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Day 53

11월... 무슨 일인데... 이 말 몇 번짼데... 오늘 또 새로운 사람이 왔다... 근데... 이 사람은 팔 꺾기를 하면서 자유형 하는 거야... 왜... 왜 오신 거세요...? 뭘 더 배우실 게 있는 건데요...? 어쨌든 오는 사람들도 꾸준히 오고 있고 복작복작대는 중. 사실 공립 다녔으면 15명-20명이 정원이니까 5명 정도는 복작댄다고 느끼지도 않았을텐데 사람 적응력이 무섭다고 월요일날 개쓰레기 요일이라 혼자서 하다가 다섯명이서 복작대니까 너무 정신 사납다... 그나마 이제 체력도 좀 괜찮아졌고 물도 익숙해져서 내가 느리지는 않는 상태라 괜찮긴 한데...
계속 자유형-배영-평영-접영 입수킥 하면서 다니고 있다. 오늘 새롭게 한 건 접영 입수킥을 숨이 찰 때까지 계속 연속해서 차보라는 거야. 이게 평소에 하던 거랑 뭐가 다르지? 싶어서 그냥 했는데 너무 재밌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수킥 한 번 하고 평영 손동작으로 숨 쉬고 이러면 사실 잘 못 나가는데 입수킥을 여러번 하면서 물을 타니까 빠르게 빠르게 쭉쭉 나갈 수 있어서 너무너무 재밌었다! 숨은... 확실히 엄청 찬다. 재밌어서 그냥 하다보니까 마지막에 올라오기 전에 죽을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 타는 느낌을 알라고 하는데 완전하게는 몰라도 올라올 때 고개도 같이 들면서 타야 되는 건 대충 좀 알겠다.
여름에 진짜 힘들었을 때 수영 맨날맨날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차피 그렇게는 절대 못 다녔겠지만 그래도 주 3회 다니기를 잘했다 싶다. 항상 뭔가를 할 때 빨리 하고 싶어하고 성과를 바라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빨리 가기를 원했나? 이왕 하는 거 빨리 할 수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사실 맨 처음에 바랬던 건 빨리 가는 게 아니라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었나? 비단 수영 뿐만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또 사서 마음 안 좋고 있는 중. 근데 계속 마음 안 좋고 있을 수도 없어서 생각 안 하려고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 그만하자, 그만하자 그러고 대충은 또 계획을 세우긴 함... 미친 J...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거 아니야? 또 생각을 해보니까 그래.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확실히 나이가 들고 사람들 사정의 가변성에 대한 어떤 형태의 이해와 내심의 포기같은 것들이 생겨서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나는 살아야지, 이런 게 좀 생기는 것 같기도 해. 어쨌든 나로서는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큰 발전이었어. 세상은 넓고 인연은 우연적이고 그 우연을 잡아서 이걸 필연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치만 이건 한 쪽의 의지만으로는 되는 일도 아니었고 더이상 갈 수 없을 것 같을 때는 그것이 나의 노력 여하에 따른 일이 아니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