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수영

수영 Day 3

ㅠㅏㅠㅔ 2021. 7. 23. 10:23

Benjamin Anderson, Swim seriies

오늘은 저번에 했던 것처럼 먼저 키판을 잡고 밀면서 최대한 물에 떠보고 가능하면 발차기도 해보는 걸 먼저 했다. 그러고보니까 저번에는 물 속에 머리 넣자마자 음---하면서 숨 내뱉다가 그 숨이 다 떨어지면 파-! 하고 올라왔었는데, 생각해보니 물어 들어갈 때는 막 숨 들이 마신 상태니까 잠깐 참을 수가 있잖아. 그렇게 하면 물 속에 더 오래 있을 거고, 오래 있는 만큼 한 번에 더 나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게 되는 거였다. 이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연습을 하면서 다녔다. 호흡 참고 뱉고 하는 데에 신경 쓰니까 또 발차기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 썼는지 선생님이 나보고 다리도 긴데 왜 이렇게 얕게 차냐고ㅋㅋㅋㅋㅋ 크게크게 차 보도록 노력하래ㅋㅋㅋㅋㅋㅋㅋ 그치그치, 나 다리 길지, 그럼그럼~! 하지만 다리가 긴 것과 그 다리를 활용하여 쓰는 능력은 또 다른 이야기로서 쩜쩜쩜... 나랑 같이 배우는 완전 초보인 사람 한 명 더 있는데 그 사람은 나보다 잘 해서 물 위에도 둥둥 뜨고 발차기 할 때도 발이 물 밖까지 나와서 팟팟팟 되더라고. 나는... 발이 진짜 물 밖으로 안 나와... 더 못 떠서인지 아님 못 차서인지 또는 둘 다 일지...

이런 다음에는 키판 뺏겼다... 이제 혼자 알아서 떠야 한대ㅠ_____ㅠ 손을 포개 모아서 쭉 나가다가 더이상 숨이 없을 때 물을 누르면서 일어나라는데 생각보다 잘 안 돼서 끼야아악 하면서 레인이랑 벽이랑 엄청 잡았다...ㅎㅎ 이러고 한 바퀴 돌고 왔더니 일어날 때는 손을 모아서 누르는 게 아니고 양쪽 손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물을 누르면서 두 다리를 구부려서 가져온 다음에 다리가 바닥에 닿으면 머리를 들고 일어나래. 저기요ㅡㅡ 그럼 아까부터 그렇게 가르쳐줬어야죠ㅡㅡ 저 지금 여기 한 바퀴 돌고 오면서 다섯 번 정도 빠져 죽을 뻔 했잖아요ㅡㅡ 이런 다음부터는 저거 연습하고 다녔다. 근데 나는 자꾸 다리를 하나만 갖고 와서 또 빠지려고 하더라고. 선생님이 나보고 머리를 들기 전에 두 다리가 땅바닥에 닿아야 되는 거라고 너무 머리부터 일어나려고 하지 말래 그러면 아직 지지대가 없어서 못 일어난다고. 그래서 이 다음부터는 또 잘 일어나면서 다녔다. 대신에 이러면 일어날 때까지도 숨이 필요하니까 숨을 좀 아껴놔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일주일만에 물에 아주 잠깐 뜰 수 있게 됐으니까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어제 생리 시작했다. 예정 상 크게 어긋난 건 아니었어서 의외는 아니었지만... 둘째날이 수영가는 날이 될 예정은 아니었기에 가야될지 말아야될지 고민 엄청 했다. 이 수영장 다 좋은데(심지어 길이도 엄청 짧아서 못 하는 상태에선 한 바퀴 연습하라고 할 때 할 만해서 좋음. 원래 가고 싶었던 데는 레인 길이 여기 두 배라 가다가 중간에 기진맥진 됐을 것 같음) 화장실이 너무 수영장 안에 있다고 해야 되나? 수영 끝나고 탐폰 빼러 가려면 일단 갈아끼울 탐폰 가지러 락커 가서 파우치 가져왔다가, 다시 수영장 쪽으로 와서 화장실 갔다가, 거기서 수영복 이케저케 벗고 탐폰 갈아 끼운 다음에, 다시 수영복을 이케저케 입고 나가서, 샤워하러 가야 되는데... 이 모든 과정이 귀찮아 죽을 것 같았다... 저런 귀찮은 짓 절대 불가... 그래서 오늘은 그냥 집에 와서 씻기로 마음을 먹고 가기로 했다(어젯밤의 결심). 어차피 물 안에서는 수압 때문에 피가 새거나 그러진 않는댔으니까 민폐 끼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씩 생리하는데 그 때마다 빠지면 그냥 내 생리주기 광고 아냐...?

그리고 동시에 탐폰을 안 썼으면 수영 다닐 때 장벽이 하나 더 늘어났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에 좋은 때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사실 지금도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내가 살아오면서 어떤 장벽들을 하나씩 하나씩 없애면서 살아오고 있었구나 싶었다. 3년 전에 탐폰 쓰고야 말겠다고 매일매일 다짐하고 또 다짐해서(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평생 해 오던 일에 변화를 주는 거였다고욧) 쓸 수 있게 된 거였으니깐... 그때의 내가 고생고생 하고 불편함과 무서움을 참아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면, 지금의 내가 물 좀 먹고 허우적허우적 대다보면 나중의 나는 수영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

피어싱 뺐다꼈다 하는 거 안 되는 데가 있어서 오늘은 한 개는 안 빼고 갔는데 이렇게 해도 될 것 같아. 대신에 바 길이 짧고 앞에 스톤이 작아서 머리카락 덜 걸리는 걸로 해야겠다. 이거 또 사러 가야지...

그리고 나 진짜 유튜브에서 수영모자 쓰는 법 이런 거 찾아서 봐야 될 듯... 나만 베껴져 나만...ㅠㅠ
오늘은 선생님이 잠깐 도와줘도 되겠냐면서 머리카락 넣어줌ㅠㅠ 쌤 아까 저 다섯번 정도 죽일뻔 한 거 용서해 줄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