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마음

세븐틴 콘서트 BE THE SUN 이틀간 일기

ㅠㅏㅠㅔ 2022. 6. 28. 21:45


찌마님네 집에서 개백수처럼 뒹굴거리던 어느날... 같이 개백수처럼 뒹굴거리던 홈파님이 꺆 거려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글쎄 세븐틴 콘서트 공지가 떴다는 거예요. 당시에는 위버스도 안 깔었어서 허겁지겁 위버스 깔고 가입하고 그 자리에 바로 팬클럽 구매했다. 2만 2천원... 사실 이때에는 공지를 읽을 정신도 없었고 당장 티켓팅 하는 줄 알고 긁어버렸는데 잘 읽어보니까 팬클럽에 들지 않아도 예매를 할 수 있기는 있었다. 아직 그렇게까지는 진심이 아니었어서 팬클럽 구매 다 해놓고는 집에 가는 길에 'Hmm... 너무 성급했나...🤔' 했지만 어차피 무를 수도 없고(있겠지만 귀찮아서 안 하고 말아...) 얘네는 쓸데없이 팬클럽 키트도 안 주고 갖고싶음 돈을 또 내고 사야 되는 시스템이길래 뭐 오는 것도 없고 하니 쭉쭉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무슨 위버스 안에서도 선예매신청 하는 거 넣고 인터파크에서도 선예매신청 하는 거 넣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노를 저어... 도달하엿읍니다... 선예매의 날에...

나에게는 도와줄 돌타쿠 친구도 그냥 친구도 딱히 없었으므로 되면 되고 말면 말고의 마음으로 가볍게 참전하였다. 여태까지는 예사에서 했었는데 인팤은 또 처음이라 좀 긴장되기는 하였으나 티켓팅은 정말 하늘이 점지해주는 운인 것 같다는 것이 결론. 할 수 있는 걸 다 해도 결국 서버 먼저 뚫는 사람이 먼저 들어가서 자리잡는 건데 이건 매크로가 있냐 없냐 여러 명이 동시접속을 하냐 마냐는 확률게임에서 확률을 올리는 정도의 아주 미미한 요인이고 그냥... 운이라는 것을 이제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래도 세븐틴은 추첨제 아니고 티켓팅제라서 다행이다^^' 와 '설마 2만 2천원 냈는데 4층이라도 잡겠지^^' 라는 마음이 있어서 가볍게 했다. 가볍게 했고... 안 들어가지네요.


제 앞에 19000명이 있다고... 그래도 이 날은 팬클럽 선예매라서 그런지 예사처럼 아예 펑~! 하고 터지지는 않았고 19000명 다 줄어들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니까 내 차례가 와서 양일을 다 잡을 수 있었다. 그나마 이날까지는 인팤이 각 구역 별 남은 좌석수를 띄워줬어서 대충 어디에 좌석이 남았는지 알 수 있어서 어떻게 저떻게 잘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예매날에는 각 구역 별 잔여좌석수 표시하는 로직 없애버려서(서버 과부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인 건 알겠음 근데 그냥 돈 주고 서버를 늘리라고 미친놈들아) 이 날은 정말 운으로 했다. 나는 뚫려서 찌마님 표 잡아 줬는데 나 말고는 내 주위와 2차 지인 중에서도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문제라면 더 좋은 좌석을 잡으려고 일반예매날도 피씨방 갔던 거였는데 그냥 똑같은 급의 좌석의 정 반대편만 잡았다는 것이었다ㅎㅎ 어쨌든 이래서 찌마님도 플로어 보내줬으니까 됐지 뭐. VIP석 잡았어도 사첵 들어갈지 말지 개같이 고민했을 것 같아서 차라리 못 잡은 게 다행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우의 신 포도 전략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정신승리를 이루어 내는 중.

헤헤 한 번에 뽑았다~!


지난 캐럿랜드 때 표 보여주고 본인확인 한 다음에 입장팔찌 바꾸고 가서 랜덤포카 받는 캐럿존 줄이 지하철역부터 쭉 늘어서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집에서 아침 7시 반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난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할 일을 다 끝마치고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건 상관없는데 시간적 여유가 얼마나 남을지 계산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장소마저 내가 고를 수 없이 기다리는 건 진짜 딱 싫어하는 타입이라서 그냥 아예 일찍 가버리기로 했다. 제발 토요일 오전에는 비가 주룩주룩 와서 캐럿소녀들이 부지런 떨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결국에 비는 안 왔지만... 근데 안 오는 게 더 좋긴 했다. 어쨌든 토요일 당일엔 진짜 아침 7시 반에 집 나와서 찌마님네 가서 짐 놓고 고척 도착해서 기다려서 쫙쫙 다 해냈다. 고척돔에서 해야 할 일 모두 해내고 나니까 11시 15분이어서 바로 영등포로 갔다.

도련님 생일선물(그녀의 생일은 4월이지요)로 떠놓은 양말 있어서 만나야지 만나야지 했었는데 우리는 현대인. 애쓰지 않으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지요. 오늘은 내가 시간이 엄청 많아서 도련님 잠깐 시간 있으면 도련님 쪽으로 사정 맞춰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길래 물어봤더니 다행히 선약 없으시다셔서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커피도 마시고 인스타그래머블한 곳도 구경했다.

냠냠
컨셉충 인스타 사진 찍을 수 있어 원하는 사람은 꼭 가보도록 해


영등포는 스무살 되면서 서울에 정기적으로 다니기 시작하며 꼭 거치는 곳이었어서 엄청 친근하다. 집에서도 비교적 교통편 좋고 가깝고. 영등포의 단점은 타임스퀘어 이외의 곳이 모두 황무지여서 타임스퀘어만 갈 수 있고 거기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선 엄청난 인파를 견뎌야 한다는 점인데... 여기에 이렇게 맛있는 커리집이 있는지는 오늘 알았다. 위치가 너무 좋아서 운동선생님한테 갔다가 집 오는 길에 혼자 와도 될 것 같아! 너무 기쁘다! 그때와선 모모를 먹어봐야지~!

도련님한테 선물한 양말은 이것. 역작적으로 잘 떴다고요. 나 이제 진짜 양말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듦.
내 마음 속에서 삼십만원이라서 문제일 뿐...
삼십만원짜리 양말을 드리고 나는 귀여운 스크런쳐를 받아왔다. 동백은 좋아하는 꽃이에요. 잘 쓸게요.

 

26. Vervain Socks Day 1 - 8 (한 짝 完)

Day 1 - 3 Day 4 Day 5 Day 6 - 7 Day 8 CUFF 2.5mm 바늘로 71 sts로 시작 후 20 rnd LEG M1으로 1코 늘리고 72 sts로 40 rnd HEEL FLAP - HEEL TURN 도안 그대로 진행 GUSSET 양쪽 18개 주워서 줄여갔음 F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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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Vervain Socks Day 9 - 14 [完]

Day 9 Day 10 Day 11 Day 12 - 13 Day 14 한 볼로 다 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toe 부분 할 때 약간 모자라서 새 실을 한... 2-3m 정도 쓴 것 같다. 어쨌든 거의 한 볼 통으로 남음! 니팅포올리브 실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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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이랑 헤어져서는 1시간 정도 시간 남아서 에어컨 쐬려고 만화카페 갔는데 어떤 놈이 내가 봐야되는 부분 원피스만 싹 뽑아가서 그냥 또 양말 뜨개질이나 했다. 양말 완성기도 봐 줘.

 

컵케이크 양말 Day 1 - 7

Day 1 Day 2 Day 3 저번에 이 양말 뜰 때 LEG 부분 40단 떴다가 실 모자랐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31단만 떴다. Day 4 M1R, M1L로 늘리는데 역시나 한 쪽이(아마 M1R인 것 같다) 드럽게 안 예쁘다...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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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서 지하철을 타 본 이후로 지하철을 가장 여러 번 잘못 탄 날이 오늘이었다는 것이 나를 열받게 했다... 안 그래도 비 예보만 있고 비는 안 와서 습도 높은 상태에서 걸어다니는데 미친 1호선이 자꾸 존나 잘못와서 진심 개열받아가지고 지하철 역사에 불 지를 뻔 함... 뭔가 문제가 있었는지 찾아보는 앱의 지도가 예상하는 시간과 어디어디행이 실제로 오고 있는 거랑 안 맞으니까 자꾸 ??? 하다가 잘못 타서 급행 타면 안 되는데 급행 타고, 인천행 타야 되는데 천안행 타고, 개열받아 진짜... 그리고 1호선은 더 최악인 게 이러면 다시 갈아타는 구로나 신도림까지 한 두정거장 가서 다시 제대로 된 걸 타고 가고자하는 역으로 가야 하는 상태에서 그럼 지상으로 나가서 버스 타면 더 낫겠다! 해도 그게 아닌 점이 가장 열받는다... 시간 상으로 따지면 그게 그거라서 그냥 또 엄청 귀찮게 지하철을 맞게 타러 가야 되는 것임... 개열받아... 어쨌든 열받은 상태로 고척 도착해서 홈파님이랑 만났다. 만나서 열받아가지고 아이스크림 냠냠 먹고는 30분 정도 남기고 들어갔다. 첫 날은 테이블석이라서 뜨개질 했다. 고척돔은 예~전에 케이티페리 내한왔을 때 한 번 와 봤는데 그 때는... 어디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나서 그냥 무지성 상태로 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무대구성이 다르니까 시야 이런 거 찾아봐도 크게 도움은 안 되겠더라고. 그리고 시야 알아서 뭐 해. 자리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그냥 갔는데 콘님이랑 홈파님이 계속 테이블석 부럽다고 해서 테이블석 가서 과자 깔아놓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메리트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있더라고^^! 물이랑 젤리랑 슬로건이랑 망원경이랑 놓고는 진짜 편하게 봤다. 그리고 보다보니까 플로어는 세븐틴들이랑 가깝기도 하고 단차도 없으니까 일어라나라고 할 때 무조건 일어나야 되는 거야. 그걸 인지하고 난 순간부터 나는 죽어도 안 일어났다ㅎㅎ 내일은 플로어라 뒤진다, 오늘 사려야 된다, 그런 일념 하나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롯코 올 때만 일어나고 나머지는 진짜 쭉~ 앉아서 나시카와 함께 가만~히 하고 봤다. 나시카로 확대하면 메인무대에 있을 때는 별 의미 없는데 중간 무대로 나오면 전신 나오는 정도까지는 보여서 중간무대 나왔을 때는 어지럽지 않을 때까지만 호시(the seventeen) 열심히 봤다.

이걸 다섯판 먹었다죠


홈파님이랑 다시 만날 때까지 한참 걸려서 동양미래대학 정문 옆의 의자에서 또 뜨개질 떴다. 이 여자는 어디서든 뜨개질을 합니다... 11시 15분 정도에 만나서 30분 정도까지 앉아 있다가 아기캐럿소녀들이 부모님들과 만나서 돌아가는 거 다 보고 이제 우리도 슬슬 가자고 버스 탔더니 세븐틴도 카니발 타고 퇴근하고 있어서 버스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 엇갈려 갔다. 퇴근길도 기다리는 캐럿소녀들의 체력 짱짱... 할미는 이만 가요... 가서 맥주 벌컥벌컥 마시고 은행꼬치랑 염통구이 다섯판씩 먹고 떡볶이랑 아이스크림까지 다 해치워버렸다. 난 체력을 쓰지 않았는데 흠. 왜 이렇게 잘 먹은 거지. 하지만 전 원래 잘 먹어요. 근데 이러고도 숙소와서 또 세븐틴 보다가 새벽 4시엔가 5시엔가 잤다. 진짜 미침레전드...

다음날에는 늦게 일어나도 되는데 할미는 늙어가지고 이제 그냥 눈이 떠진다... 9시에 눈 떠서 홈파님의 온갖 다양한 말도 안 되는 알람소리 다 듣고 더 잘라고 하는 사람한테 세븐틴 영상 틀어달라고 귀찮게 굴다가 인터넷 드럽게 느려서 스트리밍 기다리다 결국 홈파님을 오전 9시에 깨우는 쾌거를 달성해 냄. 완전 #파페는한다 그 자체. 중간에 커피 사러 잠깐 나갔다와서 아아 빨면서 또 세븐틴 보고 준비하고 체크아웃 해서는 다시 찌마님네로 가서 거기서 밥 먹고 호시(the cat)와 놀아주면서 또 세븐틴 보고... 세븐틴에 절여진 주말... 미친 사람이잖아...? 맞지만^^ 둘째날은 플로어라서 입장이 더 힘들 줄 알고 모든 일을 다 끝내고 들어갔는데 공연까지 1시간 반이 남았었다. 근데 플로어도 나름 공간이 낙낙하더라고. 물론... 주로 의탠딩이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나는 스탠딩 공연이 너무 싫다... 어쨌든 앉아서 거의 반쯤 눈 감고 뜨개질 뜨다가 20분 전 즈음부터는 도저히 안되겠길래 뜨개질감 정리하고 옆자리의 캐럿소녀들이 간식 줘서 고맙다고 하고 얘기 조금 했다. 넘... 귀여운 것 같음... 공연 같이 보는 옆사람한테 주려고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행위 너무 귀엽지 않니?! 너무너무 귀여운 것 같다. 공연 시작 전에도 홈파님 트친 만나러 가는 거 따라갔다가 나랑 찌마님도 간식 꾸러미를 받아서 집에 가는 길에 간식이 엄청 많은 사람이 됐다. 그리고 여름이라 오래 보관이 안 될 것 같아서 월요일 아침부터 사탕과 젤리 존나 까먹고 슈가하이 온 사람 되는 결과를 맞이했지.



콘서트를 두 번 봐서 각각의 감상을 따로 남겨야 하나 각각 남겨야 하나 싶었는데 그냥... 한 번에 남겨야지ㅎㅎ


이 콘서트 끝나면 세븐틴 한 반 년동안 한국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줏어 먹을 게 필요해서 콘서트 한다는 소리 들은 이후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거리두기를 했다. 원래도 듣는 노래만 듣고 그 노래 다 들으면 그거 관련된 비하인드 영상만 보는 다람쥐가 볼따구에 저장해 놓은 해바라기씨 조금씩 꺼내먹는 것처럼 보고 있었어서 트친 둘이서 그게 뭐냐고 하긴 했는데 콘서트 공지 이후로는 새로 올라오는 고잉조차 보지 않은 독한 여자. 그게 바로 나예요. 어쨌든 그렇게 고잉조차 다 안 봤는데 콘서트 가기 전에 엄청 웃었던 거 하나가 호시가 말하길 자기가 소리 제일 크게 질러서 음향감독님이랑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미리 체크해 본다고 하는 거였어서ㅋㅋㅋ 근데 오프닝 보자마자 진짜 안 하면 큰일날 소리구나!, 했다. 화면으로야 몇 번 봤는데 현장에서 보는 거랑은 또 다르고, 어떤 의미에서는 이게 콘서트라는 오프 공연의 포문이니까 "메잌썸노이즈!!!!!"하면ㅋㅋㅋㅋㅋㅋ 이 모든 회장이 달아오르는ㅋㅋㅋㅋㅋㅋㅋ 개재밋다... 나 지금 회상하고 또 눈물 흘러...

HOT-March-HIT으로 시작해서는 개인인사 다 마치고 호시가 하는 말이 '이번 콘서트에서는 감동과 눈물의 포인트는 없고 객기와 패기, 집념과 고집, 무대에 대한 신념 만이 담겨있다'며 오로지 무대만으로 말하는 자신들이 되겠다더니 그러고나서 멘트 없이 15곡을 쭉 했다. 사실 첫 날에는 이렇게 쭉 했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현장에서 볼 때는 아무래도 몰입해서 보니까 전체 멤버가 없기는 해도 계속 곡이 나오니까 그저 신나고 재밌었다. 그리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거리두기 한 사람이어도 갓곡이면 한 번 들었다가 계속 듣게 되니까 아는 곡들이 많았다. 대신에 나는ㅎㅎ 뮤비도 무대도 안 본 거 개많았지롱ㅎㅎ HOT이랑 Ready to Love 빼고 다 그냥 콘서트 현장 가서 대기하다가 제대로 뮤비보고 무대 본 셈이지롱ㅎㅎ 이런 게 왜 이렇게 즐거운지 모르겠다. 마치 세븐틴이 나를 위해 모든 무대를 최초 공개 해 주는 것 같은 느낌^^ 혼자 알아서 즐겨보았어요^^ 코로나 때 고잉세븐틴 터지면서 유입이 많았을 거였고, 그걸 확신해서 반영한 듯한 셋리스트여서 온갖 유명한 노래란 노래는 다 보고 듣고 올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콘서트의 장점이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유입만 챙기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코로나 시기에 보여주지 못했던 곡들까지 다 보여주니까 원래 팬들도 만족할 수밖에는 없다는 노림수 가득한 셋리스트.

Rock with you-붐붐 은 좀 더 신나게 편곡됐었던 것 같아서 뛰어놀기 좋았다. 가슴무한제공참말사건의 옷과 안무라는 것이 저를 너무 웃게했어요. 2 MINUS 1 으로는 락스타적 면모를 발휘했던 두 사람이 있었다. MOONWALKER-Wave 를 보면서는 그룹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만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사람은 혼자로서도 제대로 서고 싶어하니까.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다보면 '아, 혼자 하는 무대는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기다리게 될 때도 있는데 퍼포팀의 무대를 보면 그런 생각은 또 밀리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로가 있어서 호흡을 맞춰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13명이 아니라 4명이서 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구나 싶어서 좋았다. 퍼포팀답게 소품을 좀 더 활용했고 옷이 유난히 반짝반짝거리고 레이시해서 움직일 때마다 춤 선이 더 잘 드러났던 것 같다. 나에게로 와-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 는 관객과 함께 만들 수 있는 무대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컬팀답다고 생각했다. 첫날 매그행 부를 때 도겸이 너무 감격했는지 음을 좀 높게 잡아서 듣는 내가 다 조마조마했는데 그 상태에서도 다 불러내서 진짜 잘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거 얘기하면서 트친이랑 얘기했는데 도겸이라는 보컬리스트에게 있어서 최대 약점은 감정이라고 했음ㅋㅋㅋㅋㅋ 그가 감정 컨트롤이 되었다면 기계처럼 노래부를 수 있었을 거라며ㅋㅋㅋㅋㅋ 이렇게 감동적인 시간을 보낸 뒤... 갑자기 나오는 기계음... 그리고 시작되는 GAM3 BO1-Back it up 의 힙합팀. 광란의 타임ㅋㅋㅋㅋㅋㅋ 게임보이 같은 경우에는 내가 세븐틴 안 좋아했을 때도 Your Choice 앨범 자체는 엄청 들었어서 알고 있었는데 Back it up은 모르는 노래를 콘서트 가서 처음 들었더니 지금... 음원이 심심합니다... 현장감이 주는 고양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힙합팀의 모두가 내가 봤던 그 어느 모습보다도 힘차게 무대했다고 생각했다. 이 맛에 콘서트 하잖아요, 그쵸? 사이렌, 사이렌, 위오위오 할 때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는 다수의 목소리, 그리고 고척돔 전체에 어둠이 깔리고 응원봉에 빨간 불이 들어오다니 모두가 뛰면서 클럽 개장하는 이런 즐거움.

 

만세-Left & Right-아주 NICE 는 이제는 좀 찾아볼 수 없는 시기의 세븐틴의 뮤지컬 곡이어서 보기에 즐거웠다. 진짜 몰랐을 때는 아주 NICE 가 놀토 곡인 줄 알았는데(부승관이 들으면 기절할 소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아주 나이스 나올 때 당황했다. 벌써 콘서트 끝나나 싶어서. 아주 나이스 자체가 좋은 곡이고 무대도 열심히 만든 곡이었는데 어느 순간엔가부터 앵콜곡으로 고정이 되어버리고 어떤 의미에선 이 그룹의 정체성의 일부가 '무한아주나이스'가 되어버려서인지 완곡무대를 보여주는 일이 없었던 게 본인들도 좀 아쉬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 곡은 중간중간 꽁트처럼 하는 부분들이 무대마다 바뀌니까 그런 거보는 것도 알아보는 사람들은 재밌을 것 같다. 나는 몰라도 즐거웠어. Shadow-Ready to Love-24H 를 보면서는 이제 내가 여기 와서 응당 봤어야 할 무대는 다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조캐럿들은 Your Choice 앨범 자체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힛맨뱅의 영향이 너무 커서 별로래) 나는 아직도 이 앨범이 제일 좋다... 이건 세븐틴 아예 몰랐을 때 유튭뮤직 셔플로 끼워넣어진 레디투럽 한 곡 들었다가 발매한 달 내내 이 앨범만 들었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리고 레디투럽은 안무도 무대구성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세븐틴 무대 특징이기도 하지만 다인원 그룹으로 대형을 바꾸고 동선을 바꾸면서 무대를 구성하니까 이걸 보는 게 즐거운 무대가 많은 것 같다. 24H는 몇 달 전 광인 케이팝모임에서 강제시청 당했었는데 아마 잊었다가 돌출무대에서 하는 거 보고 첫 날에 이 무대 구성에 너무 감동 받아버리는 여자 되었다. 마치 이 곡을 위해서 13명을 멤버로 뽑아 한 명은 가운데에 서서 노래하며 안무하고 나머지 12명은 바닥에 누워서 각자가 시침이 되어 자리를 바꿔 돌아가며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뇌피셜 작성해버렸어... 이러고는 Crush 하면서 콘서트는 끝났다. 하지만 역시 크러시는 분위기를 띄우는 곡이지 끝내는 곡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 티가 나는 곡이었다ㅋㅋㅋㅋㅋ 근데 척, 도 안 하는 게 오히려 좋았다. 여기서 끝내는 척, 조차도 안 하는.

항상 공연 가면 우리 모두 다 앵콜 무대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그리고 그 앵콜 무대를 위해 아티스트가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반드시 있는 걸 아는데도 VCR 조차없이 5분도 넘게 "앵콜 앵콜" 이라고 해야하는 게 되게... 에너지 낭비라고 느꼈거든. 아티스트가 무대를 하는만큼 관객들도 어쨌든 자기의 에너지를 써서 함께 그 자리에 존재하게 되는데 그럼 관객도 힘들잖아? 아티스트가 더 힘들긴 하겠지만... 관객도 안 힘든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앵콜 계속 외쳐야 하는 거 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세븐틴 콘서트에선 갑자기 전광판에 슬로건 비춰줘서 너무 재밌게 보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이 공연에서 제일 재밌었던 시간이었을지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도 이렇게 했을지? 캐럿들은 이런 재밌는 공연 순서가 있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을지? 그랬다면 이 공연 문화는 널리널리 퍼져야만 합니다.

재밌는 슬로건 이벤트 후에 세븐틴들이 토롯코 타면서 Dar+ling-Heaven's Cloud 를 불렀다. 정말 아름다운 노래였다. 어쩌면 팬들과 가장 가까이 가는 시간에 이 두 노래를 부르려고 만든 것만 같았다. 슬로건 들고 팬들이 불러주는 노래 할 때 첫 날엔 겨우 부르고(이 노랜 몰라서 못 부름) 둘째날엔 같이 가요 부르는데(이 노랜 개잘부르죠?) 둘째 날엔 도겸인가가 같이 가요 듣고 싶다고 해서 캐럿소녀들 다들 깜짝 놀란 거 느껴져서 웃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거대한 집단인데도 거기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두루뭉술한 기감같은 게 있다는 것이 신기해. 정말로 마지막 소감을 듣고 마지막은 와서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Snap Shoot-무한 아주 NICE 와 함께 콘서트는 끝났다. 무한 아주 나이스는 정말로 무한이더군...ㅎㅎ 첫째 날에는 테이블석이어서 그냥 앉아서 턱 괴고 구경했거든. 승관이도 여기는 못 본다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둘째 날은 얄쨜 없었죠~! 플로어이기도 해서 세븐틴들 가까이 올 때 좀 더 볼 수 있었으니까 재밌게 놀 수 있어서 더 좋기는 했지만.

오랜만의 콘서트여서 세븐틴들도 엄청 들뜨고 좋아했던 것 같고 캐럿들도 그랬던 것 같아서 재밌었다. 나도 오랜만에 개같이 부활한 케이팝의 현장에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다. 멤버가 많다보니까 다들 눈에 담을 순 없었어도 셋트리스트도 무대구성 자체도 누구의 비중이 별로 없다, 이런 느낌이 안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제일 고생했을 건 정한이었을텐데 굳이 찾아내려고 하지 않으면 모를만큼 한쪽 팔 깁스하고도 전혀 튀지 않았다. 아마 코로나 이후에 다시 시작되는 투어고 그 투어의 첫 콘서트이기도 하니까 본인도 무리해서 참여했겠지만 역시 무리는 무리였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나머지 콘서트는... 쉬엄쉬엄 하길...(나는 다 봤다 이거죠?) 둘째날 플로어 때는 민규랑 버논이 많이 와줬다. 버논은 와서 죽을 것 같다고 하고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이는 진짜 계속 뛰어다녀서 무슨... 날쌘돌이 소닉 보는 줄 알았음... 멤버들 길이 있는 데는 빠지지 않고 다 돌아다녀줘서 나름? 가까이서 잘 봤다. 나는 원래 연예인 실제로 봐도 흠,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군 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화면에 다 담기지 않는 미남 이런 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준이는 카메라 안 받음. 카메라엔 좀 너무 부담스럽게 나올 때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보니까 팔다리 쭉쭉 길고 미남도 이런 미남이 없네...

어쨌든 또 리팩이 있으니까 리팩을 잘 즐겨봐야지.

그리고 잡기로 이것저것 하니까 트위터에 원문이 없는 것 같은 멤버 소감을 올려볼게(대충은 맞을 것임).

- 디에잇 소감
不管你们在哪里,可能你们不能来到现场,但是我相信只要我们爱着对方,我们都会感受到对方的力量。
我相信真有一天会见面的。我在这里等你,希望你们也会在哪里等我,谢谢!
여러분이 어디에 있건, 현장에 오시지 못한 분들이라도,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면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여러분도 어디에 있건 저를 기다리고 있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준 소감
有人说过就是对于爱豆来说舞台就是爱豆的生命。但是我觉得如果没有各位的话,这个舞台就不会那么想要那么对有色彩。
所以翻过来,我觉得比起这句话来说更重要的就是,爱豆更应该用自己的生命用自己的舞台来报答你们。
未来的路还很长。所以希望你们牵走我的手跟我们一起继续向前走。谢谢你们。我们继续加油的。
사람들은 아이돌에게 있어서 무대가 생명이라고 말하는데요. 제 생각에는 여러분이 없다면 무대가 이렇게까지 필요한 것이 되거나 다채롭지는 않을 것 같아요.
바꿔말하면,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돌은 자신의 생명을 써서 무대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래로의 길은 아직도 너무 길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저와 함께 손을 잡고 앞을 향해서 계속 같이 걸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계속 힘내볼게요.


마무리는 내가 만든 뜨개캣닢 장난감들에 환장한 사랑하는 고양이 칭구들로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