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수영

수영 Day 8

ㅠㅏㅠㅔ 2021. 8. 4. 16:10
09:01 AM (https://nathanheadshop.com)


ㅎㅎ... 어제 우울하고 다운돼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오늘 수영가야 돼서 안 죽고 살았다^^
우울한 사람들한테 운동하라고 하는 게 운동하면 세로토닌, 도파민 등등의 호르몬 나와서 좋다는 거랑 별개로, 우울은 보통 불안증을 동반하고 불안증의 주요 증상은 심장이 뛰는 거라고 한다. 이때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상태를 인위적으로 자주 만듦으로서 그 현상이 뇌랑 몸이 느끼기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내가 운동해서 심장이 뛰는 거야'라고 인식하는 과정을 자꾸 거치면 나중에 불안해서 심장이 뛰어도 예전만큼의 불안까지는 올라가지 않게 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 나는 지금 우울증 아니고 그냥 mood swing 정도라 스스로도 심각하지는 않으니까 읽었던 책 생각이나 하면서 바닥에 해삼처럼 누워있다가 수영가는 것만 기달림... 근데 이 건물 10층까지 있고 9층-10층이 헬스장 및 수영장이란 말이야. 오늘 갔는데 벽에 붙어있던 거울이 알고보니까 창문이었더라. 아침이라 환기 되라고 열어놨는데 깜빡하고 안 닫았나보다. 쨌든 이게 전신거울보다 더 큰 사이즈여서 이렇게나 큰 창문이 그냥... 열려있었다. 완전... 자살 핫스팟 아니냐...? 이래도 되냐...? 이렇게 건물을 설계해도 된다고...? 자살률 1위를 자랑하는 이 나라의 건축법이 이걸 허용한다고...? 완전 충격받아버림... 내가 안 죽고 싶기에 망정이지 죽고싶은 마음 쫌이라도 있었음 그냥 뛰어내리면 될 것 같드라 야...

선생님이 나보고 발차기 하는 거에 비해 앞으로 안 나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냐고 해서 "그냥 엉덩이랑 허벅지 힘 없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하니까 그런 건 아니고 지금도 충분한데 너무 힘을 못 뺀다고 그랬다. 발을 차는 걸 많이 차면 당연히 힘든데 대신에 발이 좀 수면 밖으로 나와야지만 물의 저항을 안 받는 시간도 있어서 덜 힘든 거라고 했다. 지금은 너무 물 속에만 있어서 오히려 더 힘들 거라고. 그리고 올리면서 찰 때는 힘을 주지만 발이 수면 밖으로 나가서 다시 들어올 때는 힘을 빼서 팍! 하고 내리쳐야 되는 거라고... 그랬다... 저기요ㅠ 저 숨도 겨우 쉬어요ㅠ 발 올라갈 때 내려갈 때 그걸 다 생각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ㅠ 근데 이 말 듣고 나서 발을 더 크게크게 차려고 해 보면서 수면 밖으로 나가게 하고 좀 신경 쓰면서 하니까 쪼~~~끔은 더 나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보고 숨을 물 속에서 있는대로 다 쓰지 말라고도 했다. 지금 거의 숨 막히기 직전까지 머리 넣고있다가 숨 쉬려고 드니까 물 밖에 있는 시간은 한정적인데 내가 쓴 숨을 다 못 들이마셔서 숨이 더 차는 거라고, 그냥 한 2-3초 정도만 있다가 바로 올라와서 얕게얕게 숨 쉬고 얕게얕게 숨 뱉으라고도 그랬다. 그래서 이렇게 했더니 진짜 숨이 덜 차더라고ㅎㅎ... 이렇게 하니까 중간에 안 멈추고 그냥 쭉 끝까지 한 번에 발차기만 하면서 갈 수 있었다. 신기해...

오늘 그냥 월요일날 했던 것처럼 발차기나 하고다니고 그거 좀 더 되면 팔 젓는 거나 할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발차기 몇 번 시키고 나더니 갑자기 누우라고... 네...? 허리에 묶는 키판 시키더니 배 쪽으로 하고 누우래... 저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이제 겨우 키판 잡고 발차기 하는데요?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발차기 하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어떻게 또 하나도 안 되는 걸 배우란 말씀이세요? 저기요ㅠㅠㅠㅠㅠㅠㅠㅠ? 선생님이 아예 나 다 받쳐주고 두 번 왔다갔다 한 다음에, "원래... 자유형이랑 배영을 동시에 배워요...?(제발 나에게 이걸 나중에 가르치라는 소리)" 했더니 자기는 같이 가르친다면서 다 배우는 이유가 있대. 쫌만 더 배우면 알게 될 거래. 네네, 저 지금 물에 겨우 떠요.

배영 진심... 하나도 모르겠어... 허리에 키판 묶었는데도 내가 뜨는 기분 하나도 없고 그냥... 선생님이 받쳐줘서 떠 있구나 정도의 느낌 뿐... 그리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조용하게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사회적 체면이 있으니까 다들 자중하는 걸까? 나만 혼자 꺆꺆거리면서 물에 빠졌다가 난리를 치고 있다... 나만 이렇게... 버라이어티하게 수업 받아... 선생님에게 활기를 선사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긍정회로 돌려봅니다^^ 허리를 더 위로 올려서 활 모양처럼 만들라고 하는데 나는 이런 거 허리에 부담돼서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그냥 내가 못하는 것으로^^ 걍... 팔이나 젓고 싶다... 팔 젓는 건 이거보다 쉬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