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수영

수영 Day 20

ㅠㅏㅠㅔ 2021. 9. 3. 14:45

구김 @wherethesunset

너무너무 졸려... 오늘은 정말 눈 감고 일어남...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수영 갔다.. 

 

갔는데... 모자를 안 갖고 옴... 시벌... 내가 '이러면 어떡하지?' 하는 일들은 보통 언젠가는 실현되고야 마는데...

지난번에는 씻다가 '아 언젠가 한 번은 칫솔통 여기 놓고 가겠다,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며칠 있다가 진짜 놓고왔고 솔직히... 별로 예쁜 칫솔통도 아니고 칫솔이랑 치약도 쓴 지 좀 돼서 굳이 찾으러 갈 정도도 아니었기에 이틀 뒤에 가봤더니 없어졌었다. 누가 가져가지는 않았을 거고 청소하다가 가져가는 사람 없으니까 버렸겠지, 뭐... 수영모자도 하나니까 '수영모자 안 가져오면 어떡하지. 까먹지 말고 꼭꼭 챙겨 다녀야겠다'라고 생각한지 약 2달 만에 역시 그러고야 말았네요~! 예상 가능한 범위의 걱정만 한다는 것이 정말 또 나답기도 하고~! 이걸 칭찬을 해 주어야 할지~!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비를 하지 않았음에 한심해해야 할지~!

 

어쨌든 이래서 선생님한테 수영모자 구걸하러 갔는데 선생님들은 솔직히 그냥 다 놔두고 다니니까 더더군다나 모자같은 건 2개일 이유가 없는 거야. 그래서 난감해하다가 선생님이 "하나 살래요?"해서 "넹넹!"하고 그 자리서 구매했다... 이제 이 모자는 가방에서 빼지 않겠다... 절대 다시는...

 

오늘도 팔젓기랑 배영 손젓기랑 여러번 하면서 다녔다. 중간중간 선생님이 자세교정 계속 해 주는데 다 듣고 "...넘 할 게 많아요"했더니 뭐가 많냐며 부정당함... 근데 생각을 해 봐. 일단 발차기는 계속 해야 돼, 가라앉으면 안 되니까. 팔은 저어야 하지, 앞으로 나아갈 때 거의 8의 역할을 해 주니까. 그 와중에 안 젓는 팔은 앞으로 쭉 내밀면서 몸을 신전해야 한다. 왜냐면 우리의 목적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가기 위해. 이러면서 물은 먹으면 안 되니까 코랑 입으로 방울방울 숨을 뱉어내야 한다. 여기서 숨을 쉬게 되면 머리는 젓는 팔의 반대쪽 팔에 최대한 붙이면서 누우려고 하고 숨을 뱉고 들이마셔야 한다. 동작하는 팔은 계속 동작을 이어나가는데 또 옆에를 볼 때는 골반까지도 측면을 보게 완전히 옆으로 누워야 한다. 이런 다음에 다시 엎드려 있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야... 이게... 할 게 안 많다고...? 장난치냐...? 그리고 오늘 진짜 힘들어서 기절할 뻔했는데 어제 필테 가서 코어 미친듯이 조져지고 왔거든... 나... 지금 기침 못 해... 피 토하면서 기침할 수 있는 상태... 수영 갔을 땐 몰랐는데 오늘 왜 이렇게 힘드냐, 생각해봤더니 배가 땡기더라고... 말줄임표 대박... 말줄임표 없이 글 못 쓰는 사람 됐네 진짜... 그래도 나는 책 안 쓰니까 괜찮아...

 

같이 배우는 초급즈 셋 중에(나까지 포함) 한 분은 넘 쑥쓰럽게 자꾸 날 칭찬한다... 생긴 거나 태도도 닮았는데 이런 면마저 E언니를 생각나게 해서 어쩐지 언니 생각이 월수금마다 난다. 언니는 수영장에서 만난 남자랑 속도위반으로 결혼해서 지금은 애기가 둘이야. 하지만 역시 언니는 어떻게 수영장에서 만난 남자랑 결혼한 거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수영장에서 만난 남자들 다 패고 싶어. 꼴같잖게 빤쓰만 입고 돌아다니는 게 너무 열받아. 나는 몸통도 다 가리고 얼굴, 팔, 다리만 내놓고 있는데 배는 남산만해서는 상체를 다 드러내고 있는 게 너무나 흉측스러워. R님이 맨날 헬창들 너무 꼴보기 싫다고 다 죽었음 좋겠다고 하는데 나는 수영장 다녀보라고 그런 생각 사라진다고 나는 차라리 헬창들이 나은 것 같다고 함... 개씨발 내 눈... 이와중에 저자식들이 나보다 수영을 잘 한다는 사실이 열 받는다. 아무 상관관계가 없지만! 열은 받아! 나는 원래 열 잘 받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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