 미국에서 출판됐었고 한국에는 2000년대 초반에 출판되었다가 지난해에 재출판되었다. '백래시'에 대한 역사를 개괄하기 때문에 꼭 읽어야하는 페미니즘 추천서에 항상 이름을 올렸지만 장장 800쪽에 달하는 두께에 압도되어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도중 좋은 기회로 북클럽을 시작하게 되어 북클럽 멤버들과 함께 5개월 정도의 시간을 갖고 다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두께는 두껍지만 수전 팔루디가 굉장히 술술 넘어갈 수 있게 잘 써 놓았기 때문에 한 번에 읽겠다는 생각 없이 1달 내에 정해진 챕터까지 읽겠다! 하고 읽기 시작했기에 큰 무리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다만 여성으로서 백래시가 어떻게 맞서오고 있는지, 미국의 70-80년대의 상황이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똑같기 때문에 이 현실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 나갈 것인지 미래를 보는 듯한 부분이 힘들었다. 정말 이렇게 되어가고 있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게 막아질 수 있는 일일까?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빨간 약을 먹고 난 이후에 다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하는 저작이라고 생각한다. 백래시의 모든 사례 하나하나가 놀랍기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여자들을 불편하게 하느라 또는 낮게 보느라 돈 마저 포기하고 여자들을 무시했던 사례들은 수치를 읽고 있어도 믿기지 않았고, 누구보다도 페미니스트적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으면서 자신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며 백래시에 동조한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67.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김현아
간호사로 20년을 넘게 일하다보니 그 가운데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일들을 선별해서 쓰면 한 권의 책이 나오기도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었더니 또 생과 사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이고 아주 찰나의 구별이라고 생각되어져서 좀 다운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이야기도 나왔고 훨씬 어린 사람의 이야기도 나왔지만 역시 또래였던 한 30대 초반의 여자분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이 나서 삶이란 한 순간에 뒤바뀔 수 있는 가변성이 높은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종교는 믿지 않고 따라서 사후세계에도 회의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모두 편히 쉬시기를 바랬다. 


68. <마녀체력> - 이영미
직장여성으로 살며 40대가 되어 더 이상 이 몸 상태로는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저자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고 몇 년 간 운동에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들다는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써 냈다. 꼭 이 책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가학원에 등록하여 5개월 째 다니고 있으니 이 책을 읽은 시간이 아주 헛되지는 않았다고 하겠다. 나 같은 경우에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굉장히 오래됐는데 스스로 할수 있다고 자꾸 나 자신을 믿다가 이제는 더이상 스스로를 믿을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하게 된 것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저자 분을 보면서 이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운동에 할애하는 것은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겠지만 꾸준히 자신의 몸을 단련한다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고 반드시 보상이 돌아오는 보람찬 일이라는 것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69.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장강명 작품을 빼고는 다 재밌게 읽었다. 장강명의 작품은 모녀 관계를 다루는 소설이라 남자가 쓸 수 있는 소재가 아니었는데 굳이 왜 썼는지 모르겠음. 여자들조차 모녀 관계를 다루는 소설을 제대로 써내지 못하기도 하는데 남자가 쓸 수 있을리가? 듀나와 김보영 작가의 작품들이 좀 더 날카롭고 무거운 주제를 다뤘던 것이 좋았다.


70. <홀> - 편혜영
올해 셜리 잭슨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보았다. 초반에는 크게 서스펜스적이지 않을 상황인데 이것이 어떻게 셜리 잭슨 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아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배어나오는 섬짓함이 배어나와서 놀랐다. 작가의 위대함은 꾸준히 겪는 일상에서도 자신이 문체와 분위기를 통제하면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내는 데에서 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며 특정 정보를 교묘하게 언급하지 않거나 뛰어넘는데 이런 부분에서 작가가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독자에게 은연중에 주인공이 얼마나 교활한지 넌지시 힌트를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71. <파친코 1> - 이민진
75. <파친코 2> - 이민진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로 올라 난리가 났었고 그것 때문에 읽었는데 한국인인 나는 이것보다는 더 드라마틱하고 역사를 잘 다룬 소설을 훨씬 많이 읽어서 감흥은 없었다. 주인공도 초반에는 여자로 시작하지만 결국 이 여자가 남자를 만나고 자손을 낳아가면서 점점 남자주인공으로 바뀌기 때문에 큰 차별점도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왜 난리가 났는지는 대충 알겠고 이 소설의 의의도 이해하는 바이다. 한국 역사를 이렇게까지 다룬 소설이 이만큼 주목을 받고 알려지는 기회가 없었을테니까 그 방면에서는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확실히 외국 사람이 썼다고 느낀 지점은, 남자주인공들이 무뢰한이어도 한국 소설에서의 남자들처럼 폭력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장 개새끼인 남자도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 만큼도 개새끼이지 않다는 점에서 저는 1세계 문학의 개새끼에의 한계를 보고 말았던 것이에요. 문학 속 개새끼를 보고싶습니까? 한국 문학에 모든 개새끼가 있소이다. 골라보시오. 물론 이제 저는 더이상 보지 않습니다만^^


73.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 유태우
74. <2개월에 10kg> - 유태우
이 의사 분은 남자고 여자고 상관없이 무조건 살 빼라고 하는데 이게 미학적 측면에서가 아니고 건강적 측면에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의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고, 남성이 찾아오는 경우-> 비만으로 인한 온갖 성인병 때문에 약을 스무알씩 먹어야 돼서 현대의학으로 호흡기 겨우 붙여놓은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찾아옴, 이었다. 책 자체에도 별로 대단한 내용은 없는데 진짜 웃겼던 건 정 뭔가 먹고 싶으면 일단 입에 넣고 씹은 다음에 뱉으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만 해도 일단 뇌를 속일 수 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진짜...내가 무슨 고도비만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하면서 살 뺄 생각은 없어가지고 그냥 보고 웃음... 이 책에서 취할 건 단 하나였는데, 단기간에 살을 많이 빼고 싶으면 그 기간 내에는 그냥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하라는 거였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살 빼는 기간에는(왜냐면 이 사람의 방식은 안 먹는 거니까 힘이 없어짐) 그냥 모든 것에 60% 정도만 한다고 생각하고 하라고. 그래서 공적으로 큰 프로젝트를 맡았거나 사적으로 걱정되는 일이 있거나 하면 다이어트 하면 안 된다고 했다. 


76. <나를 부르는 숲> - 빌 브라이슨
갑자기 어느 날 자신을 찾고 싶은 한 중년남이 트랙킹을 결심하고 떠납니다... 너무 뻔한 스토리이고 나는 이미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를 읽었는데 이걸 왜 읽어야 되는지 정말 모르겠다. 아니 나는 내가 스스로 읽긴 했거든ㅠ? 그래서 양심적으로 누구 탓을 하면 안 되는데ㅠ 진짜 이미 <와일드>가 있는 이 세상에서 <나를 부르는 숲>은 땅 파고 들어가서 흙 덮어야 되는 거 아니냐ㅠ?


77. <누가 미모사를 그렸나> - 손미나
손미나의 여행작가일 때의 책들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고 한동안 활동이 없다가 소설을 낸다고 했을 때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마녀체력>의 저자가 손미나 소설 편집자라길래 아 그럼 이제 정말 읽을 때인가~! 하고 읽었고...이 시도는 헛된 시도였다고 합니다... 손미나가 이 책을 써서 냈을 때 한창 하고 다니던 말이 생각나네요. 자기가 소설 썼으니까 누구나 다 소설 쓸 수 있다고. 네, 당연하죠,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죠. 하지만 출판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고 이 정도의 소설이 출판이 됐다는 것 자체에서 볼 때 작가님은 이제 기득권이라는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78. <술 취한 식물학자> - 에이미 스튜어트
작년에 사 놓고 계속 다른 사람들한테 선물로 주는 바람에 정작 나는 못 읽다가 올해가 되어서야 읽게 되었고 너무 재밌어! 나는 원래 이런 책에 약간 환장한단 말이야! 술 관련된 책은 어지간하면 흥미롭게 보는데 이 책은 술을 만드는 식물들에 대한 도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온갖 식물을 가져다 놓고 이 식물은 어느 술을 만들 때 쓰이고 무슨무슨 효과와 향을 가지며 이 즈음부터 경작이 시작되었고 저 즈음부터 술의 원료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하는 책이어서 좋았다! 너무 재밌어! 사과의 유전자가 인간 유전자의 2배에 달하고 그래서 사과끼리의 교배만 몇 세대를 하면 부모와는 완전히 다른 사과가 태어난다는 이 쓰잘데기 없는 사실이 실려있는 책 너무 좋아! 이 책에 나왔던 레시피 (그렇다! 이렇게나 세심한 작가가 찾아낸 진정한 술꾼의 레시피란 말이다!) 내가 실행시킬 수 있는 레시피는 생제르망으로 만들어 먹는 라벤더-엘더플라워 샴페인 칵테일인데 이것도 샴페인 or 화이트 와인 중에 적당한 것이 뭔지 모르겠어서 아직도 못 마시고 있다. 무주택자는 집에 혼자 남을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오직 술 진탕 마셔보려고요. 


79. <바깥은 여름> - 김애란
<입동>, <노찬성과 에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은 상실에 대한 단편이었고 김애란 작가는 항상 상실에 대한 일상적 슬픔을 천재적으로 써내기 때문에 김애란 작가답게 좋았다. <가리는 손>은 한국에서의 인종차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자신의 아이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모순적이지만 좋았던 것 같다.


80. <시스터 아웃사이드> - 오드리 로드
북클럽으로 읽은 두 번째 책. 흑인 레즈비언 시인이었던 오드리 로드의 저작을 한 데 모아서 출판한 책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우물은 목 마른 사람이 파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드리 로드는 1992년에 타계했고 미국에서조차 흑인 인권과 LGBTQ의 인권이 지금보다 더 바닥일 때에 운동가로 활동했었던 입지전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어떤 논란거리가 되는 사안만 있으면 사람들이 쪼르르 와서 그녀에게 입장이나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발휘해 글을 썼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사람인지라 어떤 글들에서는 이러한 대표성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부분도 보였는데 힘들어도 외면할 수 없어서 운동가이자 시인의 길을 갔던 그 헌신이 많이 존경스러웠다. 정말, 침묵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기에. 



81. <업루티드> - 나오미 노빅
야ㅠ 이거 누가 레즈 소설로 영업했어ㅠ 진짜 케챱고백해라ㅠ 물론 책이 재밌기는 했는데 나는 레즈 소설인 줄 알고 아그니에슈카랑 카시아랑 언제 자는지 나 혼자 개쫄려했는데 안 자잖아ㅠ 시발ㅠ 개빡쳐ㅠ 너네 진짜ㅠ 게이로는 낚건말건 내 알 바 아닌데ㅠ 레즈로는 낚지 마라ㅠ 상도덕이 있지ㅠ 레즈로 낚냐ㅠ 개서럽다 진짜ㅠ 어쨌든 내 개인의 빡침은 뒤로하고서 평범한 줄 알았던 소녀가 사실은 비범하게도 넘치는 마법을 지니고 있었고 이 마법을 사용해서 거대한 악과 싸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켜내는 이야기였다. 기본 플롯은 해리포터와 약간 닮아있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일단 단 권에 끝내버리니까 훨씬 덜 늘어지고 마법 자체의 작동법도 달랐으며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보니 차이가 나는 부분도 많았다. 이 재밌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모두 납득할지 모르겠다... 그냥...아그니에슈카가 천재인데 다듬어지지 않은 천재라서 스승인 드래곤이 뭘 가르쳐주면 엉망진창으로다가 미친듯한 스케일로 해 내는데 여기가 너무 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아그니에슈카가 자신의 힘을 각성하고 이 힘을 기존의 마법사들이 쓸 수 없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써내는 데에서도 기존의 마법사들이 벙 쪄버리는 부분도너무 좋았다. 어린 여자아이가 자신의 세계를 넓히며 다른 사람들의 경계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허물어뜨린다는 것이. 


82. <헝거> - 록산 게이
자신의 몸에 대한 아주 솔직하고 또한 내밀한 이야기까지 하는 책이었다  록산 게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크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도 큰 불편이 있는데 여기에 본인의 트라우마적 상황과 페미니스트라는 것 때문에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은 것 등등 전반적으로 몸에 대한 록산 게이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책장은 굉장히 빨리 넘어가는데 그에 비해 작가 자신의 모순적인 감정들은 결코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자신의 몸을 얼마나 혐오했는지, 그래서 그걸 바꾸려고 얼마나 먹어댔는지, 하지만 그렇게 바꾼 몸이 결국 자신을 다시 가둬버리면서 그 바꾼 몸마저 다시 혐오하게 되는 과정이 쓰여있었다. 읽으면서 나 자신과 나의 몸과의 관계도 생각해보게 됐는데 미디어에 주입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몸에 대한 욕망이 지금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나이가 들게되니 그것보다는 기능적 몸의 역할에 대해 더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디어가 주입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에 대한 욕망을 아예 욕망하지 않기란 역시 힘든 일이고, 이러한 감정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


83.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 레베카 솔닛
한평생 자신을 깎아내리고 마음에 차지 않아했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그런 어머니를 돌보게 된 사이에 써낸 글이다. 읽으면서 엄마와 딸의 관계는 다들 나름의 모순적인 관계를 갖는구나 이건 동서양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이야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레베카 솔닛은 정말 용감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아 언젠가 시간이 있으면 해야지’ 싶은 일들이 있는데 레베카 솔닛은 자신의 관계와 자신의 병과 어머니의 병을 겪으면서 ‘언젠가 시간이 생기면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간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 당장 해야지’하고 생각하고 훌쩍 떠나버리기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 같았으면 혹시 내 병이 다시 심각한 걸로 판명될 지도 몰라서 또는 내가 없는 사이에 엄마가 어떻게 되면 그 죄책감에 가까운 감정을 평생 지고 살아야 될 지도 몰라서 쉽사리 떠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작가라서, 자신이 있을 장소와 시간을 다소 자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다고 해서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이제는 알겠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솔닛의 용감함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84.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단이 <금요일엔 돌아오렴> 후속작으로 써낸 유가족들의 두번째 기록. 첫번째 책이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담겼다면 두번째 책에는 형제자매들과 생존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난 자식은 없고 형제자매는 있으니까 확실히 이번 책이 더 읽기 어렵기도 했던 것 같다. 자식이 아마도 자신의 일부라면 형제자매는 서로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며 가장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하는 동지이기도 할텐데 이 책에 목소리를 빌려준 이들은 그런 존재를 갑자기 잃어버렸다는 것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친구들이 어린만큼 형제자매들도 대부분 어린 나이에 이 참사를 겪게 되었고 따라서 원치 않게 투사가 되거나 분노의 감정을 겪는 부모님들과는 다른 식으로 반응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생존자들은 생존자들 대로 자신의 경험을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다시 삶을 이어나가야 하니까 그에 대한 혼란도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던 건 생존자와 부모님들에게 가리워져 뒤로 밀려나 있던 형제자매들에게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시간이 좀 많이 지나서야 나왔고 이들의 모임이 나중에야 만들어졌는데 생존자들은 여기에 나가고 싶어도 그렇게 하면 형제자매들한테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할까봐 나가지 못했고 형제자매들은 나오라고 하면 부담이 될까봐 오라고 하지 못했다고 한 부분이었다. 결국에는 여러가지 행사나 행진을 통해 만나게 되고 서로의 마음들을 깨닫기도 하고 가끔 연락하게 되고 한 것 같은데, 그렇게 큰 일을 겪었는데도 다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다. 


85. <섬의 애슐리> - 글 정세랑/그림 한예론
짧은 단편인데도 정세랑 작가 특유의 머뭇거리면서도 용기를 내는 주인공이 있었다. 피해자의 삶은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생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그렇기에 각자의 이야기가 모두 가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86.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 위대한 생존> - 레이첼 서스만
몇 년 전에 <세계의 나무>라는 오래된 나무에 대한 책을 읽었었다. 저 책이 2002년 출간이고 이 책은 2017년 출간이니 15년 정도의 차가 생겼고 그래서 어떤 나무는 똑같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어떤 나무는 그 기간 동안 불에 타서 죽거나 또는 자연적으로 죽어서 다시 등장하지는 못했다. 한국어 제목은 '오래 살아남은 나무'라고 번역되었지만 원제는 '오래 살아남은 것들'에 대한 책이고 그래서 균류나 이끼류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약간은 결이 다를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을 주제로 한 저자의 TED 강의 도 있다.



87. <Grace> Audiobook - Margaret Atwood
넷플릭스 시리즈 <그레이스>의 그레이스 역을 맡은 사라 가돈이 맡은 오디오 북. 오디오 북은 처음 들어봐서 다른 건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가 받은 버전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어를 사라 가돈 혼자서 읽어주는 버전이었다. 차분하고 힘 있는 사라 가돈의 목소리로 <그레이스>를 다시 듣는 건 좋은 시간이었다. 다 알아듣지는 못해서 원래는 오디오 북이랑 병행하면서 원어 책도 읽으려고 킨들로 구매했었는데 결국에는 그냥 듣게만 되었다. 그리고 들으면서 생각했는데 책 안 보고 듣기만 하면 영어 실력에는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ㅋㅋ 듣다 지하철에서 자... 쿨쿨...


88. <1인 가구 돈 관리> - 공아연
이런 책 보면서 생각하는데... 나는... 애초에 수입이 적은 게 문제지 돈은 이미 충분히 계획적으로 쓰고 있어...내가 이런 책 보면서 항상 의아하게 생각하는 건... 어떻게 돈을 그냥 계획 없이 막 쓸 수 있냐는 것이다... 모르겠다...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난 월급 들어오면 기본으로 써야 되는 비용(적금, 교통비, 통신비, 기부 등)을 떼어놓고 남은 돈에서 내가 비상시적으로 지출하는 항목을 7개 정도 정해서 5-10만원씩 매달 또 따로 분류해 놓는다. 이러고 나면 돈이 진짜 얼마 안 남는데 그 남은 돈에서도 한 달에 월급의 10% 이상은 옷을 사지 않기로 정했고 사고싶은 옷 생기면 딱 그 금액만큼만 사고 남은 돈 가지고 한 달 산다... 만약에 사고싶은 옷이 코트 같이 가격이 좀 있으면 그냥...그 돈 몇 달에 걸쳐서 끝까지 모아... 할부...? 내 인생에 내 돈으로 한 할부는 아직까지도 단 한 번도 없었다... 난 절대, 절대, 절대로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아. 내 월급이 적은 거지 역시 난 존나 잘하고 있어!!!!! 물론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비혼이어서 아직까지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89. <빽넘버> - 임선경
내가 생각하는 한국 소설들의 문제점이 또 한 번 드러나는 소설이었다. 한국 소설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너무 구구절절 시간을 쓴다. 이 책도 남자주인공이 어떻게 하여 사람들의 등에서 남은 수명을 볼 수 있게 되었는지, 에 거의 90%를 써버린다. 나는 이 능력을 가지고 주인공이 무슨 일을 해 나가는지가 궁금한데 이 능력을 왜 얻었는지만을 말하니까 흥미도 확 떨어지고 마무리도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이 소설도 주인공이 이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심지어 이 능력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덮어버린 채 끝나버린다.


90. <언어 공부> - 롬브 커토
십 몇 개 국어를 하시며 동시 통역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셨던 분이 어떻게 하면 언어를 빨리 많이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쓴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언어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라 이런 책들 정말 좋아하는데 이 책은 단연 최고로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여러가지 언어를 한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정의를 확실하게 내리고 시작하는 부분부터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언어는 어느 수준까지는 듣고 말할 수 있으나 어떤 언어는 사전이 있어야만 어느 정도를 번역해 낼 수 있고, 이 많은 언어를 모두 동일하게 잘 하는 것은 아니며 나에게 모국어는 오직 헝가리어 뿐이다' 라고 서문을 쓰며 시작하는 부분부터 최고였다! 그리고 읽으면서 나 자신이 15년 정도를 다른 언어를 공부하다가 텍스트적, 정석적 공부 방법과는 맞지 않음을 깨닫고 약간 샛길로 빠져서 공부랍시고 했던 것이 이 분이 정석으로 내세우는 공부방법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너무 기뻐하기도 했다! 이 방법은 정말 별 거 아니고 그냥 소설 책 읽기이다. 문법 공부하고 단어 외우는 거 너무 지겨워서 그냥 내가 읽고싶은 소설책 하나 원서로 사다가 인터넷 사전으로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다 읽는 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읽는 것이 언어 공부의 시작이고 이 분은 실제로 이런 식으로 여러 언어를 배우셨다고 하더라고. 물론 언어 공부에 있어, 그리고 모든 공부에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쓸 수 있는가, 였지만ㅋㅋㅋㅋㅋ 하루에 60-90분 정도 할애할 수 없다면 그 공부는 안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뼈 때리는 진실. 그래도 언어 놓지말고...꾸준히 하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죽기 전에는 8개 국어 하겠제...(지나치게 높은 목표)



91. <칵테일 인포그래픽> - 조단 스펜스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가 먹고 싶다!


92.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김보영
소설의 뒷 얘기까지도 너무 아름다운 소설이었어! 김보영 작가가 남자 지인의 커미션을 받아ㅋㅋㅋㅋㅋㅋㅋ 쓴 글을 출판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남자 지인의 약혼녀가 좋아하는 작가가 김보영 작가였고 남자 지인은 청혼을 좀 특별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김보영 작가한테 로맨스 소설을 써 달라고 하고 그걸 받아서 자기가 낭독을 해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청혼을 했다고 한다. 소설도 좋았어. 곽재식의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와 배명훈의 <청혼>에서는 여자가 기다리는 역할이길래 자신은 남자가 기다리는 것으로 써 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썼다고 한다. 저 책들까지 읽어볼까 싶은 마음도 드는데 어쨌든 올해 안에는 무리인 것으로 판명... 내년에 의지가 있으면 읽어볼게요.


93.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 마가렛 애트우드
아! 왜 별 홍보가 없었는지 알겠다! 약간! 마가렛 애트우드 치고는 애매하다! 아! 재미가 없는 소설은 아닌데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특히나 마가렛 애트우드는 이야기를 밝은 톤으로 쓰면서 흥미롭게 진행시키는 작가가 아니라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도 절망 뿐 아니라 흥미를 이끌어내는 작가였기에 더욱 애매했다. 이 소설의 무대는 디스토피아라고 설명이되기는 하지만 사실 살아가는 현대와 흡사한 부분이 너무도 닮아있어서 작가가 생각하는 근미래 정도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은데 여기서도 여성의 삶은 절망적이며 오싹하리만치 잔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마무리 지어도 어떤 여성들의 삶은 돌아오지 않기에 좀 슬펐고... 그래도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나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마가렛 애트우드 답고 재밌었다.


진짜, SF 남자 작가들은 이 소설을 읽고도 섹스로봇을 쓰고 싶다면 스스로 문학적 자살을 하기를 바란다. 마가렛 애트우드도 제대로 써내지 못한 섹스로봇 얘기를 남자 나부랭이가 쓰고 싶어하는 것 자체가 마가렛 애트우드라는 신에 대한 신격모독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신도 못한 걸 너가 할 수 있겠어? 너가? 너따위가? 


94. <빵 고르듯 살고싶다> - 임진아
빵 고르듯 살고싶다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및 작가의 수필집인데 이 분이 누군지를 몰라서 그냥 30분 컷으로 읽음...


95. <이언 스튜어트의 보통 사람을 위한 현대수학> - 이언 스튜어트
책 제목에 속았어ㅠ 이게 어떻게 보통 사람을 위한 수학이에요ㅠ 봤던 이유는 방탈출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는데(진짜임) 책 초반에 자기가 최대한 쉽게 설명하겠다면서 미적분은 거의 안 나오게 하고 삼각함수까지만 알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거야ㅠ 님ㅠ 저는 삼각함수부터 수학 포기했단 말이에요ㅠ 무슨 소리에요ㅠ 삼각함수 진짜 개어려운데ㅠ 님ㅠ 찐문과를 얕보는 거세요ㅠ? 저는 탄젠트부터 이해 안 돼서 존나 때려쳤거든요ㅠ 


서문만 읽고 정말 안 읽으려다가 그래도 여장부가 한 번 집어 들었으면 끝은 봐야한다 그런 마음으로 다 읽기는 했는데 예전에 <이것이 힉스다>라는 책 읽었을 때랑 비슷한 심정으로 읽었다. 무슨 소리냐면, 약간 느낌적인 느낌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저 책을 읽고도 힉스 보존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질량에 관계되는 굉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이 책도 비슷했다! 나는 항상 수학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쓸데없는 짓을 할 때 '대체 있지도 않는 시공간을 가정해서 그것을 어디다가 써 먹는단 말인가?' 싶었지만 5차원, 6차원의 가상 공간을 계속해서 가정해 내고 그 공간에서의 수학 공식을 도출해 내면 이 수학공식이 우주의 공간에 나갈 때는 적용이 되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그러니까 난 실제로 이 공식이 어떤 원리로 나온 것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1도 이해할 수 없지만 왜 이런 공식을 구하려고 하고 계산하려고 하는지는 이해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주일 간의 유일한 수확이었다^^


96.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말콤 글래드웰
말콤 글래드웰 정말 글 잘 쓰고 사례 수집도 끝장나게 잘 모은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페미니스트가 뭔지는 조또 모르는 것 같았다. 2010년에 출판된 책이니까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데 책의 시작을 여성이 스스로의 외모적 부분을 주도적으로 가꾸는 것에 대해 임파워링이라고 하다니 진짜 조또 나보다 모르는 것 같음. 이거 말고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사육금지 처분을 받는 '사나운 개'의 종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인간들이 어떤 종을 선호하고 그 종을 많이 키우기 시작하면 결국 그들 가운데에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는 없고 그래서 그 종이 사육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고. 결국 특정 사나운 종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키우는 인간에게서 문제가 비롯되는 것이라고.


97. <한 스푼의 시간> - 구병모
이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비슷한 류로 계속해서 있는 것 같다. 근데 왜인지 나는 이런 이야기들에 쉽게 마음을 주고 말아버려... 그래서 이 소설도 좋았다. 물건에 대한 애착이 좀 강해서 그런가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약간 슬퍼지고 마는 것이다. 물건들에게 감정과 비슷한 것이 있다면 나와 물건은 서로이런 느낌을 공유할까? 싶어서.


98.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 우에노 치즈코
정말 좋은 책이었고 우에노 치즈코의 책은 앞으로도 꾸준히 챙겨봐야지 싶었다.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깝지만 제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새겨들을 부분이 많았다. 어떤 일은 일본에서 먼저 일어났고 어떤 일은 한국에서 먼저 일어나면서 여성들이 남성이라는 기득권 집단에 대해 투쟁함에 있어 전략적으로 서로를 참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생각했다.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에 대한 대답도 마지막에 '수입의 통로를 늘리는 것'이라고 답해주었고 당연히 알고 있었던 부분이기는 했지만 저명한 학자도 저렇게 말할 정도이니 정말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 


99. <네 이웃의 식탁> - 구병모
이것은 한국형 캐쥬얼 호러스토리로... 이것을 오로지 흥미로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자는 한국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었다... 신혼이나 젊은 부부들에게 일정 기간 내에 3자녀 이상 갖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집을 싸게 빌려줘서 출산율을 높이려는 국책사업의 프로그램으로 교외의 한 빌라에 살게 된 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이웃과 이웃들 사이의 눈치싸움과 공동체에 속해버리고 말았기에 감당해야 하는 공동체적 의무와 여자와 남자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은근한 성희롱과... 이 모든 이야기들이 뒤섞여 진정한 한국형 캐쥬얼 호러스토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읽기를.


100. <불안에 대하여> - 앤드리아 피터슨
나도 불안도가 높은 사람인데 또 이런 책을 읽으면서 아 나는 병원에 갈 정도까지는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하였다. 불안장애란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고 여느 정신과 쪽 질병과 같이 믿을만한 상담사+효과가 있는 약물이 이 상황을 낫게 한다. 특히 불안장애 같은 경우에는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 엘레베이터를 타는 것과 같이 아주 사소한 일상생활에서도 불안을 느끼고 한발자국도 떼지 못하게 만드는데 저자는 20대 초반에 불안장애가 발병했을 때 부모님이 뭔지도 모르고 저자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부모님이 너무 미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노출치료에 일종이었다고 한다. 불안장애가 없는 나는 이게 뭐가 그렇게 끔찍하지? 싶다가 내 경우를 생각해보고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매미를 정말 싫어하는데 여름에는 아무리 더워도 절대 나무 밑으로 걸어다니지도 않고 걸어다닐 때는 절대 땅바닥을 보고 걷지 않는다. 그러다가 매미시체를 보면 깜짝깜짝 계속 놀라기 때문에. 근데 누가 나한테 나의 매미 공포증을 없어주겠다며 살아있는/죽어있는 매미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면? 정말 죽고 싶었을 것이다. 차차 괜찮아지기는 했겠지만 여전히 죽고싶기는 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니까 저자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101. <아무튼, 트위터> - 정유민
정말 트위터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고 동시에 정말 트위터 하는 사람만이 읽고 웃을 수 있는 글이다. 트친비 이런 거 트위터 안 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설명해... 그래서 트위터의 일부를 물체화 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102. <체간 리셋 다이어트> - 사쿠마 겐이치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책인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책으로까지 나오고 알티까지 타서 내가 보게 된 거야. 


103. <여성 괴물> - 바바라 크리드
한스의 고추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프로이트 개새끼... 북클럽의 세 번째 책으로 읽게되었는데 일단 나는 여기에 나온 모든 영화를 보지 않아서 영화를 해석해는 글을 읽으며 정작 영화는 보지 않아 이해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프로이트에 대한 생각을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하게 되어버렸는데, 이 책(논문)에서 계속해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가지고 영화 해석을 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걸 읽으면서 크나큰 고뇌에 빠졌다. 일단 프로이트의 이론 자체가 너무나 남성/남근 중심적이기 때문이었고 이 이론을 근거로 무언가를 해석한다면 그것을 계속해서 반박한다고 한들 남성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본편인 바바라 크리드의 논문보다는 후편으로 붙어있었던 역자 손희정의 논문이 한국 여성인 나에게는 훨씬 가치 있었다. 그건 적어도 무슨 영화인지 인지하고 있었으며 사회적 배경에 대한 맥락도 알 수 있었고 프로이트에서는 약간 벗어난 시각으로 해석을 해 놓았기 때문에.


104. <그림 속 경제학> - 문소영
그림과 경제학을 적절하게 엮어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는데 말씀하신 트친분 말대로 학부 전에 읽기에 딱 좋은 수준의 경제학 책이었다. 어려운 경제학 용어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과 함께하면서 이야기로 듣게 되면 훨씬 기억에 인상깊게 남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 이해할 때도 그래프 보면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쉽게 이해될 수밖에는 없으니까. 


105.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이 소설에서 Y와 N이 담고있는 양쪽의 결말 모두가 좋아서 재미있는 소설이 되었다. 그러니까, 인생이 어떤 식으로 꼬이더라도 결국에는 그 나름의 과정과 결과와 이어짐이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악인들은 벌을 받고 선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권선지악의 주제를 담는 완벽한 청소년 소설인 점도 좋았다.


106. <카르밀라> - 셰리던 르 파뉴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카르밀라>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재밌었어! 여자 아이들끼리의 우정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져있는데 하여튼 뱀파이어 고딕 소설 자체로도 손색 없었고 여자 아이들의 얘기여서 더욱 흥미로웠기도 했다.


107. <불량 소녀들 : '스펙터클 경성'에서 모던걸은 왜 못된걸이 되었나> - 한민주
나는 경성광인이기 때문에 책 제목에 대충 경성 붙으면 뽑아서 읽는 사람이라 우연찮게 빌려왔다가 올해의 보물이 될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의 출간은 2017년이라 작년의 보물이기는 한데 내가 올해 봤으니까 나는 그냥 올해의 보물이라고 할래. 경성시대의 소설, 잡지, 신문 등의 출간물들에서 모던걸들을 어떤 식으로 묘사했는지 쭉 개괄하고 그에 얽혀있었던 시대상은 어떠했는지도 이야기하며 이것을 현대의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어떻게 보이는지를 쓴 책이었는데 다 읽고 북클럽 멤버들에게 다 같이 읽고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주세요! 했을만큼 좋았다. 모던걸이 어떻게 해서 못된걸이 되었는가? 그것은 여성을 눈요깃거리로만, 흥밋거리로만 생각하는 기득권 남성들에 의해서였고 왜 여성이 이렇게 전시되어야만 했는가? 그것은 근대화의 물결에 의해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며 돈이 중요해졌기 때문이었다 등등을 그 시대에 쓰여있는 자료들을 분석하며 차근차근 풀어준다. 내가 경성시대의 자료들을 보는 것을 흥미로워 하는 것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초기 자본주의 사회를 겪으면서도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와 굉장히 비슷한 욕망을 내비치는 부분이 흥미로워서인데, 페미니즘적 부분에서도 백래시가 거셌고 지금보다 훨씬 척박했을지언정 거기에 맞서고자 주저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던 여자들이 있다는 것도 다시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여성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며 정략 결혼을 하지 않거나 또는 이혼을 결심하고 뛰쳐나와 돈을 벌 때 카페의 여급이나 마네킹 걸 같은 보수가 낮은 직업에 종사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호기롭게 뛰쳐나온 모던걸들이 결국 가난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남성 가부장제에 종속되고 말아버리는 현상에 대한 해석이 좋았다. 당대의 남성지식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모던걸들을 깔보며 낮게 보는 근거로 활용했으나 이 모든 것이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만큼 교육받을 수 없고 교육받았다 해도 고용이 되지 않고 고용이 되었다고 해도 남성만큼은 돈을 벌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집어주는 부분이 있었다. 현대의 한국과 똑같은 일이 1세기전부터 벌어지고 있었구나 싶어서 씁쓸하며 '동일고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현대의 한국 여성들도 모던걸들과 다른 처지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다. 결국 여성들은 역사에서 배우고 기나긴 싸움에서 승리하여 역사가 되리라.


108. <황금 방울새> 1 - 도나 타트
109. <황금 방울새> 2 - 도나 타트
정세랑 작가님이 추천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읽어보았다. 뉴욕의 박물관에 폭탄 테러가 일어났고 우연히 그 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신 시오가 그 안에서 죽어가던 웰티의 말 대로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The Goldfinch라는 그림을 들고 나오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폭탄 테러로 인해 많은 그림이 소실되고 또는 사라졌으며 어린 시오는 들고 나온 그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모르지만 자신의 손에서 놓치고 싶지는 않아 계속 가지고 다니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처럼 그림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초반부터 폭탄 테러로 시작되니까 으엥? 했다가 읽으면 읽을수록 그림은 모순과 말썽을 일으키는 하나의 상징적 장치에 불과할 뿐이고 진짜로 중심이 되는 것은 시오의 인생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부분을 미리 알고 읽는다면 재밌게 읽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110.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 곽재식
제목 읽고 이 소설에서 룰렛이 어느 장소에 멈추는지를 계산할 때 필요한 것은 '초시계'이다, 라는 것을 안 순간 난 사기꾼의 심장이 왜 천천히 뛰는지 알았다. 왜냐면 심장박동으로 초를 세는 것은 나의 주특기로 영화에서 초를 다투는 순간이 나올 때 맥박에 손을 대고 영화 상에서의 시간이 정말 초를 맞춰서 제작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취미이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각 챕터의 제목이 '어떻게 이러이러하여 저러저러한 일이 되었는가?'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그렇고 신선한 형태의 소설이었다. 제목으로는 다른 것 몇몇 개도 고려했다고 하는데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보다 완벽한 것은 없었다. 혹시 여기에 나오는 룰렛 방정식 알면 진짜 저한테 알려 주세요! 전 맥박으로 초 세기 천재야! 수익 반띵 해드릴테니까요!


111.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 - 윤경희
여태까지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현실적으로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해 조언 및 충고를 해 주었던 책인 것 같다. 진짜 진짜로... 혼자 살던 둘이 살던 여튼간에 집은 있어야 된다.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다 비슷한 이야기이기 때문에(최고의 방법 : 연봉 올리고 그 돈 안 쓰기) 특별할 것은 없는데 집을 마련할 때에 있어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면서 시행착오와 아쉬웠던 부분과 이렇게 하면 도움이 된다,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나누어서 이야기 해 준다. 이 책 읽으면서 부동산 카페나 이런 것도 가입해서 눈팅이라도 해야 된다고 다시금 느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거의 평생을 수도권에서 살았기 때문에 굳이 서울에 살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그렇게 많이 모을 필요도 없고 어리면 어릴수록 대출이나 정부지원에서도 득이 되는 것이 있으니까(물론 연봉 그만큼 낮지만^^) 진짜 좀 정신 차리고 봐 봐야해.


112.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오후
좋게 말하면 재미없는 "남자식 위트"가 잔뜩인 책이고 나쁘게 말하면 책 자체가 나무위키인 책이다. 책 초반 부분부터 재치 떤다고 지랄 부르스가 났던지라 본문만 읽고 치운다고 뒤에 각주 부분은 안 봤건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서 트위터 서치 돌려보니 그 부분에 출처 나무위키 써놨다고 하더라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마약에 대한 읽을만한 정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으나 읽을만 하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책 하나 써 내기도 사실 시간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인세로 대단히 많은 돈이 벌리는 작업도 아니기 때문에 왜 자신이 스스로 저작물의 가치를 쭉쭉 떨어뜨릴만한 짓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냥 취미생활로 이런 책 쓰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설사 돈이 많으면...그냥 책 안 쓰면 안 돼? 무엇보다 이 책은 자신의 재치(라고 쓰고 깝친다고 읽는다)를 발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마약류를 너무 가볍게만 다루며 호기심을 자극하게만 써 놨다. "중독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를 페이지 마다 써 놓아도 모자랄 판에 장난스럽고 익살스럽게만 써놓기 바빠 저런 말 써 놔도 진심으로 말하는 걸로 안 보임.


113. <드럭 어딕션> - 남경애
약학과를 나와서 약사로 일하다 지금은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분이 쓰신 약물중독에 관한 책. 위의 책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뽑아온 책 맞고 위의 책과 이 책은 서로 양극단에 있는 책이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것도 맞았다. 이 분은 모든 약물에 대해서 도움이 되는 딱 그정도까지만 먹어야 한다는 주의이고 기호성으로 분류되는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도 엄격하게 통제하며 즐겨야 한다는 주의라 기호성 약물 약위험군인 나는 자꾸 '선생님 그래도 그건 쫌 안니예요...' 이라고 말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ㅋㅋㅋㅋ 이 책은 본인이 일을 하면서 만난 위험군이 아닐 거라고 여겨지는 소득수준의 아이들 및 청년층의 부모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 맞아서 읽는 내가 가끔 벙 쪄버리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마리화나를 하면 나중에 기형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져요~" <- 이 부분 읽으며 애 안 낳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나) 내 아이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음을 계속해서 말해주면서 부모들도 본인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하고 아이들에게 무조건 숨기려고 하지 말고 교육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어서 좋았다. 읽으면서 생각한 건 한국이 마약 청정국가라고 생각하고 마약에 관련된 교육에 매우 소홀하다는 것인데 기호성 약물을 포함한 모든 마약류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 세대에 걸쳐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성인들은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에 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교육 받아야 함. 특히! 한국남자들은! 특히! 알코올에 대해! 철저한! 교육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